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워라밸 이라는 단어로 폄하(?) 되면서.... 살짝 왜곡되어서 대중들에게 인지되는 것 같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내용인데... 단순히 눈치잘봐서 일을 적게 한다거나, 미리 막대한 업무를 할당해서 워라밸을 차단해야 한다는 등의 희한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페미니즘이 한국에 들어와서... 희한하게 왜곡된 결과, 젠더갈등이 팽배해 진 것처럼....
일부 왜곡된 사상을 가진....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WLB 또한 왜곡시키지 않기를 희망한다.
불교가 종교가 아니고, 석가모니가 신이 아니듯이....
WLB는 개인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대상인 것이지... 세대갈등, 젠더갈등 같은 갈등의 대상이 아니다.
두가지 자료가 폴더에 있어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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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유, 일하는 이유
어느 날인가부터 새들이 너무 불쌍해졌다. 날아다니기 위해서는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새들은 잠깐 나무에 앉아 쉴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찾고 끝없이 먹어야만 한다. 칼로리가 낮은 풀을 먹고 살아야 하는 초식동물 역시 잠잘 때를 제외하곤 온종일 먹어야 한다. 때로는 소화시킬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고 다시 토해서 되새김질을 한다. 육식동물은 섭취하는 고기의 열량이 높고 몸 안에 지방 형태로 축적될 수 있기에 한번 식사하면 당분간은 쉴 수 있다. 하지만 사실 휴식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등산을 갔다 동굴에 갇혔는데 먹을 것이 없다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하는 게 상책이다. 맹수들 역시 언제 다시 사냥에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배가 채워지면 최대한 열량을 보존하기 위해서 꼼짝도 않고 누워 있다.
인간이 일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다. 인간은 그 어느 동물보다 오랜 시간 노동한다. 사냥할 때 맹수들은 때때로 몇 시간이고 꼼짝도 않고 먹이가 공격 사정권에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아프리카의 코끼리는 기근이 들면 과일과 물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이동한다. 하지만 인간처럼 하루 8시간 이상 매일 일하는 동물은 없다. 동물과 비교할 때 모든 인간은 일 중독자다. 산속 암자에 혼자 살면서 해탈한 도인의 삶을 살펴보면 결국 먹고 생존하는 것만으로 족한 삶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즉, 도를 닦는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욕망을 버려서 단순한 삶에 만족하는 삶이다. 하지만 우리들 평범한 사람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일 역시 인간의 제2의 본성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일 중독자인 인간
사람들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일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기초하고, 일부는 경제 문화적 배경에 기초한다. 우선 남아도는 뇌를 사용할 대상이 필요하다. 손발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어떨까?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주어진 신체기관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엄청나게 큰 뇌를 갖고 있다. 특히 뇌의 앞 쪽에 위치한 전뇌(frontal lobe)가 발달돼 있다. 전뇌의 기능은 무언가를 예상하고, 계획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전뇌가 있음에도 할 일이 없어서 쓰지 못한다면 손발이 있음에도 움직이지 못할 때 느끼는 답답함을 경험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집단을 이뤄 사는 동물들 사이에서는 항상 우두머리가 있다. 수컷 동물들은 우두머리가 되면 암컷을 독점할 수 있다. 씨를 퍼뜨리고 싶다는 이기적 욕망이 우두머리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암컷 우두머리는 다른 암컷들이 우두머리 수컷에 접근하는 것을 되도록 차단해서 배가 다른 새끼들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새끼가 생존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거대도시를 이루기 전 우리의 선조들은 100명이 넘지 않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살았다. 일을 잘하고 인정받을 때 원하는 배우자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자녀가 무사히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구분되기 전, 일마다 주어지는 대가의 차이가 현대사회처럼 크지 않던 시절에는 무언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은 충분히 집단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일을 통해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어느새 인간의 제2의 본성이 됐다.
일 자체가 매우 지루하고 때로는 골치 아프고 심지어는 두려운 마음을 갖게 할 때도 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근육만 계속 쓰면 몸이 피로해지고 심지어는 통증을 느낀다.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하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전뇌를 사용하지 못해서 지루하다. 반복적인 정신노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뇌세포는 근육세포와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세포들은 차이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 근육을 반복해서 쓰면 피곤하듯이 뇌세포도 반복적으로 쓰게 되면 피곤하다. 우리는 뇌의 피곤을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지루해지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억지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보면 한눈을 팔게 마련이다. 무거운 물건을 계속 들고 있으면 팔이 뻐근해지면서 물건을 내려놓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높은 보수를 받는 일일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예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일이 잘 풀리면 좋지만 안 풀리면 자리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사자가 매번 얼룩말을 쉽게 잡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얼룩말의 강력한 뒷발질에 사자가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원주민들이 사냥할 때도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에게 죽을 수 있다. 현대 사회가 인간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은 안정이다. 그런데 더 많은 보수와 더 높은 지위를 획득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 위험한 마력에 사로잡히면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일 자체가 즐거움이고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일이 기쁨이라고 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들은 고액연봉을 받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다. 프로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스릴만점의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비시즌에는 고된 훈련을 해야 하고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기간이 제한돼 있다. 즐거우면서 높은 보수를 받는 완벽한 일의 시기가 젊은 날에 끝나면 그 다음부터는 기나긴 불만족과 불안이 죽을 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만약에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고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가수, 화가, 작가 같은 예술가들도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 역시 창조력에 한계가 있고, 세상의 방향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젊어서 압도적인 명성을 얻지 않는 한 나중에는 자신의 능력을 쥐어짜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행복지수도 높고, 인정도 받으면서, 생활이 가능하고,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하게 되는 직업이 교향악단 지휘자다. 그래서인지 교향악단 지휘자는 아주 오래 사는 대표적인 장수직업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지휘하고 사람들을 통솔하면서 인정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휘자 못지않게 오래 사는 직업이 종교지도자다. 그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일을 일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설교하고, 신도들을 만나고, 기도하는 것은 일이자 기쁨이면서 동시에 의무일 것이다. 더군다나 종교지도자들은 신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 세상에서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신의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에 고통을 잊을 수 있다.
Work-Life Balance
그러나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충분한 보수를 받고 존경도 얻는 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삶은 아니다. 재능, 노력, 행운이 함께 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하다. 우리는 어려서는 나중에 크면 돈과 상관없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크고 나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돈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하고 싶은 좋은 일은 한정돼 있기에 확률적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살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 일자리는 정해져 있고 그 중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일부터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자리가 채워진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돌아오는 일은 그가 원치 않았던 일일 확률이 높다. 그러한 일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가 그 직장에서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 설혹 힘들게 중앙부처 공무원이 됐더라도 며칠 밤을 새워 아무 목적도 없는 책 한권 분량의,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즐거울 리는 없다. 더군다나 능력 있고 똑똑한 이들이기에 그런 일은 더더욱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고 죽음 앞에서 후회가 덜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한다. 좋아하기는커녕 지겨워서 죽고 싶을 정도로 싫어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잘릴까봐 항상 불안해 하며 나중에 다가올 천국 같은 은퇴를 꿈꾼다. 당첨되면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에 한 번 로또 복권을 사면서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그런데 원치 않는 일을 모두 내팽개친다면 과연 진정 원하는 일을 하게 될까?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나 잭 니콜슨 주연의 ‘버킷리스트’ 같은 영화는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우리들의 소원을 대리만족시켜 준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모든 것을 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사실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대개 우리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원치 않는 순간에 억지로 이뤄진다. 사람들은 그것을 실패라고 부른다. 모진 고생을 하다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서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 일시적으로는 후련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허전함이 밀려오면 포기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후회에 사로잡힌다.
모든 것을 버렸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가진 것이 없어질 때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행복하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에게 일이란 생존을 위한 도구 이상의 의미가 있기에 일이 안 풀리면 행복하기 어렵다. 대체적으로 일을 잘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고, 일을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은 불행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진정한 바람은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다”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하는 일을 재미있어 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일을 해도 금세 질리게 마련이다. 지금 하는 일이 재미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다른 일에 뛰어드는 것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때가 많다. 아무리 재미있어 하는 일도 돈을 벌기 위한 일이 되는 순간 그다지 즐겁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 행동이 일이 되는 순간 재미는 실종된다. 아무리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도 먹고 살기 위한 일이 되는 순간 억지로 해야 하는 부분이 끼어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소원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가 아니라 “일 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부분을 늘리고, 하기 싫은 부분은 줄이고 싶다”일 것이다. 그리고 일과 삶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일에서 재미없고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을 추가해야 한다.
일이라는 공적생활은 나의 사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나 같은 사적인 부분은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따라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고 일을 보다 큰 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한 단계로 인식한다면 일을 하다가 힘든 순간이 있어도 견디기가 수월해진다.
그리고 간간히 쉬어줘야 한다. 또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완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일을 내일로 미루고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허리가 아프면 의자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면서 쉬어야 한다는 신호다. 골치가 아프다는 것은 생각을 멈춰야 한다는 신호다. 요즘 머리가 아프고 한숨을 자주 쉬는가? 그렇다면 진지하게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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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 정책의 도입에 관한 연구: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손영미(명지대) ․ 박정열(고려대) ․ 김가영(중앙인사위원회)
몇 달 전 맥도날드의 최고경영자 2명이 과로사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심장마비와 직장암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병원 측은 과다한 업무로 인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에 이유를 두고 있다. 신문에 화두가 되었던 것은 과로사로 숨졌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이들에게 50억에 해당하는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였기 때문이다. 평생 일해도 벌기 힘든 돈을 받았다는 부러움보다는 죽으면 그 많은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데 평소에 건강관리를 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과로사로 숨지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들이 왜 과로사로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쉬지 못해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자기관리능력이 부족해서 등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근본 원인은 일과 삶 간의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란 일과 가족, 여가 및 건강, 성장 및 자기계발 등과 같은 일 이외의 영역에 시간과 심리적․신체적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삶을 스스로 통제, 조절할 수 있으며, 삶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 가족, 건강, 여가생활, 성장 및 자기계발, 인간관계, 재정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들에 대해 시간, 심리적 관심과 열정, 신체적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에 대한 통제감을 확보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편식하면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일과 삶의 균형'은 근로자의 삶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조직의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의 근본적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제반 지원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때, 이로 인해 근로자의 삶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과 조직의 생산성과의 관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정말 근로자의 삶이 향상되었다고 해서 조직의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이미 많은 연구결과들에서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으며(김정운, 박정열, 2004; Bloom, Kretschmer, Van Reenen., 2006; IER/IFF, 2000, Watson Wyatt World Wide, 2000), 일과 삶의 유기적 연계성과 심리적 메카니즘에 관한 이론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이이론에 따르면, 일과 삶의 영역은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이것은 서로 독립적인 영역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상호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복잡 미묘한 역학관계를 갖는다(박주희, 2003). 따라서 일과 삶 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의 영역과 일 이외의 영역 간 부정적 전이 및 방해효과를 최소화시키고, 긍정적 전이를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이는 두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볼 수 있는데, 심리적-육체적 피로의 전이와 걱정과 같은 정서적 긴장, 부정적 정서경험의 전이가 그것이다. 하루 종일 너무 지치고 힘들면, 집에 가서 짜증이 나고, 꼼짝도 하기 싫은 경우, 주말에 집안행사나 여가활동 등으로 바쁘게 지내다가 출근해서 오전 내내 조는 경우, 회사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못이루거나, 꿈속에서 조차 그 일 때문에 걱정하는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아이문제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 힘든 경우 등등 우리 주변에서 전이의 예는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2004년도에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3가 일과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너무 피곤하여 일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라고 응답하였다. 또한 가족문제로 인해 과반수 이상이 직장에 늦거나 일찍 퇴근하며, 53%는 직장을 그만둘 생각을 심각하게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51%의 응답자는 가정일 때문에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www.workfamily.com, 2004). 2005년도에 실시한 국내 연구에서도 업무로 인한 피로감이나 스트레스가 삶의 영역에 그대로 전이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전체응답자의 80.7%가 업무 때문에 가족에게 무관심하며, 51.3%가 화풀이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또한 업무로 인해 건강이 저해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50.2%이며, 업무스트레스로 휴일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9.6%이다(김정운, 박정열, 손영미, 2005).
에너지의 카덱시스와 반카덱시스 원리에서도 일과 삶의 영역이 물리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에너지적인 관점에서는 상호 연관될 수밖에 없는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피력한다. 카덱시스란 삶에 대한 미해결과제나 갈등요소 등을 해결하기 위해, 혹은 신경을 계속 쓰기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반카덱시스란 자꾸만 생각나거나 신경이 쓰이는 미해결과제를 생각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를 마음속에서 억누르거나, 참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일과 삶의 영역에서 생기는 주요한 갈등이슈들의 미해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카덱시스와 이를 억누르기 위한 반카덱시스 에너지를 활용케하며, 이 과정 속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업무와 창의적인 일에 사용할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Mischel, Shoda, & Smith, 2006). 더욱이 미해결된 과제의 해결없이, 새로운 갈등과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개인의 심리적․신체적 에너지를 온통 비생산적인 일에 사용하도록 하며, 결국은 탈진과 만성피로, 심지어 자살 등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적 관계를 고착화시키게 된다(김정규, 2006). 열심히 일하다가 갑자기 자식의 등록금이나 아내/남편과의 트러블, 엉망이 된 집안, 집의 재정문제, 미래에 대한 막막함, 자식문제 등이 떠오르게 되면, 이 때문에 카덱시스가 발생하게 되고, 다시 일에 집중하기 위해 떠오르는 이들 생각을 누르는 반카덱시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 예이다.
일과 삶 간의 유기적 연계성에 대한 이해없이 조직의 생산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일만이 조직이 담당하고, 보살펴야 하는 영역이며, 삶은 개인이 담당해야 하는 사적 영역인 것으로 간주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은 최소한의 삶을 지원하는 복지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는 산업시대의 논리이다. 창의성과 자발성 등 개인의 정신노동과 지식이 중요시 간주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보상과 처벌의 원리로써 인간을 기계적으로 다룬다고 해서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어느 정도까지는 효과가 있지만,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과 삶 간의 유기적 연계성을 인식하고, 근로자가 자신의 에너지를 최적화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때, 일과 삶 간에 부정적 전이를 최소화시키고, 긍정적 전이를 최대화시킬 때 가능하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일과 삶의 균형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1)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다음으로 2)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이들 조직에서 일과 삶의 균형정책이 특히 실시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3) 만일 실시된다면 어떤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Ⅰ.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정책이란 무엇인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정책’이란 일과 삶 간의 갈등이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반 제도 및 정책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일과 일 이외의 삶의 영역 간 부정적 전이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전이를 최대화함으로써 삶에 대한 통제력 회복,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삶 지원 제도 및 일과 삶 균형 조직문화 형성제도로 정의내릴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과 관련한 주요 정책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업무의 효율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일 이외의 삶의 영역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지원 제도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필수요건은 시간의 적절한 배분이다. 그러나 하루의 시간은 한정되어있는 반면 일에 할애해야 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일에 분배된 시간을 삶의 영역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효율적인 일처리를 통한 시간 절약이 필수적이며 같은 맥락에서, 삶에 분배된 시간을 삶의 다른 영역과 일의 영역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삶의 효율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일 지원 제도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주된 과제는 과다한 업무시간 및 업무량, 비효율적 업무구조/처리로 인한 업무시간 연장, 관행적 야근, 동료/상사와의 갈등 등의 개선과 쾌적한 업무환경의 조성 등이다.
둘째, 임신, 출산, 육아, 교육, 재정 등 가족 체계의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가족 지원 제도이다. 일과 삶의 조화에서 삶(life)은 가정뿐만 아니라 여가, 성장 및 교육, 인간관계 등의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삶(life)은 가족(family)을 대신하는 용어에 불과하였다. 그만큼 가족은 일과 비등할 정도로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가족은 개인의 성격형성, 자녀양육, 에너지의 재충전을 위한 장이며, 삶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관계주의적․유교주의적 문화권의 경우, 가족은 곧 ‘나(self)’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상호의존적 자기(interdependent self)라 일컫는데, 이는 가족,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이 나(self)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에 비해 서구와 같은 개인주의적 문화권에서는 가족은 내가 속한 집단이지만, 나의 성공/실패가 곧 가족의 성공/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역으로 가족의 성공/실패 역시 나의 그것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를 독립적 자기(independent self)라 일컫는데, 가족은 중요하긴 하지만 나와는 독립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가족의 가치가 개인의 가치를 규정지을 수 없는 것으로 본다(한규석, 2002; Markus, Kytayama, 1991). 이 같은 학문적 논의를 배제하더라도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삶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과 중요성이 더욱 큰 것은 사실이다. 가족 지원 제도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주된 과제는 출산과 육아 등 아이의 양육과 관련한 제반 문제, 교육문제,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 재정문제 등이다.
셋째, 일의 영역에서 요구하는 업무기술의 습득 및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 지원 제도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산업/조직심리학, 그리고 경영학, 가정학 등에서는 개인을 기업 혹은 가족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써 보는 관점을 견지하였다. 초기 일과 삶 균형에 대한 연구가 각 영역에서 맡고 있는 역할 간 상충과 그로 인한 갈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Maslow(1954)의 욕구위계론에 따르면,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최상의 욕구는 스스로를 성장-개발시키고자 하며, 동시에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자기개발 및 성장의 욕구’라고 하였다. 즉, 개인은 누구의 아빠, 엄마, 어느 회사의 직장인이 아닌 자신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어하며, 자기 자신으로써 성장하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바쁘고,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돼서, 성장감을 잊고 살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럴 경우, 불안감과 안일함, 삶에 대한 회의, 무료함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성장을 위한 새로운 것을 탐색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에 대한 결핍감을 채워주는 것이 성장 지원 제도이다. 구체적으로 이것은 직장에서의 직무와 희망하는 직무의 일치, 일을 통한 성장감 경험(일에 대한 재미), 조직과 자아의 동반성장, 생애관리, 퇴직 및 경력 관리, 직장의 안정성 등을 지원한다.
넷째, 휴식, 여가활동, 건강 증진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개인으로 하여금 삶의 활력과 재미를 찾고, 신체적․심리적 에너지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여가 및 건강 지원 제도이다. 한국의 경우, 주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2004년 7월 이후 급격하게 ‘여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여가는 일과는 독립된 주체적이며, 개인의 심리적 잠재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삶의 독특한 영역이며(김정운, 박정열, 2004), ‘21세기는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시대’라고 설파한 호이징하의 말처럼, 인간의 창의력과 심리적 잠재력을 발휘하고,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는 삶의 영역이다(호이징하, 1993). 건강은 일과 삶을 영위하도록 해주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아무리 멋진 스포츠카도 기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듯이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효율적인 업무, 감동적인 고객서비스, 창의적 아이디어 생산 등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하루 하루 연명하는 것도 힘들다. 여가 및 건강 지원 제도에서는 스트레스 및 만성피로, 감정손상, 신체적/심리적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 균형적인 여가생활, 가족여가, 희망하는 여가와 실제 여가의 일치, 만족스러운 여가생활 등을 다룬다. 이를 통해 심리적․신체적 활력이 넘치는 삶을 지원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일과 삶 균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 정책 및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WLB 조직문화 기반조성 제도이다. Kossek, Colquitt 그리고 Noe(2001)의 연구에 따르면, 삶의 각 영역의 구성원들과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일과 삶의 균형과 업무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Guelzow와 그의 동료들(1991)의 연구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상사와 동료의 지원 그리고 가족구성원들의 지원 및 공유가 일-가족 갈등과 부적(不的)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Adams, King & King, 1996;Thomas & Ganster, 1995), 특히 직접적인 효과 보다는 간접적인 매개효과가 더욱 크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고 있다(Frone, Yardley, & Markel, 1997). 또한 일과 삶의 균형 정책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공유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정책의 성공적인 수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Roehling, Roehling, & Moen, 2001). 이상의 연구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정책의 성공적 실행과 문화 간의 상호 연관성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문화는 수도관과 같다. 아무리 질 좋은 물을 공급하더라도 수도관이 막혀있거나 오염되어 있으면 수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WLB 조직문화 기반조성 제도의 주된 과제는 일과 삶 균형 정책/제도의 홍보 및 공유, 적대적 문화, WLB 의사소통의 원활성, WLB 의사소통 채널, WLB 리더십, WLB 의식 및 신념 등이다.
지금까지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의 주요 5 영역을 간략히 제시하였다. 설명의 편의상 각 지원 제도를 개별적으로 기술하였지만, 실제 이들 5 영역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패러다임 하에,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때로는 가족 지원 제도에 집중할 수도 있고, 때로는 성장 지원 제도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패러다임 하에서 각 지원 제도가 구성되고, 시행된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조직 구성원의 일과 삶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중요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A기업의 경우, 성장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한 조직 구성원간 공유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 프로그램은 오히려 구성원의 경력을 감시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다른 기업의 경우, 직원 기살리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가족의 날을 지정하기도 하고, 맞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였지만, 이 역시 이벤트성 행사의 성격을 띠고 있어, 중요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외에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과 삶의 균형 지원 제도들의 예는 상당하다. 이들 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원칙과 패러다임 하에 각 제도를 구성하고,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Ⅱ. 공직사회 일과 삶의 균형 정책 도입의 필요성
1. 일과 건강 간 갈등 심화: 공무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5년간 공무원 426명이 과로로 사망했고, 2005년 한 해 동안에도 71명이 과로로 쓰러져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공무원 과로사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7월부터 ‘국가공무원 건강관리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들의 건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받고 있음을 자각한 정부의 대처이면서 동시에 공무원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간과 관심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의 에너지는 써도 써도 끝이 없는 화수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진되지 않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 야근과 초과근무 등으로 인해 자신의 에너지를 관리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2001년도 조사에 따르면, 공직사회의 경우, 민간기업에 비해 초과근무 횟수가 월등히 높으며, 평균 퇴근 시간도 매우 늦은 경향성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정시 퇴근하는 공무원의 비율은 1.4% 정도에 불과하며, 퇴근 후 3시간 이후에 퇴근하는 비율이 전체의 51.9%로 민간기업 근로자가 12.1%인데 반해 상당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1).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한 시간 배분을 적절히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인다. 2004년도 공무원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피로감을 항상 혹은 자주 느낀다고 응답한 공무원이 전체의 58.5%나 되고 있으며, 스트레스 수준도 평균 3.45점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공무원 둘 중 하나는 거의 만성피로와 탈진(번-아웃) 수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두통, 탈모증, 유산, 소화성궤양, 신경정신 질환 등과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을 호소하는 공무원의 인원도 매년 거의 600명 정도에 달하고 있으며, 사망자 수가 매년 거의 1000명에 달하고, 그 중 약 200여명이 공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공직사회는 야근과 초과근무 등과 같이 타 조직에 비해 업무시간이 상당하다. 또한 공무원들의 건강을 지원하는 제도가 상당히 미흡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건강의 영역을 지원하는 제도가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않을 경우,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표 1> 공무원 사망자 추이
구분 |
사망자 |
사망자중 공무상 사망비율 |
|||||
계 |
일반 사망 |
공무상 사망 |
|||||
인원 |
사망률 |
인원 |
사망률 |
인원 |
사망률 |
||
2002년 |
966 |
0.10 |
686 |
0.07 |
280 |
0.03 |
29.0 |
2003년 |
945 |
0.10 |
67 |
0.07 |
278 |
0.03 |
29.4 |
2004년 |
916 |
0.09 |
691 |
0.07 |
225 |
0.02 |
24.6 |
2005년 |
963 |
0.10 |
798 |
0.08 |
165 |
0.02 |
17.1 |
2. 일과 성장 간 갈등 심화: 성장에 대한 욕구와 현실 간 괴리가 크다
2004년도 10월 북제주군이 6급 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기개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응답자의 97%가 자기능력 개발에 관심이 있으며, 단지 25%만이 자신의 능력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제주일보, 2004년, 10월 27일자). 본 조사는 자기개발을 학원에 다니거나 학습하는 것에 국한시켰다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공무원들의 자기개발에 대한 욕구와 현실간의 불일치가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욕구와 현실의 괴리는 불만족을 야기한다. 특히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불만족도도 높아지게 마련이다(권석만, 2004).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자기개발/성장감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면, 일관되게 성장에 대한 욕구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업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본 결과, 공무원의 51.7%가 승진기회(26.6%)와 개인의 성장 및 발전(25.2%)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선택하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1). 이와 유사하게 2004년도 조사에서도 승진과 성장의 가능성,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업무관련 개인의 노력 및 업적에 대한 인정, 흥미있고 적성에 맞는 일 등 성장관련 요인을 업무생산성 및 성과향상의 주요 동기요인으로 꼽고 있다(중앙인사위원회, 2004). 이상의 결과는 다른 여타 조직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에게도 성장감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공직사회는 공무원의 성장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가?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지표의 불명확성,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 도전보다는 방어중심의 업무처리, 여론 및 평가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 등과 같은 공직사회의 특성은 공무원들의 성장욕구를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육훈련 시스템도 형식적인 훈련성과(35.2%), 전문교육과정의 부재(17.0%), 훈련성과와 보직연계 부족(16.1%) 등 공무원의 성장 및 경력계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한국여성개발원, 2004). 최근 들어, 직무성과계약제, BSC 등 성과중심, 경쟁 강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공무원들의 성장감을 충족시킨다는 목적보다는 성과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경쟁시스템을 통해 관행적 사고에서 창조적 사고로의 변화를 독려하고 있지만, 창의성이란 강화와 처벌의 원리에 의해 짜낸다고 해서 가능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진정한 창의성은 일에 대한 재미와 긍정적 정서경험, 몰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더욱이 성장의 개념이 일의 영역 내에서의 발달뿐만 아니라 전 생애적 관점에서 은퇴 후의 삶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업무를 넘어서 삶의 목표를 향해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의 성장욕구와 현실의 괴리는 더욱 넓어지게 되며, 그 만큼 조직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을 좁힐 수 있는 인사관리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업무를 통해 내가 성장하고 있으며, 일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가 이것이 토양이 되어, 퇴직 후의 삶까지도 설계할 수 있는 경력 및 생애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공무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현재의 일에서 재미를 느끼며,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3. 일과 가족 간 갈등 심화: 일과 가족은 win-lose의 관계이다.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월등히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으로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여성고용 할당제,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 군가산점 폐지 등의 제도들의 시행과 자아성장 및 맞벌이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욕구가 상호 결합하여, 여성의 사회참여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직사회의 경우 그러한 경향성이 더욱 강한데, 2004년 기준 전체 공무원 중 여성공무원 비중이 36%에 달하며, 29세 이하의 경우,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전체의 70%에 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행정고시 여성합격률의 비율도 2002년 전체 합격자의 28.4%이던 것이 2004년에는 10%가 증가한 38.4%인 것으로 조사되었다(중앙인사위원회, 2005).
<표 2> 여성공무원 현황
|
1995 |
1996 |
1997 |
1998 |
1999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전체인원 |
903,823 |
913,104 |
923,714 |
888,217 |
865,650 |
849,152 |
859,329 |
869,030 |
891,949 |
915,689 |
여성 |
246,468 |
253,917 |
265,162 |
263,853 |
258,347 |
267,647 |
282,028 |
286,074 |
302,830 |
324,576 |
점유율 |
27.3 |
27.8 (+0.5) |
28.7 (+0.9) |
29.7 (+1.0) |
29.8 (+0.1) |
31.5 (+1.7) |
32.8 (+1.3) |
32.9 (+0.1) |
34.0 (+1.1) |
35.4 (+1.4) |
* 중앙인사위원회 2005 공무원인사개혁백서 |
노동시장 내 여성인력의 유입 가속화는 출산, 육아, 가사 등의 일이 여성의 업무에서 가족 전체의 업무로 분할되는 결과를 낳았다(박주희, 2003). 가족 모두가 가사에 대한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지만 엄밀히 말하면, 가사를 전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이나 남성 중 한명이 가사를 전담하게 될 경우, 다른 한 명은 이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없이 일에만 몰입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은 여성대로 일과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남성은 남성대로 가사 일을 도와야한다는 의무감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면서도 가정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풀리지 않은 애들 문제, 집안 문제 등이 문득 떠오를 때마다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 심지어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직면하게 된다. 2004년, 여성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주요 부서에 보직배치 받기를 원하는가를 물어본 결과, 20.9%가 희망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들 중 46.0%가 ‘업무부담 과중으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이 힘들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결혼 혹은 출산과 동시에 퇴직을 고려하는 응답자의 68.8%가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하기가 쉽지 않아서’라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일과 가정 특히 가정의 영역을 공무원 개개인이 맡아야 하는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할 경우, 결국은 일에 쏟는 에너지나 시간을 희생시켜, 가정을 돌보아야 하는 상호 배타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가족 친화 정책 특히 출산휴가, 양육휴가 등과 같은 모성보호 제도가 지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이 시행되는 것과 제대로 시행되는 것과는 논의의 수준이 다르다. 2003년도 공무원의 육아휴직 제도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의 2.7%만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하였으며, 그 중 여자가 10.5%이며, 남자는 0.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공무원들의 절반 이상이 ‘휴직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곧 경력과 승진을 포기하는 것이다’라는 등식을 소지하고 있으며, 10명 중 7명은 모성보호 휴가를 떠난 동료들에 대해 불평과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한국여성개발원, 2004). 이러한 신념을 변화시키고, 조직 문화적 측면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제도의 활성화는 어려우며, 오히려 휴직 제도를 이용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에 비해 삶, 가정의 문제가 일의 영역에 전이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지금, 삶의 영역에 관한 부분을 공무원 개인에게만 전가시킨다든지,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모성보호제도들을 통해서만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가 제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일과 가족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능력있는 남녀 노동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가정에 대한 부담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 영역을 지원해주는 일과 삶 균형 인사관리 제도가 필요하다.
4. 공직사회 구성원 간 가치관 갈등심화: 공직사회에서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이슈화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조직 내의 세대교체 현상 때문이다. 즉, 성실과 근면, 일을 위해 삶을 희생할 수 있는 회사형 인간으로 대변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물러나고, 일보다는 개인적인 삶, 자신의 성장 및 자기계발, 생활의 만족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X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하였다. 베이비붐 세대에서의 아버지들은 임금노동을 하고, 어머니들은 가사일과 자녀양육의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성역할에 부합되는 직무 및 직업을 소지하는 경향이 높으며, 여성의 경우, 결혼과 함께 일의 영역에서 은퇴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세대이다. 이 세대에게 있어 일과 삶은 완벽히 대치되는 영역이다. 즉, 성공을 위해서는 가족, 나의 삶은 뒤로 한 채 일의 영역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온전히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경향성은 한국과 일본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세대교체의 시기가 왔다. 현재 기업의 핵심인력으로 일하는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뒤를 잇는 X세대이다. 이 세대는 삶의 영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서 이직을 할 수 있는 세대이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권위적인 권력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공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였다. 베이비붐 세대가 일을 통해 성공하고자 하였다면, X세대는 단순히 물질적인 성취가 아니라 생활의 만족이나 일 이외의 시간을 고려하여 성공을 재정의하고 있다(정영금, 2004). 직장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 대한 한 연구결과, ‘직장이 중요한가, 가족이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40대는 거의 절반이 일이 중요하다고 대답하는 반면 20대에서는 72퍼센트가 가정이 더 중요하다고 대답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고속 승진의 기회가 주어져도 거부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30퍼센트에 달하였다(Guest, 2001). 공기업적 성격이 강한 D회사를 대상으로 일과 삶의 상대적 중요도를 살펴본 결과, 5~6년차 이하의 근로자들은 일보다 삶을 더욱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만일 성장과 자기계발을 지속할 수 없다면 이직하는 것에 대해서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그 이상의 연령대에 속하는 근로자의 경우, 삶보다는 일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며, 일의 영역에 할애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삶의 그것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X 세대를 ‘당돌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김정운, 2004, 2005). 앞으로 ‘당돌한’ X 세대들이 조직의 중추 세력으로 성장하게 될 경우, 베이비붐 세대에 맞게 구성된 조직은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기성세대와 다음 세대 간에 일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도 상당히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있다. 타 조직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공직사회의 경우도, 2001년도 공무원 대상 연구에 따르면, 78.7%의 공무원이 건강(57.5%)과 행복한 가족의 삶(21.2%)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선택하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1). 정부는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고, 조직의 핵심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세대의 가치와 욕구를 지원하고, 이를 조직의 생산성과 연계시키는 인사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금 같은 최소수준의 삶 지원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성장 및 자기계발, 여가생활 등 개인적인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5.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 증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일 지원 인사관리 정책의 경우, 공무원의 성과관리, 역량평가, 승진 및 보상체계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개선과 연구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공무원의 삶(가족, 성장, 건강, 여가, 재정 등)을 지원하는 인사정책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실제 모성보호 관련 제도를 제외한 타 영역의 지원은 거의 부재한 실정이며, 후생복지 제도의 경우도 근로연계성과 생계지원형 제도 중심이다. 일과 삶 균형제도의 경우도 최소한의 시혜성 차원에 국한되어 있다(김가영, 2001).
<표 3> 공무원 후생복지제도 분류 |
|||
구분 |
근로연계성 복지 |
생계지원형 복지 |
일과 삶 연계지원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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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장지원] 연구모임 지원 수강료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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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여가/건강지원] 동호회 지원 |
공직사회의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삶 지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 제도의 실시여부에 대한 여론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공무원들이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국민의 여가생활 향상을 위한 정부의 많은 노력이 시행되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너나없이 건강한 여가생활을 위한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 자신들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재정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은 집을 사기 위해 다양한 재정관리 방식을 이용하고 있지만, 공무원은 윤리가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인해 집 한채 마련하는 것도 눈치를 보아야 할 상황이다. 타 조직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고 있지만(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1), 공무원의 성장과 건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국민의 혈세를 받고 있으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삶이 위협을 받으면서, 조직의 생산성 즉, 국민에게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루하루 일에 치여, 삶에 치여 사는 공무원들이 어떻게 국민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공무원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Ⅲ.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일과 삶 균형 정책 추진방안
지금까지 일과 삶 균형정책이란 무엇이며, 왜 공직사회에 일과 삶 균형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실상 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이를 시행했느냐의 여부만으로는 가시적 효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표적으로 모성보호 휴가제도의 경우, 필요성과 당위성이 충분하지만 여러 다른 이유들로 인해 제도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과 삶 균형 정책의 경우도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을 함께 고려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제시하면서 본 고를 마무리지어본다.
첫째, 일과 삶 균형 정책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조직문화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문화는 정책 실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때문에 문화개선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과 결과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많은 조직들이 문화의 개선없이 외적 통제의 방식을 통해 강압적으로 노동력을 유도해내는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도 이 같은 어려움 때문이다.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을 가장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의 경우, 정책 성패가 일과 삶 균형 문화형성 여부에 좌우된다는 판단 하에, 다양한 정책을 구현하기에 앞서, 문화 형성에 주력하였다. 대표적으로 일과 삶 균형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을 전파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WLB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예컨대, ‘WLB 엽서 캠페인’, WLB 웹사이트를 통한 다양한 일과 삶 균형 정보와 가이드, 성공사례 제공, 매스 미디어를 통한 WLB 정책 홍보, ‘일과 삶 균형’ 저서 및 가이드북 출판, 연구조사, 펀드 지원을 통한 조직의 일과 삶 균형 진단조사 실시 등이다. 영국의 경우,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바탕으로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WLB 정책을 추진한 결과, 국민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으며, 종국에는 생산성 향상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쾌거를 맛보고 있다. 일 중심, 집단 중심의 조직문화가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일과 삶 균형 문화를 정착하는데 있어 영국보다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당연히 저항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과 삶 균형의 조직문화 기반을 조성하지 않고서는 정책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둘째, 일과 삶 균형정책을 실시함에 있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후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책 및 제도를 설계한다. 일과 삶 균형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들의 경우, 이를 담당하는 부처가 서로 상이하다. 그렇기에 일과 삶 균형 정책을 재구조화한다는 것은 이들 부처와의 합의 및 조율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정책의 신설에 앞서 흩어져 있는 정책들을 일과 삶 균형 패러다임 하에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부처별로 정책간 전략적 네트워킹을 강화함으로써 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일과 삶 균형정책 시행에 따른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세금을 공무원들의 삶을 위해 사용한다.’는 여론의 반발을 축소시킬 수 있으며, 일과 삶 균형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셋째, 일과 삶 균형 정책은 철저한 니즈 조사를 바탕으로 설계함으로써 획일적 정책 시행을 지양하고, 공무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수정․보완되는 정책이 되도록 한다. 또한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추진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한다. 지금까지 인사정책 특히 삶 지원 인사정책의 수립 및 시행과정은 대부분 탑-다운 방식이다. 즉, 공무원의 요구와 일과 삶의 주요 갈등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 인사 및 복지제도를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2004년도 한국여성개발원에서 공무원들의 인사정책에 대한 이해정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공무원의 삶의 질을 지원하는 다양한 인사정책 및 제도 그리고 인사정책에 대한 정부의 투자지원 정도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비율이 전체의 약 5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한국여성개발원, 2004). 더욱이 인사정책에 쏟는 정부의 많은 투자 및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공무원이 전체의 약 60%에 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무원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훌륭한’ 인사정책들이 밤을 새워가며 일한 ‘소수’에 의해 시행되고 있으며, 힘들게 만들어진 인사정책들에 대한 정부와 공무원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일과 삶 균형정책의 성공적 시행은 정책 자체가 공무원들에 의해 개발․구성되고, 공무원들을 위해 수정․보완되어질 때 가능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공무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인사정책을 개발해야한다. 더 나아가 주기적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측정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공무원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한다.
넷째, 일과 삶 균형 진단결과와 행정의 생산성 지표 간 연관 관계에 의한 일과 삶 균형 정책의 효과성을 입증함으로써 공무원의 삶 배려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 질 향상으로 연결되는 논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일과 삶 균형 정책”을 시행한 사례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기업에서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우이다. 정부에서 시행한 정책도 공무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기보다 기업과 국민의 일과 삶의 균형 구현을 위한 지원 쪽에 치우쳐져 있다. 따라서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이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일관된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기업과는 상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공직사회에서도 그 효과성이 담보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유사한 공직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07년도 인사원 인사관리 정책방향을 통해 과감히 공무원의 일과 삶의 균형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즉, 공무는 국민생활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이므로 높은 질적 수준의 성과와 안정적 운영을 가능케 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한다는 취지 하에,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뿐만 아니라 쾌적한 근무환경 조성, 생애설계 및 건강관리 대책 등 삶의 제반 영역을 지원해줌으로써 공무원들이 높은 윤리관과 시민의식으로 자부심과 의지를 갖고 공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공무원의 일과 삶 균형을 위한 정책구현의 초기 단계에 직면해 있다. 일과 삶 균형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당위성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미국 노동부 장관직을 사퇴한 것으로 유명한 로버트 라이시는 부유한 노예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생계를 꾸려갈 것인가?, 삶을 꾸려갈 것인가?’, ‘바쁘다는 것이 능력있다.’는 말로 대변되는 세상에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정말 우리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밀린 일들 때문에 나의 길인지 조차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항상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은 우리가 생계가 아닌 삶을 꾸려갈 때, 그리고 일과 삶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을 때,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조직의 생산성 향상과 고객감동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답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 정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구체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정책을 현실적으로 정책화하게 될 때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들은 무엇인가? 공직사회의 전통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과연 일과 삶의 균형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가능한가? 일과 삶의 영역간 균형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균형점을 가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인가?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의 효과성은 어떻게 검증해낼 수 있는가? 공직사회의 일과 삶의 균형정책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과연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인가? 등등 앞으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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