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비지니스 성공사례를 통해 본 소호족의 자질
나홀로 `무한` 책임
코스닥 등록 제의받는 소호까지 등장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원대
(주)이창희할인서비스의 이창희(35) 사장은 이른바 비(非)기술 분야
소호족의 원조격인 사람이다. 대한항공을 다니던 그는 93년 3월 여행용
가방을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으로 소호족으로 변신했다. “해외 여행을
통해서 세상은 넓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현재의 삶에 안주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ROTC로 근무하며 모아 둔 5백만원과 적금 1천만원, 퇴직금
3백만원 등 총 1천8백만원의 돈이 쥐어져 있었다. 이 돈으로 무슨 사업을
할까 고심하던 그는 여행용 가방을 빌려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일반인들에게 있어 그리 잦지 않은 해외 여행을 위해 비싼 가방을 사는
것보다는 빌려쓰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착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퇴직 전 마지막 여행지를 미국으로 정한 후 교포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샘소나이트 가방 50개를 개당 14만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했다.
이 사장은 당시 150만원에 휴대폰을 구입한 후 전화 주문은
사무대행회사, 가방 보관은 아는 사람 집 지하실에 맡겨 놓고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고객은 친구나 아는 사람들 정도에
그쳤다. 이런 서비스 자체가 생소할 뿐만 아니라 홍보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후 16만원을 들여 1단짜리 신문 광고를 낸 덕분에
‘순수한’ 첫 고객을 맞을 수 있었다. 그는 전화를 받고 서울
공항동에서 하계동까지 숨가쁘게 달려갔다. 그러나 첫 손님에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가방 하나를 빌려주고 나오는 길에 접촉 사고를
내는 바람에 더 큰 손해를 보고 돌아와야 했다. 하늘이 너무나 어둡게
보였다.
그러나 관광 안내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오랫동안 버틴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관광신문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일간지, TV, 라디오
등에 연속적으로 소개되면서 1주일 사이에 15개의 체인점을 계약하고,
6천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이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모색했다. 할인서비스가 그것이다.
빨간색 이창희 할인카드를 갖고 있으면 음식점, 점포뿐만 아니라
소비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업종에서 평균 10% 정도를 할인해 주는
서비스이다. 가령 신사동에 있는 우동 전문 일식집 `고우끼`의 입구에는
이창희할인카드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세 명이 식사를 했더니
3만3천원이 나왔는데, 이창희카드를 제시하자 10%인 3천3백원을 할인해
주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1만5천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고, 연말까지
5만 개의 가맹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게 있어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난 5년 간 워밍업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런
사업은 이렇게 추진하면 된다’라는 틀이 머리 속에 잡힙니다. 한 20여
가지 아이디어 사업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제 계획은 순수한
아이디어 사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이창희 사장에게는 사업을 함에 있어서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 두 번째는 틈새 시장을 노린다, 세 번째는
남도 좋고 나도 좋은 일, 즉 윈윈(Win-Win) 전략으로 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에 의해 일을 하면 수많은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으며, 그것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후배 소호족들에게 들려줄 교훈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도전, 인내, 창의, 고집, 긍정이라는 다섯 단어를 명심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사장은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매일같이 자정 무렵까지 일한다. 좀
피로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단다.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성취를 이뤄가는 것이야말로
그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 왔던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모든 소호족들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탁월한 경쟁력을 확보하라
`제가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등 주위 분들이 모두 위험하다고
말렸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가 눈앞에 보일 때가 가장 즐거웠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인 것같습니다.`
(주)고이노의 이은아 대표. 33세의 미시족인 그녀는 무척 어려 보인다.
그러나 그 경쟁력은 탁월하다. 창업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94년 10월
청담동에 자그마한 부티크를 연 후 4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고이노는
국내 보석 시장을 제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의 고급백화점, 부티크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디자인은 오히려 앞선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고이노는 IMF 시대에
수출품 제작에 여념이 없다.
이은아 사장은 고등학교와 대학, 총 7년간 국악을 전공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런데 자신이 선택한 ‘비교음악’을
제대로 배우자니 적어도 15년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욕심이 많은
그녀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우연히 근처에 G.I.A라는 세계적인
보석학교가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국악을 공부하면서도 디자인과 패션 쪽에 관심이 있어 공부를 많이
했어요. 보석도 패션으로 생각하고 입학했죠`
이 사장은 남들이 4년 이상 걸리는 과정을 2년반 만에 돌파했고,
감정·세공·디자인 등 총 8개의 자격증을 따 한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에선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개의치 않았다. 은행 융자
등을 통해 청담동에 작은 가게를 하나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자본이
문제였다. 그래서 처음엔 고객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보석을 새로
디자인해 주는 ‘리폼(reform)’ 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틈새시장을
철저히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이 나왔나 봅니다.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고, 아주 빠르게 소문이 났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보석을
들여놓았고, 백화점에도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그녀를 모방한 업체도 있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현재는 현대(무역센타점)·갤러리아 등 총 다섯 군데의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고이노는 96년 업계 최초로 ‘GD(Good Design)’ 마크를 획득했고,
연말에는 SD(Super Design)상도 받았다. 97년 12월에는 S증권사로부터
코스닥 등록도 제의받은 바 있다.
`저는 처음부터 금은방 주인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하고
싶었죠. 그래서 대중화·대량생산을 목표로 했습니다. 또 국내에서
1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3위의 보석 수요국인데
이제 세계로 나가야죠.`
이은아 씨는 이제 25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어엿한 사장이지만
견본 제품은 직접 디자인한다. 패션분야의 ‘알마니’, ‘베르사체’처럼
디자이너 오너 회사를 만들어, 머지않아 ‘티파니’, ‘까르띠에’ 등과
세계시장에서 겨뤄 볼 생각이다. 이은아 사장은 소호족이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은 ‘남이 범접할 수 없는 탁월한 경쟁력’임을 보여준다.
도전하라, 그리고 성취하라
또 한 명의 여성 소호족 김은영 씨(34)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지도
문화를 열고 있다. 우리가 아는 지도는 기껏해야 교통지도, 관광지도
정도. 그녀는 지도를 새로운 광고 매체로 인식하고, 그 제작에 들어간
최초의 한국인일 것이다. 92년 파리를 여행중이던 그녀는
스트라스부르그라는 작은 동네에서 맥도널드에 들어갔다가 고객
판촉용으로 배포하고 있는 지도를 보게 되었다. 그것에는 파리 시내에
있는 모든 맥도널드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제 그녀는 이와 같은 작업을 한국에서 맥도널드와 진행하고 있다.
포켓북 형태의 이 지도에는 서울에 있는 모든 맥도널드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압구정동 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지역에
대한 지리 정보를 담고 있다.
김은영 씨가 만드는 ‘비틀맵(Beetlemap)’은 기존 평면 지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여 스케치하고, 사진 찍은 후 그
자료를 토대로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리는 입체 지도인 것이다. 마치
헬리콥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듯하며 실제 모습과 똑같이 그려진
건물들을 직접 확인하며 원하는 장소를 찾을 수 있다.
딱정벌레차를 좋아하는 그녀는 이것을 캐릭터화하여 ‘비틀맵’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귀여운 노란색 비틀(실제로 그녀가 갖고 있는
차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세한
정보를 준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면 좀더 쉽지만 기계적인 느낌을 줍니다. 인간적인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은영 씨는 무역 회사에 5년 간, 와인 수입업체로 옮겨와 다시 5년 간
직장생활을 하며 평사원에서 이사까지 올랐으며, 지난해 독립했다.
`따분한 수입 업무를 하다보니 입사 한 달만에 깊은 갈등에 빠졌습니다.
그러던중 영업 업무를 자원했습니다. 미개척분야에 도전, 스스로 마케팅
책을 사서 공부하며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것이 창업에 밑걸음이 된 것
같습니다.`
현재 그녀는 주식회사 조이스버드의 광고 마케팅부장으로 직접 영업을
뛰고 있고, 지도를 그리는 사람 등 총 5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한 달
정도의 작업 끝에 젊은이들의 명소인 압구정동 지도를 완성했고, 곧이어
동대문, 남대문, 인사동, 이태원, 용산 전자상가 등 테마 중심의 서울
시내 지도가 완성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지도를 한번 그리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보완해 나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업이 되겠다고 시작했지만, 하면서 지도의 생명력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로서의 완성도이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형태로 변형이 가능합니다.`
한편 김은영 씨는 마치 ‘장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생활정보 지도,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의 관공소가 주민들을 위해 배포하는 지도, 매달
발간되는 잡지 형태의 지도도 고려하고 있다. 지역별로 가정집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상세한 기본 지도를 바탕으로 하여
필요성이나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내용과 형태의 변형이 가능해
상품 개발이 무한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IMF 체제하의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히 도전했고, 무서운 추진력으로 실행해 가고 있는 용감한
소호족이다.
소호 비즈니스는 결코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며, 이런 점에서 큰 회사를 경영하는 이치와 조금도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호족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젊은이라면 어떤 일이든
도전하여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이들 세 명은 충분히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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