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비즈니스의 함정
결재방식 테크닉 길러라
리베이트, 실판매가에 반영했다 거액세금 맞기도
현대 비즈니스의 꽃, 무역의 첨병이라 일컬어지는 오퍼업. 품위 넘치는
스타일 정장에 서류 가방을 가볍게 든 그 모습, 거래의 성사를 위해 제품
카탈로그와 기술자료를 제공하며 열심히 브리핑하는 모습, 거래의 최종
검토를 위해 수요처의 실무자를 대동하고 외국의 공급라인 회사의 방문
등 일견 그럴듯하고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오퍼 비즈니스에는 극히 주의해야 할 기술적인 점들이 의외로
잔뜩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 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K상사의 윤 사장이 막대한 액수의 세금을 걸머지게 된 것은 경영자로서의
치밀함이나 조심성이 모자랐던 결과였다.
이태리어를 전공한 그가 처음 몸담은 곳은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였다.
그곳에서 담당한 업무는 건축 및 토목공사에 투입되는 건설 중장비를
수입하여 국내의 전문 건설업체에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출장도 잦았다. 미국, 영국, 이태리 등에 산재해 있는 장비 메이커들을
바이어 자격으로 방문하는 일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열리는 건설장비
기자재전에도 심심찮게 찾아가 나날이 발전하는 건설장비의 최근 동향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외국의 공급자들로부터 매일같이
팩스나 DHL을 타고 들어오는 장비들을 분류하는 일도 버거울 정도였다.
이러기를 5년여. 적어도 건설 중장비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국내외에
명함을 내밀 수 있을 만큼 경력을 쌓았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윤
사장에게, 그 자신이 핸들링해준 적이 있는 회사로부터 소개를
받았노라며 이태리의 한 타워크레인 메이커에서 한국지역 에이전트로
뛰어 줄 수 없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사실 그 자신도 이젠
직장생활을 접고 자신만의 독립사업을 해보고 싶어 돈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정들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조그만 사무실을 오픈했다.
자잘한 건들을 성사시키면서 동시에 공급라인에서 생산되는 소형 중형
대형의 타워크레인 카탈로그를 들고 평소 안면이 있던 U건설사를
찾아갔다. U건설사가 정부 발주 대형 물류공사의 가장 유력한 입찰자라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담당 부장을 비롯하여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저녁 술자리에선 은근히 부럽다는
시선을 보내 오는가 하면 그들의 수주 진척상황을 넌지시 알려주기도
했다. 윤 사장의 입장에선 작업은 오히려 간단한 편이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장비에, 게다가 지명도 있는 회사의 것이었고, 그 바닥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처지였으니만큼 요체는 U건설사 자체의 공사
수주 여부에 달려 있는 문제로 판단되었다.
거의 1년여를 끈 작업 끝에 공사는 윤 사장의 예상이자 바람대로
U건설사로 낙착되었다.
이미 수주가 확정된 U건설사와 윤 사장과 남은 일은 이제 윤 사장이
핸들링하고 있는 대형 타워크레인을 어떤 조건으로 밀어넣느냐에 있었다.
일의 진척은 빠른 편이었다. 구매부장과 담당 실무자를 대동하고 이태리
본사로 날아가 판매하고자 하는 대형 타워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는 현장도
안내했다. 모든 협상은 출장 길에 부장과 이루어졌다. 부장 스스로가
이번 타워크레인 도입 건에 따른 U건설사의 결제라인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장비의 가격이 가격인
만큼 결제라인이 부사장선까지 닿아 있다는 설명에 만만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부장이 한 가지 제안을 해 왔다. 크레인을 자사에서 매입하는
형태보다는 자사와 긴밀한 협조관계에 있는 전문업체인 L건설사에서
매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지급보증을 원청사인 자사에서 서는 방식을
취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인사하는 부분도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방법이야 뻔했다. 리베이트로 나가는 부분만큼 견적을 올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몇 사람에게 배당되는 그 리베이트
합계가 상당한 액수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일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고, 그 후 3개월 후 거래는 당초 그림대로 L건설사가 매입하는
형식으로 완료되었다. 윤 사장에게 떨어진 커미션도 웬만한 월급쟁이
1년치 벌이가 넘을 만큼 상당했다.
그렇게 희희낙락하며 오퍼일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에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1년여 후, 조그만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던 윤 사장에게
그때 그 타워크레인 판매건으로 종합소득세가 물경 4천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과도하게 계산된 리베이트
부분을 실판매가에 반영시킨 것이 결정적 실수였던 것이다.
거래품목 전체생산공정 꿰고있어야..
콘도회사의 회원모집이나 외국 보험사의 파이낸셜플래너(Financial
Planner)로 6년여의 경력을 쌓은 김 사장은 조적 미장 등 전문 건설업을
해 왔던 사회 선배와 함께 오퍼와 무역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로 병행해 나가기로 뜻을 모으고 회사를 만들었다. 아이템은 미국
N사의 열감지용 센서, 공장자동화에 들어가는 컨트롤박스, B사와 H사의
산업용 특수 커넥터 등 전기용품과 주로 건설현장에 설치하여 블록이나
자재를 나를 때 사용하는 중소형의 리프트였다.
H엔터프라이즈를 띄울 당시 김 사장의 생각은 어찌보면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비록 하청을 받는 일이긴 했지만 선배는 건설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탓에 그 쪽에 대한 안면이 상당했고, 그 또한 어렵다고 하는 콘도
및 보험 영업을 6년 정도 지속해 온 경험도 있어 자신했다. 비록 사업이
기술적인 면이 강한 영업이긴 했지만 각 생산공장이나 건축현장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뛰고, 또 평소 안면있는 선배나 친구들의 줄을 타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의 예상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생산공장, 특히
공장자동화 설비에 들어가는 컨트롤박스나 열감지용 케이블 그리고 특수
커넥터는 공장을 직접 치고들어간다고 해서 먹혀들어갈 아이템이 전혀
아니었다. 공장자동화 설계 및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와 연결,
그들의 설계도면에 스펙으로 집어넣어야만 겨우 채택될 수 있는 품목이던
것이다.
또한 이리저리 연줄을 대어 겨우 채택단계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원가계산 등 가격협상도 콘도나 보험상품 판매의 그것과는 전혀 달리
기술적으로 따져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갖춰 오라는
시험성적서도 만만치 않았고, 게다가 무슨 실험 기간이 그렇게나 긴지
성질 급한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점도 비일비재했다.
건축현장에서 쓰이는 리프트는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면에선 약간
나았지만 원청업체에서 일괄 구입하여 각 건설현장에 내려보내
설치하거나 각 현장 단위로 렌탈 형식을 취했으므로 접대비가 이중으로
들어가는 고통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접대 술을 마시느라고 몸이 축나는 것은
둘째치고, 설사 계약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설비나 그렇다고 대량으로
소모되는 품목도 아니어서 커미션도 그다지 큰 액수가 못됐다. 설사
목돈을 들여 수입해 스탁세일 성공시켜도 현금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고
3∼4개월짜리 어음을 주기 일쑤여서 구매처 담당자의 리베이트를 챙겨
주다 보면 본전도 못건질 지경이었다.
콘도나 보험에서 경험했던 영업방식은 그 세계에서나 통하는
영업이었음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단순영업이
몸에 밴 체질을 납품업체의 공장 증설계획이나 건축계획에서부터 그
업체의 생산공정을 적어도 대충은 읊조릴 줄 알아야 하는 체질로 바꿔야
했지만 거기에 익숙해지기까지 버티기에는 김 사장이 타고난 기질도 맞지
않았고, 게다가 뒷돈도 넉넉하지 못했다.
어떤 때는 어음만 보면 짜증이 나기도 했다. 콘도나 보험은 적어도
어음을 받는 일은 없었다. 기본급은 얼마 안되었지만, 계약을 한 건씩
성사시킬 때마다 그에 따른 수당이 배가 되어 나왔다. 그것도 빳빳한
현금으로. 그런데 이 쪽은 쥐꼬리만한 커미션에 어음이라니….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처음의 열정도 차차 식어 갔다. 그 후 2년여가
지난 어느 날 김 사장은 선배와 상의하여 사업을 접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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