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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경영학과 군사학

미래 비즈니스를 읽는다

by 리치캣 201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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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비즈니스를 읽는다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05년 9월 / 310쪽 / 14,000원

▣ 저자 하마다 가즈유키(浜田和幸)

1953년생. 도쿄외국어대학 졸업 후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술과 사회의 미래 예측, 국가와 개인의 안전보장, 장수 기업의 전략 경영 등이 전문 연구 분야이다. 미국 워싱턴 로터리 클럽, 미․일 친선우호회장, 발명왕 에디슨 탄생 150주년 축하사업 실행위원장, 일본 바이오 벤처 추진협회 이사, 국제연합 대학 밀레니엄 프로젝트 위원 등을 역임했다. 신일본제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등을 거쳐 현재 국제미래과학연구소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헤지 펀드』『이용당하고 있는 대국, 일본』『워터 머니』『이라크 전쟁, 일본의 몫』『독수리가 웃던 날』『에디슨의 메모 : 1%의 영감을 깨우는』『악마의 정보전쟁』『세계통화전쟁』 등이 있다.

▣ 역자 김창남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다. 지금은 많은 비즈니스 경험을 살려 경제․경영 분야의 전문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베네통과 시세이도 젊음에게 말한다』『와다식 5일 트레이닝』『최고의 판매왕』『세계를 움직이는 기업가에게 경영을 배운다』등 다수가 있다.

▣ Short Summary

급변하는 세계와 불확실한 미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끊임없는 화두이다. 지금부터 10년 전에 생각했던 ‘10년 후’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현대 사회가 얼마나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조금이라도 먼저, 조금이라도 멀리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뉴스에 귀 기울이고, 새로 나온 정보를 가장 먼저 획득하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미래에 닥칠 일을 미리 예상하고 상황의 변화에 ‘남들보다 먼저’ 적절히 대응하는 사람과 조직이 승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냉전의 종식과 구소련의 몰락, 일본 금융 시스템의 붕괴, 인터넷의 확산, 아시아의 금융위기, 9․11 테러 등 지난 20여 년간 세계를 뒤흔든 커다란 사건들도 돌이켜보면 이미 예측된 것이거나 그 징후들을 읽을 수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예측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조류를 예측한 개인이나 기업들은 커다란 이익을 올릴 수 있었고, 기존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고 준비를 하지 않았던 개인이나 기업은 차츰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유명한 미래학자인 하마다 가즈유키(浜田和幸)는『미래 비즈니스를 읽는다』를 통해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미래학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미래 예측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나아가 미래를 지배할 미래 비즈니스까지 제시하고 있다.

▣ 차례

추천사

머리말

제1장 미래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 예측의 시작, 시카고 세계박람회 / 미래 비즈니스의 원조는 고대 그리스의 무녀들 / 베이컨의 진보사상 / 탁월한 미래 연구자 콩도르세 / 쥘 베른이 뿌린 달로켓의 씨앗 / 미래 예측 서적의 엄청난 성공 / 학문으로서의 미래학을 제창한 웰스 / 예측에 실패한 천재들 / 제1차 세계대전과 공산주의의 대두 / 시나리오에 얽힌 미․소 대결 / 미래학을 포기해야 했던 웰스의 고뇌 / 사르트르의 등장과 프랑스의 실존적 미래관 / 군사적 관점에서 출발한 미국의 미래 연구 / 랜드 연구소에서 잇달아 독립한 정예들 / 냉전 시대의 우주개발 경쟁과 환경 문제 / '미래쇼크'와 원폭 투하 저지에 실패한 시보그 / 전쟁과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연구 / 스필버그 감독이 낳은 클라크 / 9.11 테러로 촉발된 궁극적 미래 예측 기계 개발

제2장 미국의 미래학

국가 정보 전략에서 태어난 인터넷 / 희망적 관측이라는 함정 / 현상 유지라는 환상 / 허먼 칸의 '하늘을 나는 싱크탱크' / 오일 쇼크를 정확히 예측한 피에르 왁 / 시나리오대로 현실이 움직이는가? / 소련의 천연자원에 주목한 피터 슈워츠 / 붉은 소련이 없어진다는 시나리오 / 합성가솔린 프로젝트의 대실패 / 큰 흐름을 제대로 읽기 위한 세 가지 핵심 / 미래를 움직이는 일곱 가지 원동력 / 미래학을 의식 개혁에 활용한 윌리스 하먼 / 핵심은 인간의 내면에 접근하는 것 / 행복의 조건은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것 / 우주공학에서 태어난 미래전략 그룹 / 경제 예측의 파이어니어 'NPA' / GE에 날아든 야생 새 / 위기를 비즈니스로 바꾸는 미국 기업 / 2015년 지구 위기설

제3장 일본의 미래학

미래에 맞지 않는 일본인의 감성 / 지진 직후 지진 예보 장치를 팔러 온 미국 / 최악을 상상하는 힘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 일본 최초의 미래 예측: "20세기는 기이한 세상이 될 것이다." / '섬뜩한 미래'에 기가 꺾인 일본의 미래학자 / 미래학의 중심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 / 변혁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좌표축 / IT화가 오히려 여유를 박탈하고 있다 / 인간, 자연, 기술의 균형 / CIA를 이긴 로열더치셸의 미래 시나리오

제4장 미래 예측의 기법

미 전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미래학 교육 / 브레인스토밍 / 델파이법 / 미래의 바퀴와 크로스 임팩트 매트릭스 / 미래 연구자의 3대 조건 / 미래 시나리오에 빠질 수 없는 합작 효과 / 경제학자의 아킬레스건 / 미래 예측에 필요한 전제조건 / 비관적 시나리오를 통한 충격 요법 /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는 용기 / 슈워츠 판 21세기 시나리오 / 3대 모델에서 배우는 시나리오 수립 논리 / 10년 전의 자신과의 대화

제5장 과학기술과 미래 비즈니스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소화 능력 / 오존층의 파괴와 지구 온난화 / 비상식이 과학과 의학을 진보시킨다 / 인터넷이 좌우하는 국제 정보 전쟁 / 인간의 수명을 두 배로 늘리는 효소 / 타임머신을 가능하게 하는 웜홀이론 / 타임머신에 부활의 꿈을 싣고 / 미래의 통화에 필수적인 것 / 양자컴퓨터에 응용되는 순간이동 기술 / 완벽한 통신기술 확립을 위하여 / 로봇과 인간의 공생시대, 막을 열다 / 테러 대책과 바이오메트릭스 시장 /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 쌀과 생명공학 /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성 / 워터 비즈니스

제6장 미래 사회와 비즈니스

세계 최대의 미래 비즈니스 스폰서는 펜타곤 / 가상병사와 첨단 의료기술 / 잃어버린 신체 일부를 재생시키는 기술 / 가장 효율적인 '단시간 수면'의 연구 / 장수와 암 예방으로 이어지는 수면학 / 체내에 꽂아 넣는 IC칩 개발 / 칩슨의 급증 / 영국의 획기적인 DNA 데이터베이스 / 기술의 진보와 범죄 수사는 다람쥐 쳇바퀴 /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산업의 장래 / 미래 자동차 개발 경쟁 / 대미전쟁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중국 / 중국의 자원외교를 봉쇄하는 미국 / 대중 투자 비즈니스의 위험 요인 / 미래 연구자에게 꼭 필요한 3대 요소 / 밀려오는 위기와 맞부딪치는 미래의 영웅들 / 미래를 창조하는 힘은 '개인의 의식'에 달려 있다

후기

부록: 앨빈 토플러와의 대화

미래 비즈니스를 읽는다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05년 9월 / 310쪽 / 14,000원

머리말 -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라

“10년 전에 오늘 당신의 모습을 상상했습니까?” “앞으로 5년 후의 당신 모습을 얼마만큼 상상할 수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아마 대부분 대답을 얼버무릴 것이다. 내일 일도 알기 어려운 시대다. 모든 것이 임시방편이고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으니 당장 필요한 만큼만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프리타(아르바이트의 개념으로 일하는 임시직)와 니트NEET(취직과 결혼, 학업을 하지 않고 가사일도 하지 않는 15~34세의 젊은 층)가 급증하는 것도 이런 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두렵고 생각하기 싫은 일이라면 눈도 귀도 막아 버린다. 10년 전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5년 후의 자신을 상상해 보는 여유 같은 건 없어진 지 오래다.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위험과 현재 벌어지는 비극들은 미래에 주체적으로 맞서지 않았던 결과에 불과하다. 자연재해든 회사의 도산이든 개인의 불행이든 간에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실제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징조에 해당하는 신호가 몇 단계에 걸쳐 나타난다. 병도 마찬가지다. 발병하기 전에 반드시 어떤 징후가 있다. 다만 그런 신호를 가볍게 보고 넘긴다거나 알면서도 무시해 버리는 것뿐이다. 따라서 아무리 미미한 전조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주의력이야말로 미래 창조에 필수적인 요소다. ‘미래학 Futurology'이란 개인이나 조직, 비즈니스가 직면하는 위험을 사전에 감지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충격이나 피해에 대비하게 하는 실천적 학문이다.

미래라는 시대를 질주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흐름을 파악해 ‘밝은 미래’와 ‘어두운 미래’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 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 시나리오들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을 선택해 재빠르게 대응하면 된다. 이 책의 목표는 미래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망한 후 앞으로 10년에서 25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지구 환경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다. 또한 미래학은 ‘정보를 선택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그 메커니즘을 알고 그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여러분은 틀림없이 리스크 회피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바람직한 미래를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

현재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50만 개의 회사가 도산하고 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포춘> 선정 500개 기업의 역사를 보아도 30년 이상 존속하고 있는 기업은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기업 경영자의 시간 개념이 1년도 되지 않아 장기 경영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눈앞의 이익을 쫓느라 1년 이후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을 에워싸고 있는 경영 환경의 커다란 변화를 간과해 버리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여서 지방도시와 공립학교가 줄줄이 파산 선언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기업의 장기적 시야와 대국적 발상의 결여 때문에 기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비즈니스 역사에는 비일비재하다.

미국의 광고업계는 텔레비전이 전성기를 누리던 1980년대 초반부터 이미 케이블TV, 비디오, PC통신 등의 신기술 보급이 광고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미 미래 연구 비즈니스로 유명했던 피터 슈워츠는 1980년대 후반부터 광고업계의 간부들에게 시급한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광고업계에 텔레비전을 대신할 멀티미디어의 활용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결국 1987년 광고업계 전체에 불어닥친 수주 격감 쇼크가 올 때까지 아무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세우지 못했다. 바로 이것이 업계와 기업을 이끄는 고위 간부들이 판단력을 발휘해야 하는 핵심이다. 현상의 인식과 다른 상황이 제시되었을 때 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일 것인지, 아니면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는 유연한 생각을 할 것인지에 따라 이후의 성패가 갈리는 것이다.

35년간 미래 연구의 비즈니스 활용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어 온 피터 슈워츠는 미국의 WFS(세계미래회의, World Future Society)가 1990년에 뽑은 ‘세계의 미래학자 17인’에 들어갔을 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관점을 바탕으로 한 미래 비즈니스 환경 예측의 일인자로 소개되고 있다. 슈워츠는 큰 흐름을 제대로 읽기 위한 핵심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상식적인 발상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아이디어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자기 전문 분야나 업계와는 관계가 없는 정보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선한 발상과 인재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생활 풍습과 문화와 가치가 다른, 생소한 지방이나 나라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견문을 쌓아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수입한 데이터와 분석 자료는 독자적인 정보필터로서의 기능을 하는 기반이 된다.

슈워츠는 또한 향후 10년간 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서 다음의 일곱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국제사회의 동맹관계가 모두 바뀌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경제 관계가 전면으로 부상한 결과 경제 발전 수준이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둘째, 기술의 폭발적인 진보와 보급을 들 수 있다. 기술의 진보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교육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셋째, 전 세계에 실용주의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결과, 가치관의 혼란과 빈부격차의 심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넷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대규모 이동도 중요한 요소다. 반대로 선진국에서는 인구의 감소 경향이 뚜렷하다. 다섯째,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인구 증가가 에너지 수요를 높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지구 환경의 변화와 지역적인 불안 증대를 들 수 있다. 환경에 관한 비용은 앞으로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일곱째, 글로벌 정보 경제 사회가 실현되고 있다. 슈워츠는 이상의 일곱 가지를 기본적인 좌표축으로 세계의 변화를 간파하여 고객별로 개별적인 충고를 해주고 있다.

윌리스 하먼은 미래학을 인간의 의식 개혁에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확립했다. 슈워츠가 다국적 기업의 경영 전략에 미래학을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면, 윌리스 하먼은 개인의 정신과 육체의 균형에 주목해 건강과 의료 분야의 미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안한 미래 예측 기법이 바로 ‘HAF(Holistic Alternative Futures, 전체적 관점에서 바라본 대안적 미래)’이다. HAF란 문제 하나하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이 속해 있는 전체 문제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접근법이다. 병에 걸렸을 때 대증요법으로는 일시적인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정한 치료를 위해서는 몸 전체의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1993년 여름, 하먼과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앞으로 인간이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될 것이 무엇인가?”라는 화제에 이르자 그는 1960년대에 작성했던 보고서를 보여 주었다. 그 보고서는 미국인들이 아무리 원해도 좀처럼 얻을 수 없는 다섯 가지를 지적하고 있었다.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지만, 이 보고서에 지적된 내용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적용될 것이다. 현대 미래학의 천재라고 불렸던 하먼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제시한 ‘행복의 다섯 가지 조건’은 실로 그 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첫째, 시간이다. 시간을 절약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자유시간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둘째,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이다. 유명인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진정한 관심을 받을 기회를 잃어 가고 있다. 셋째, 현명한 선택에 필요한 정보다.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해져 가지만 불필요한 정보만 폭발적으로 늘어나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넷째, 영향력이다. 사회가 성숙할수록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는 성향이 나타나므로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대상으로 도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애완동물이나 도박, 게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섯째, 지위와 환경의 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과 일을 추구하지만 극심한 취업난과 이민자로 인해 불안정해지고 있다. 50년 전에 이런 예측을 했다니, 그 정확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지적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미국에서는 미래 연구 기법을 실무에 활용하는 기업과 조직이 많다. 그중 미국 최대의 종합 전기 회사인 GE는 1960년대에 과학자 겸 미래학자인 댄드리지 콜을 영입했다. 목적은 우주 개발을 중심으로 한 GE의 미래 전략의 컨셉트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GE는 언뜻 황당무계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도 필요에 따라 과감히 자금과 인재를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콜은 미래학자로서 시나리오 접근법을 도입해서 GE의 장기 전략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GE는 1968년에 독자적인 미래 연구 부문을 발족시켜 미래 예측 기법을 마케팅과 연구 개발에 응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본적인 관점은 미국 안팎에 새로이 나타나는 가치관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 그 변화가 GE의 상품 개발과 시장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찾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GE는 수많은 신제품을 세상에 내놓은 한편, 소수민족이나 여성의 고용 기회 균등 부여 정책을 다른 기업보다 앞서서 실시하는 등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기여하고 있다. 이미 GE는 단순한 전기회사라고 할 수 없다. 우주 개발을 비롯, 의료, 방송, 금융 분야에까지 폭넓게 진출해 어느 업계에서나 1,2위를 다투고 있다. GE가 이런 업종의 전환과 확대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미래학의 영향이다. 지금도 GE는 ‘프로 액티브pro-active'라고 불릴 정도로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 환경에 스스로 영향을 끼치는 적극적인 경영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미래학

미래는 인류 공통의 관심사다. 과연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 속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이고, 내 운명은 어떻게 될까?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미래를 얼마만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모든 행동의 승패가 갈린다. 현대와 같이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세계화가 전개되고 있는 시대에서는 비즈니스의 성패는 물론 개인의 삶 역시 ‘미래 예측’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왜 세계의 거대한 조류에서 뒤처지고 있을까? 아마도 일본인의 뿌리 깊은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특유의 민족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일본인은 밝은 미래는 환영하지만, 반대로 어두운 미래에 대해서는 설령 그것이 확실시되더라도 상상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불길한 말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라는 옛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인의 독특한 감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문제를 뒤로 미루어 버리고 만다. 그래서 불길한 경우가 현실화되면 그 피해는 말할 수 없이 커진다. 미래학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하기 싫은 사실이더라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예측이 나오더라도 그 예측과 진지하게 부딪쳐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활로가 열리고, 비즈니스 찬스도 생긴다. 어쨌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현재의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일본에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약 20여 년간 미래학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미래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본인은 형체가 없는 경제나 사회 예측의 집합체라는 막연한 이미지를 떠올릴 뿐이다. 가끔 ‘미래 예측’ 운운하긴 하지만, 바로 코앞의 국민총생산 성장률 등의 단순한 경제 예측조차도 전혀 들어맞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래학의 참된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예측함으로써 미래는 바뀐다. 이것을 ‘미래 예측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것이 미래 예측을 어렵게 하는 면도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 정책이나 정치적 변화가 개인과 개별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다. 사태가 개선된다면 좋은 일이다. 어쨌든 버블 붕괴의 조짐을 그냥 흘려보내는 어리석음을 다시 범하지 않을 수 있는 노하우를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에서 미래학의 여명기 중 가장 화려했던 시대를 말한다면, 1960년대 말이다. 일본 경제가 매년 평균 10퍼센트라는 기적적인 고도성장을 이룩하고 있었고, 1969년 아폴로11호가 달 표면 착륙에 성공할 때는 금방이라도 우주여행이 실현될 듯한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미래학은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 일본이 안고 있는 불행은 참다운 의미의 미래학이 확립되지 않고, 현재의 미래학에 세계적인 시야나 인간적인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데 있다. 즉, 일본의 ‘미래 예측’은 희망적인 미래만 말한다든지 기술 혁신이라는 지극히 좁은 범위에서만 행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미래 예측을 기술 측면에만 국한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징적인 것이 최근까지 세계 제일의 속도(현재는 세계 3위)를 자랑했던 초고속 슈퍼컴퓨터인 ‘지구 시뮬레이터’일 것이다. 그러나 흥미를 끄는 것은 ‘실현도’이다. 실현도가 아주 낮은 것이 ‘국토 및 도시 개발’과 ‘교통 및 수송 수단의 향상’ 등이다. 즉, 일본의 기술 혁신은 눈부시지만 생활 인프라 관련 항목은 그 실현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미래학은 과학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으며, 인간 삶의 풍요로움이라는 시야는 결여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미래에 대한 정보는 있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여 사회를 윤택하게 만든다는 발상이 부족하다. 이는 과학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로, 인간의 미래 구상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된다.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도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1964년 당시와 비교해 보아도 오늘날 개인이 습득하는 지식과 정보의 양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 있다. 신문 하나만 봐도 하루의 신문지면에 게재되는 정보량이 100년 전의 인간이 일생 동안 얻을 수 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이 때문에 개인에게는 물론, 기업에도 정보 처리 자체가 방대한 작업이 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생활을 더욱 바쁘고 복잡하게만 할 뿐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몇 년 전, 맥킨지가 미국 의원들의 시간 분배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미국 의원들은 혼자만의 묵상 시간을 한 주에 겨우 11분밖에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30년간 미국의 경영자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첫째, 혼자 자유롭게 있을 수 있는 시간, 둘째, 효과적인 판단의 근거가 될 만한 정보, 셋째, 친구나 가족과의 친밀한 관계. 이 세 가지의 결핍에서 오는 좌절감으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라. 통신, 정보, 수송 수단이 발달할수록 기존의 회사 조직과 형태는 물론 인간관계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대의 미래학이 부딪쳐야 할 과제는 인간과 자연, 기술로 이루어진 삼각형의 균형감각을 찾는 것이라 하겠다.

미국의 우수한 민간기업은 정부의 예측이나 분석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조사 및 연구 능력을 높이고 있다. 이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일부로 철저히 검토해 대응책을 준비한다. 미국에서 미래 연구의 핵심은 “가능성은 적더라도 일어난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경우를 상정해서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는 자세이다. 말하자면 ‘와일드카드’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에서도 관청이나 민간 싱크탱크에서 중장기 경제 전망이나 산업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바람직한 모습’이나 ‘긍정적인 전망’이 중심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거나’ ‘일어나서는 곤란한’ 문제는 피해가는 경향이 짙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는 본격적인 미래 연구의 토양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세계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은 인간도, 지구도, 과학기술도 하나의 유기체로서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관점에서 3자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재조명하는 것이다. 우주 속에서 지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3자의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신속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미래학에 동양 사상이 필요한 이유다. 과학에서도 인간에 대한 관점을 근본부터 뒤집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 교환이나 인공장기로 사람을 살려내는 것, 사이보그가 탄생하는 것도 그렇게 먼 미래만은 아니다. 그때가 되면,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도 생명을 인정하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동양적 발상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지 않을까?

미래 예측의 기법

미국에서는 미래 예측이 이미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비즈니스계 뿐만 아니라 정부나 의회, 시민운동, 교육계 등 수많은 분야에서 그 노하우를 도입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핵심은 ‘미래로 향하는 길은 다양하므로 복수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둘 것’, ‘미래가 개인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 등의 두 항목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보가 넘쳐흐르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필요한 지식을 골라내고, 언뜻 보아서는 연관성이 없는 데이터나 뉴스 속에서 어떻게 숨겨진 관련성을 발견해 낼지, 그리고 불충분한 정보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휘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지 등을 훈련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신대륙에서 국가를 세운 미국인의 국민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도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이상대로 만들어 간다는 국민들의 열의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실제로 미래 연구자가 어떻게 시나리오를 작성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미래 연구자가 활용하는 미래 예측의 기법은 천차만별이지만 여기에서는 개인 차원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브레인스토밍

1981년, 뉴욕 주의 교육국에서는 산업계가 바라는 교육 수준을 20년 이내에 달성하기 위한 커리큘럼 편성을 위해 ‘미래교육검토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으로, 주 정부 공무원, 학교 교직원, 경제계 대표 등 20명을 초빙해 어떻게 하면 합의를 이루면서 교육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누는 장을 만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20년간 고등교육의 위상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건이나 변화에 대하여 각자 자유롭게 의견을 토로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더라도 떠오르는 의견을 모두 꺼내 보이고, 남의 의견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뉴욕의 교육에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는 50여 개의 예측 사항 목록이 작성되었다.

델파이법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나온 예측들은 항목별로 분류돼 다음의 ‘델파이법’이라고 불리는 설문조사의 질문 자료가 된다. 참가자는 이 50개의 예측 사항에 대하여 그 가능성과 중요도의 비중을 수치로 답하게 되어 있다. 델파이법에 따라 질문을 3회 되풀이하면 참가자 사이에 어떤 항목이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는지가 분명해진다. 만장일치의 예측이라도 빗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그 시점에서 참가자의 생각이 전부 모아진다는 것이 델파이법의 장점이다. 델파이법이 진정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참가자가 실력자로서 그들의 의견에 따라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인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바퀴와 크로스 임팩트 매트릭스

이처럼 델파이법에 따라서 검토해야 할 커다란 항목이 정해지면 다음은 ‘미래의 바퀴 Future's Wheel’라는 방법으로 항목을 좁혀 가는 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큰 흐름 속에서 해당 항목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검토에 들어간다. ‘미래의 바퀴’의 원칙은 누군가 제안한 결과에 대해 ‘누구라도 반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그 의견은 채택되지 않는다. 전원이 동의해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전단계에서 나온 개별 결과에 대하여 다시 같은 원칙으로 새로운 ‘가능성 바퀴’를 작성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이러한 작업을 몇 번 되풀이해 뉴욕 주에서는 120항목의 ‘가능성 바퀴’를 이끌어 냈다. 중요한 것은 이들 120개의 예측에 참가자 전원이 합의했다는 점이다.

다음 단계는 크로스 임팩트 매트릭스다. 이것은 전원이 합의한 120항목에 대하여 어느 것이 더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 항목인지 찾아내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120항목을 도표화해서 가로와 세로로 나눈 뒤 각각을 짝지어 그 결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해 가는 것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제로로 하고,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합의될 경우에는 플러스 기호(+)를, 부정적일 때는 마이너스 기호(-)를 적어 넣는다. 이 작업을 마치면 참가자 전원이 합의한 120개 항목 중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예측과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예측이 수치적으로 명확해진다. 이렇게 120개 항목의 상관관계가 확실해지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뉴욕 주의 사례를 바탕으로 개인 차원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미래 예측의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기업의 전문가는 더욱 정교한 방법을 쓰고, 컴퓨터를 도입해 복잡하고 신속한 작업을 해낸다. 이처럼 미래 예측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또 미래 예측은 개인 생활에도 이용 가치가 아주 높다. 그러나 일본 정부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관료나 정치가들은 대부분 미래 예측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나 정치를 움직이려면 미래를 창조하려는 꿈과 열정을 지닌 개인과 단체가 국경을 떠나 손잡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의 글로벌 기업이 움직이는 ‘가상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WFS가 뽑은 미래 연구자 17인의 레이더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점을 추출할 수 있다. 첫 번째 조건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움직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이야말로 미래의 원동력과 직결되는 요소다. 정치체제 등은 시대와 더불어 격변하는 일시적 요소지만 과학적 발명은 변할 리가 없을 뿐 아니라 규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시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번째 조건은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만한 사건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던 문제도 사람들이 거기에 관심을 돌릴 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알지 못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은 성공할 수 없다. 세 번째 조건은 아직 큰 흐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충격을 줄 만한 발상이나 다른 의견에 되도록 빨리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요소들을 모니터링한 다음 새로운 미래도를 ‘시나리오’로서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까? 새로운 발견이나 데이터를 늘어놓기만 해서는 호소력이 약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있는 시나리오로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에 현실성과 다양성과 깊이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지타운 대학의 소련 연구자 안젤라 스텐트는 “고르바초프의 개혁이 실패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제목으로 국무차관인 리처드 쿠퍼와 볼보의 장기전략부장인 보 에크먼과 함께 팀을 이루어 공동 시나리오작업을 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이 시나리오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학자, 관료, 기업인 등 세 사람이 팀을 이루어 협력함으로써 더욱 알찬 보고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는 지금까지의 역사와 과거의 흐름으로부터 얼마만큼 지혜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10년 전의 자신을 생각하고, 10년 후, 말하자면 현재의 자신을 어떻게 상상했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10년 전의 자신과 항상 대화하면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업을 반복해 보면 개인의 경우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우도 번창과 쇠퇴의 흐름이 뚜렷이 수면 위에 떠오른다. 개인의 역사 속에 미래의 교훈이 숨어 있는 셈이다.

쓰러지는 기업에는 이미 10년 전에 그 이유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런 조짐을 무시하고 뚜껑을 덮어 버리는 기업은 그대로 망하는 길을 갈 뿐이다. 실패하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보고 싶지 않다고 피하는 자세로는 미래로 향하는 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의 사실이라도 뚜렷이 계속 응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싫은 일은 한시라도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의 실패 경험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시나리오 수립의 중요한 의의는 원하지 않거나 듣고 싶지 않은 정보를 표면에 드러냄으로써 위기를 피해 가는 데 있다.

미래사회와 비즈니스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 건물은 세계 최대의 오각형 건조물로 알려져 있다. 이 펜타곤은 민간기업이 합동해서 대항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 최강의 두뇌집단’일 뿐 아니라 그 예산 역시 막대하다. 인터넷의 발명과 기반정비로 실적을 올렸던 이곳 국방부의 DARPA(첨단기술개발국)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류의 미래에 크게 기여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펜타곤에서 어떤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10년 후의 비즈니스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004년 4월 말, 펜타곤이 발표한 ‘전략기술 세미나’의 키워드는 ‘재활용 recycle'이었다. 말하자면 군대의 장비나 자원은 물론 병사조차도 재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우선 이라크나 아프간 등의 전장에서 이미 실험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가상병사 virtual soldier'가 주목을 끌었다. 이것은 병사의 신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한 칩을 병사의 인식표에 집어넣는 기술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현장에서 위생병이 더 빨리, 그리고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게 되고, 원래의 건강 정보를 알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미 육군의 게리 모제스 박사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부상 병사를 자동 진단할 수 있을만큼 실용화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전 세미나에서는 신체의 건강정보를 쉬지 않고 새로 기록하는 기능성 속옷도 소개되었다. 이렇게 되면 의사나 간호사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환자의 건강 상태를 항상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물론 간병시설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펜타곤의 DARPA의 브레토 기로아 박사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 주제는 놀랍게도 ‘인체 재생 의료’이다. 이는 의수나 의족이 아니라 자신의 세포를 활용해서 잃었던 신체 부위를 재생시키는 기술이다. 그러나 양서류라면 모르지만, 인간에게도 그런 것이 가능할까? 기로아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의 내장, 예를 들어 간은 90퍼센트를 잃어도 충분히 재생된다. 혈액과 피부도 재생되지 않는가. 이들 메커니즘을 해명해 유전자연구의 성과를 응용하면 다른 부위의 재생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자동차 쇼에 가보면 어느 곳에서나 두 가지 컨셉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친환경적 ‘에코 카 기술의 진보’와 ‘IT화를 통한 쾌적함과 안전성의 추구’이다. 이 컨셉트에 맞추어 하이브리드 카(기존의 차량에 비해 유해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차세대 환경자동차)가 나날이 디자인이 향상되고 경량화되고 있어, 2010년대에는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사실 자동차만큼 컴퓨터와 궁합이 잘 맞는 제품도 드물다. 자동차 안에 최첨단 IT가 가득 차 있는데도, 운전자가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의 자동차에는 네비게이터와 DVD 플레이어를 비롯해, ‘블루 투스’라고 총칭되는 근거리 무선통신의 인터넷 통신환경까지 전부 깔려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도 강력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잘 된 나라’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도 많지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령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때문에 범죄의 발생과 재발을 막기 위해서 최첨단기술을 활용한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간의 DNA 속에는 병을 일으키거나 범죄와 같은 행동을 유발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성격결정인자가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험인자를 사전에 조사해 두면, 질병 예방은 물론 범죄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착상으로 “범죄인자는 유전한다.”라는 견해가 그 배경이다. 범죄 예방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범죄 수사에는 물론, 범죄 예방의 분야에도 DNA 정보가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마침내 일본에서도 2004년 12월부터 DNA 데이터베이스의 운용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는 이야기를 바꾸어 일본의 정치와 비즈니스에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언제부터인지 일본의 경제는 중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고 말았다. 현재 어떤 형태로든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 1만 9,000개 이상이라고 하니, 정말 중국 없이는 일본의 경제가 성립될 수 없다는 말도 나올 만하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미래학의 기법을 써서 미래 예측을 해볼 때, 중국이야말로 일본의 최대 리스크가 된다는 추론이 성립된다.

중국의 지도층과 이야기해 보면,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 미국의 유아독존식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라는 강렬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식의 밑바닥에는, 역사가 불과 230년밖에 안 된 미국보다는 중국이 훨씬 더 훌륭히 세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을 보면, 머리 위에 내걸린 화려한 미래도와는 달리 발밑에서 위험 신호가 계속 깜박거리고 있다. 그중에도 빈부격차의 확대는 아주 심각하다. 이런 빈부의 차는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정부활동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또한 불량채권율이 이미 50퍼센트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4대 국영은행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러한 ‘코앞의 위기’를 시급히 처리하지 않으면, ‘공산주의 정치 체제에서 자본주의의 가면을 쓴 사회주의’로 불리는 경제금융 시스템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분열과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지금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이나 2010년의 상하이 만국박람회로 들떠있을 처지가 못 된다. 이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도 그 중 한 가지 선택이라는 것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은 이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협력해서 예방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들은 ‘2015년까지 일어날 세계적 규모의 대전환’을 몰고 올 수많은 요인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현재의 과학기술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고 있고, 동시에 국가의 안팎에서 수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미래를 전망해 보려고 해도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이 따로따로 일어난 것처럼 보여도 실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모든 문제는 한 개의 근원에 다다른다. 그것은 바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다. 각 개인의 마음에 있는 무한한 에너지를 재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미래 연구자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정리해 보자. 왜냐하면, 이 요소들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첫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상식과 고정관념의 진실성을 의심해 보고 그것을 타파할 용기를 키워야 한다. 둘째, 자신의 내면과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모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깨닫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시야에서 이해하고 해결하려 해야 한다. 셋째, 자신의 레이더는 항상 자신을 초월한 세계에 펴놓아야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발밑을 보는 것을 잊지 말고 행동은 항상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개혁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을 피하려고 한다면, 내부붕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과거 그런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붕괴했던 거대기업의 예가 우리 앞에 얼마든지 있다. 미래에 관심이 있다면, 조직이 순탄할 때 오히려 그 끝맺음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기업이나 가정, 아니 어떤 사회에서도 개인의 책임을 묻는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개인의 의식 개혁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조직에게도 개인에게도 미래학이라는 가시선 밖의 레이더가 꼭 필요하다. 여러분도 언제나 리스크를 엄격히 관리하고 미래를 희망하는 대로 디자인하겠다는 의욕적인 발상이 있으면, 훌륭한 미래 연구자가 될 것이다.

후기

2000년 봄, 미국에서 발표된 한 논문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터넷 시대의 에디슨’이라고 불리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의 수석연구원 빌 조이가 인류 멸망의 시나리오를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유전자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의 세 첨단기술 분야가 컴퓨터의 급속한 진보로 누구에게나 손쉽게 활용되고 있지만, 그만큼 인류는 멸망할 위협에 노출돼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이는 지구를 ‘제트기’로 비유해 ‘승객 전원에게 추락 버튼을 맡긴 채 날고 있는 상태’라고까지 경고하면서 세계를 향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정말 앞이 캄캄한 것일까? 미래 비즈니스를 포함하여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 답은 다름 아닌 인간의 ‘의식’ 속에 들어 있다. 대체로 긍정적이고 부드러운 자세가 미래를 주도해 가겠지만, 다른 한편 욕망과 포기, 책임전가, 이기주의도 역시 미래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조이도 이런 맥락에서 ‘미래로부터의 경고’를 발했음에 틀림없다. 지금 지구는 인간의 수명에 비유한다면 ‘성숙기’에 도달했다. 지구가 우주 속에서 살아가게 하려면 위에서 말한 인간, 자연, 과학기술의 3자 관계를 다시 정의해,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시급히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미래학의 세계로 안내해 준 사람은 미 해군의 전략가 존 피터슨이다. 앨링턴에 있는 그의 집은 미래 연구자에게는 ‘양산박’과 같은 아지트였다. 이 분위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앨빈 토플러와 피터 슈워츠도 여기서 만났다. 윌리스 하먼도 언제나 최연장자로서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 젊은 사람들의 격렬한 토론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따스한 인품에서 많은 미래 연구자들이 ‘자기와 다른 타인의 의견과 견해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 곧 미래학의 핵심임을 무의식중에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이 미래학의 천재, 하먼의 정신을 독자와 더불어 이어갈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기쁨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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