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리학자가 본 성과 마음 이야기 : 잠자는 공주는 키스 대신 섹스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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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리학자가 본 성과 마음 이야기 : 잠자는 공주는 키스 대신 섹스를 원한다

[015] 잠자는 공주는 키스 대신 섹스를 원한다
어느 날 왕자가 숲을 지나다 유리로 만든 관을 보았다.

다가가서 보니 유리관 안에는 피부가 백설처럼 하얀 아름다운 공주가 누워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그녀를 본 왕자는 성욕이 발동해서 유리관 뚜껑을 열고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왕자가 위에서 요동을 치자 공주가 깨어났다. 원래 공주는 계모가 준 사과를 먹고 오랫동안 잠에 빠진 것인데 왕자 때문에 몸이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목에 걸린 사과가 입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잠에서 깨어났다. 그후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그토록 아름다운 동화를 어떻게 이런 음란한 이야기로 만드느냐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백설공주'의 원전은 마지막 장면에서 왕자가 공주에게 키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스를 하는 것이 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근대에 와서 동화로 엮어지면서 성적인 내용은 모두 빠지고 아름답게 포장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춘향전'도 마찬가지다. 방년 열여덟의 이도령과 춘향이가 뜨거운 밤을 보낸 이야기는 사라지고 춘향이의 절개만이 강조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은 어둠 속에 가려져 왔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일단 주위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가장 가까운 부부간에도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굉장히 낯뜨거운 일이며, 서로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주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한 남성이 나를 찾아온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사귀던 여자와 드디어 함께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지 그만 잠자리에서 발기가 안 되는 것 아닌가? 이틀 밤을 본의 아니게 '깨끗하게 보내고 돌아와 나를 찾은 것이다.
그의 문제는 나를 찾아올 게 아니라 상대 여성과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여성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라고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잘됐다'면서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들떠서 전화가 왔다.
그 남성은 사실대로 털어놓자 그녀가 “잠자리를 안하기에 나를 생각해서 그런 줄 알고 감격했었는데 좀 실망이다”라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녀가 발기를 도와주어 한번 섹스를 하게 되고 다음부터는 두 사람의 사랑이 더 깊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대부분 부부들은 성은 영화 속에서 보듯 아름다운 것, 문학 속에서 보듯 극치의 황홀함을 주는 ‘무엇'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분명 상상 속의 환상과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성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것은 무지개처럼 우리의 손이 닿을 수 없는 환상의 세계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우리 삶의 활력소와 윤활유가 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때로는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주고 결국은 부부의 사랑을 완성시켜 주기까지 하는 성을 이제 저 환상의 세계에서 우리의 일상 속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그때 비로소 성은 아름다운 그 무엇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