1999 소호특강 :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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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명과 암
     -- 『기업나라』 정보화가이드 1998년 4월호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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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는 새로운 사회적 약자를 낳는다. 아무리 사용자에게 친근한(User Friendly) 시스템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것에 익숙하지 않는 층은 늘기 마련이다. 온라인 서비스의 이용에는 사회의 성별, 계층별, 지역별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컴퓨터 보급율과 이용율도 소득수준이나 교육수준에 따라 확연히 구별된다. 이러한 차이가 커뮤니케이션에 중대한 장애가 될 것이다.
디지틀 홈리스의 발생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은 정보를 매우 빠르게, 그리고 동시에 무한히 넒은 곳에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모든 사람이 컴퓨터를 소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 문에, 컴퓨터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소외당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터넷과 상업네트 워크에 전자 주소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정보를 얻는 것이 곤란하게 됨으로써, 결국 '디지틀 홈리 스(digital homeless)' 상태가 되어 사회로부터 뒤떨어지게 된다.

이제 중류층이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전자메일 그리고 음성메일, 팩스를 구사해 업무를 처리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 입사시 컴퓨터의 사용능력은 사원의 선발에 있어서 필수적인 기준이 되고 있으며, 컴퓨터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될 비즈니스맨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소위 컴맹이라고 자인하는 사람은 20대에는 불과 15%이며, 중년에 이를수록 점차 높아져 50대에는 3분의 2에 해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로버트 하프 인터내셔널 사가 최근 미국의 상위 1천 대 기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 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인터넷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장래에는 컴맹 또는 인터넷맹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를 배우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수난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전자 이웃은 위험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의 보안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운전면 허의 교부와 관리를 행하는 DMV(자동차관리처)에는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주소, 이름, 연 령, 성별 이외에도, 그 사람의 신체적인 특징을 표시하여 신장, 체중, 눈의 색깔, 머리의 색 등의 정보가 전자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상업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타깃을 좁혀서 재미있는 사업을 할 수 있다. 예 를 들어 LL사이즈의 양복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매업이라면, 이러한 정보를 검색하여 그들만 을 노린 마케팅을 계획할 수 있다. 또한 연령과 신장과 체중의 비율로부터 뚱뚱한 사람을 선택해 다이어트식품과 약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 전자화된 정보 가운데 이러한 작업은 매우 단순하여, 단시간 내에 처리되며 비용도 들지 않는다.

또한 기업이 네트워크 상에 설계되어 있는 전자게시판 등에 접근하게 되면, 그때마다 기업측의 컴퓨터에 접근된 고객의 전화번호도 자동적으로 기록된다. 따라서 그로부터 주소와 이름을 역추적 할 수 있다. 이렇게 모아진 개인정보는 매주 귀중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를 기준으로 하여 본인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로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가상화가 진전되고 있는 지금, 마을은 가상공간속의 전자이웃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곳에는 모 든 정보가 0과 1로 바꾸어져 네트워크를 타고 무수한 컴퓨터에 저장되고 있다. 정보슈퍼하이웨이 로 연결된 전자이웃에는 예상할 수도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익명성의 시비

통신상의 커뮤니티에는 익명성의 문제도 있다. 즉 문자정보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의 얼굴과 목소리 등 발언주체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익명성을 획득한 인간은 전자커뮤니 티에 있어서 실제의 자신과는 다른 인격을 가진 자로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때문에 나 이가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이상이 되는 인물상을 연출하는 등, 반사회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그와는 반대로 이름이 공표된 관계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사용자의 ID는 전자회의실과 전자게 시판 등에 발언하게 됨으로써, 자동적으로 공표되고 그에 부수되어 있는 이름도 알려지게 된다. 전형적인 예로서는, 여성의 통신 초심자가 이름을 공개하고 난 뒤, 거기에 대해 흑심을 품고 있던 남성사용자가 메일을 보내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또한 직접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상대의 표정과 몸짓, 분위기 등으로부터 상대의 반응을 알 수 있으며, 이해의 정도를 피드백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통신에 있어서는 이러한 수단을 사 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벼운 농담조의 대화로서도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상대의 반응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지나치게 자기 위주의 감 정을 갖는 경우도 있다. 결국 상호 행해지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있어서 당사자가 자기의 해석을 기준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행하는 결과, 서로 엇갈린 판단으로 문제가 생기게 된다.

통신망 악용에 의한 소송사건

1994년 5월 일본에서는 통신망에서의 분쟁이 법정으로 비화된 사건이 있었다. 회원이 자유롭게 쓰고 열람할 수 있는 전자회의실에서, 다른 회원에게 명예훼손이 되는 쓰기를 하였던 결과, 어느 여성회원이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네트워크상의 사과문 게재를 요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여성은 회사측에 대해 내용의 삭제와 발언자의 이름, 주소를 게재 할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의 비밀을 지킬 의무를 근거로 익명회원의 정보에 관한 게시를 거부하였다.

누구든 쓰고 열람할 수 있는 전자회의실에서는 익명성이 유지되는 한, '먼저 쓰면 이기고, 쓰여 지면 손해'라고 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통신 가입자가 200만 명에 이르는 지금, 통신이 특정 개인을 비방 중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는 때의 영향은 매우 큰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가입자의 도덕성에만 호소할 단계를 지나, 정보에 대한 체크 시스템 및 제도정비의 필요성 도 증가하고 있다.

누가 무엇을 말해도 현재에는 책임의 소재를 추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익명성이 전면에 나오면 나올수록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불건전한 측면이 계속하여 증대될 것이다. 또한 여성 이름이 게재되어 있는 회원에 대해 성적으로 모욕스럽거나 혐오스럽기까지 한 메일을 보내는 등의 행위 도 계속되고 있어, 열려진 미디어로서의 지위를 확립하는 데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정보 부민과 빈민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러하듯이, 멀티미디어 환경이 잘 정비되어 있는 곳에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초고속정보통신망 건설을 위한 사 업이 20여년간 40조원 규모의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완성되기까지는 지역간 정 보환경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선은 서울을 중심으로 정보인프라의 정비가 완결될 것 이므로, 정보기반의 구축이 늦은 농촌과 산간지대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1980년대에 킬로(Kilo)의 시대에서, 1990년대 메가(Mega)의 시대로, 다시 2000년대에는 기가 (Giga)의 시대가 열리므로, 대략 10년이면 정보환경은 1000배, 20년이면 정보환경은 백만 배의 차 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 부민은 점차 부유해지는 반면, 혜택을 받기 위해 십수 년을 기다려야 하는 오지의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정보환경이 구비되어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멀티미디 어에 직접 접근하는 사람과 접근하지 않는 사람과는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즉, 원격교육, 원격의 료 등의 혜택을 받을 환경이 정비되지 않은 지역의 사람들과, 혹은 정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멀티 미디어에 접근하지 않는 사람, 즉 대개는 정보화의 마인드가 없는 세대들에게는 전혀 혜택이 없 다.

예들 들어 일찍이 외국문물에 눈을 돌려 외국유학을 하거나, 외국어가 능통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관계없이 좋은 직업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리더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 로 멀티미디어의 혜택을 먼저 받게 된 사람은, 인터넷상에서 자유로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음으 로써 사회적으로 우대될 것이나,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의 능력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