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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경영학과 군사학

미래를 읽는 기술

by 리치캣 201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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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 기술

피터 슈워츠 지음 / 박슬라 옮김

비즈니스북스 / 2004년 12월 / 367쪽 / 13,000원

▣ 저자 피터 슈워츠 Peter Schwartz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영 전략가인 피터 슈워츠는, 마이클 포터 교수 등과 함께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모니터 그룹Monitor Group 계열인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Global Business Network를 설립했으며 현재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래를 예측해내는 독특한 기법 중의 하나인 시나리오 기획의 대가로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로열더치셸 그룹에서 시나리오 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이 회사를 세계 에너지업계 정상에 올려놓는데 기여했으며, 셸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탄생의 모태로 평가받는 SRI인터내셔널 Stanford Research Institute International에서 수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을 위해 미래 경영전략과 시나리오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피할 수 없는 충격Inviable Surprises』『장기 호황The Long Boom』『좋은 기업의 부도덕성When Good Companies Do Bad Things』『중국의 미래China's Futures』등이 있다.

▣ 역자 박슬라

연세대학교 인문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YBMSISA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한 책으로는 『미래생활사전』『정상으로 가는 길』『접프』『베어&드래곤』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21세기 삶이 디지털 기술 등의 발달로 편해졌다고들 하지만 사실 복잡한 문명의 이기를 습득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편함과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더구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사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이제는 중장기 전략이란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고 그 변수에 대한 예측조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저자가 20여 년 동안 연구한 결과 중요한 의사결정을 분석하는데 있어 상당히 유용하다고 결론 내린 방식을 기업체의 경영진이나 비즈니스 리더 또는 개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아직까지도 이 방식은 대부분의 경우 입안과정에서 간과되는데, 이는 (그것이 분석 과정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방식이란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미래를 읽는 기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인 시나리오 플래닝, 즉 프레임워크Framework를 제시해 주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자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창의적 작업을 해나가는 예술가, 미래에 도전하는 학생 등 실로 모든 이들에게 권장할 만하다.

▣ 차례

1장 - 미래를 읽는 힘 :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미래를 그리는 도구, 시나리오 / 시나리오를 사용한 비즈니스 예측의 시초 / 세상의 변화와 나의 미래

2장 - 세 가지 미래 : 시나리오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스미스 앤 호큰의 세 가지 시나리오 / 시나리오와 현실의 비교 / ‘만약에’라는 질문을 통한 끊임없는 훈련

3장 - 미래의 기억 : 인간은 미래 예측 능력을 타고난다

인간은 시나리오를 짜는 동물이다 / 우리는 왜 현실을 외면하는가 / 스토리의 힘 / 미래에 대한 신화, 시나리오

4장 - 의사결정의 순간 : 효과적인 의사결정

작은 의사결정이 가져올 파장 / 무의식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통제 / 의사결정의 범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

5장 - 미래를 향한 추적 : 정보사냥과 정보수집

목표 : 무엇을 찾을 것인가 / 전술 : 어디서 찾을 것인가 / 정보사냥과 수집을 위한 회사, GBN

6장 - 미래를 움직이는 힘 : 무엇이 미래를 구성하는가

원동력 :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규명하기 / 이미 결정된 것과 불확실한 것 구분하기 / 변화를 가져오리라 확신할 수 있는 요소 / 결정적 불확실성 :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장소

7장 - 글로벌 틴에이저 : 다음 세대를 이끌 원동력

글로벌 틴에이저가 지닌 새로운 힘 / 글로벌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신기술 / 글로벌 틴에이저에게 닥친 두려움과 희망 / 시장 창출을 주도하는 글로벌 틴에이저 / 정치적 변화를 이끄는 글로벌 틴에이저

8장 - 미래의 논리 : 행동의 변화를 이끌 플롯 짜기

플롯의 특징 / 제로섬 게임 : ‘승자와 패자’ 플롯 / 위기는 또 다른 기회 : ‘도전과 대응’ 플롯 / 점진적 변화 : ‘진화’ 플롯 / 그 외에 자주 사용하는 플롯 / 플롯의 상호작용 / 무너지지 않는 경계선 / 플롯을 읽는 훈련

9장 - 2005년의 세계 : 세 가지 시나리오

향후 20년을 이끌 원동력은 무엇인가 / ‘신생제국’시나리오 / ‘세계 시장’시나리오 / ‘진보 없는 변화’시나리오 / 나는 왜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는가

10장 - 리허설 : 미래에 대한 예행연습

리허설로 시나리오에 대한 불신을 잠재워라 / 경고의 조짐을 한발 앞서 읽어 내라 / 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언어를 창조하라 /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이끄는 시나리오

미래를 읽는 기술

피터 슈워츠 지음 / 박슬라 옮김

비즈니스북스 / 2004년 12월 / 367쪽 / 13,000원

미래를 읽는 힘 -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미래를 그리는 도구, 시나리오

본래 시나리오scenario란 연극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영화나 연극의 대본을 뜻하는 말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에서의 시나리오는 미래에 전개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스토리’이며, 이 스토리는 변하고 있는 현재의 환경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 세계관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시나리오는 미래에 있을 법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명료히 이해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행보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앞으로 나타날 미래의 모습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좀더 정확히 정의하자면, (주로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의해 좌우될) ‘다가올 미래의 여러 가지 모습들에 대한 개인의 의식을 정리하기 위한 도구’ 또는 ‘자신의 미래를 효과적으로 그려 볼 수 있게 해주는 체계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시나리오는 구전되거나 글로 쓰인 한 편의 스토리와 닮은 꼴이다. 또한 시나리오는 어려운 결단의 순간, 특히 대개의 경우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결정 자체를 외면하려는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1980년대 광고업계에 몰아쳤던 위기를 생각해 보자. 1980년대 초반, 조금이나마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케이블 TV, 비디오, 이메일과 인터넷 같은 컴퓨터 기반 미디어 등)이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기존의 TV 중심 네트워크로부터 소비자들을 -그리고 광고 수익을- 흡수하여 미디어계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 뻔했다. 다만 변화의 조짐은 뚜렷했지만 그 정확한 형태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어떤 소비자층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가장 먼저 받아들일 것인가? 향후 10년간 나타날 광고 형태는? 광고회사들은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광고로 수익을 올릴 것인가? 이때 시나리오를 통해 1980년대 초의 중요한 요소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더라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사용한 비즈니스 예측의 시초

시나리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처음으로 이용되었다. 미 공군은 적군의 행동을 예상하고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자 했고, 이때 일종의 군사 계획으로 시나리오가 사용되었다. 1960년대 공군에서 복무했던 허먼 칸Herman Kahn은 군사 계획에 쓰이던 시나리오를 비즈니스 예측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사업의 성장과 번영을 예측하는 미래학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그 이후 시나리오가 좀더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한 것은 1970년대 초반 피에르 왁Pierre Wack에 의해서였다. 그는 세계적인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에서 시나리오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다. 피에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체로 안정적이던 유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을 찾고 있었다. 원유 소비국들은 유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이고 있었다. 우선 미국 내 원유 보유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검토해 본 피에르는 아랍국들이 원유 가격을 더 높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유가 재협상 시기 이전일 확률이 가장 높아 보였다.

피에르는 두 개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하나의 시나리오에는 로열더치셸에서 관행상 해오던 방식을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는 유가가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는 보다 현실적인 측면을 반영했다. 즉, OPEC(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석유수출국기구)로 인해 석유파동이 촉발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시나리오를 전개해 나갔다. 경영진은 피에르가 제시한 두 개의 시나리오를 주의 깊게 경청했고 시나리오가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했으며, 사업 방식을 과감히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도 곧바로 간파했다. 그러다가 1973년 10월, 중동의 욤키푸르 전쟁(일명 ‘제4차 중동전쟁’)이 끝나자 석유파동이 닥쳐왔다.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것이다. 주요 석유회사들 가운데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던 회사는 셸뿐이었다. 경영진은 민첩하게 움직였다. 다음 해 셸의 자산은 놀랍도록 증가했다. 일곱 개의 대규모 글로벌 석유회사들 중 비교적 약체였던 셸은 순식간에 2인자로 부상했고, 이 기간 동안 가장 큰 수익을 올렸다.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의 최종적인 결과물은 내일의 정확한 모습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좀더 나은 의사결정이다.

세 가지 미래 - 시나리오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작은 사업, 특히 혁신적인 회사를 세우려 할 때에도 대기업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때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 있다. 1977년에 나는 작은 회사를 설립하려는 몇몇 친구들의 일에 관여하게 되었다. 한 팀을 이룬 우리는 우편주문으로 원예용품을 판매하고자 스미스 앤 호큰Smith & Hawken이라는 회사를 세웠고 비즈니스 환경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해 보기 위해 시나리오를 활용하기로 했다.

스미스 앤 호큰의 세 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는 대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 가지로 나뉜다. 현재와 비슷하지만 더욱 발전된 미래, 현재보다 악화(쇠퇴와 불황)된 미래, 마지막으로 현재와 다르지만 더욱 발전된 미래(근본적인 사회변화)로 말이다. 우리는 1980년대의 미국 경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었다.

①첫 번째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가 성장하고 부의 수준이 높아지며 젊은 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수익이 늘어나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되는 사람이 많아지고 주택에 많은 돈을 소비하리라는 가정 하에 진행된다. 우리는 이 시나리오를 ‘공식적 미래 Offical Future'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런 세상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동료들은 어떤 형태로든 힘든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 예측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공식적 미래 시나리오 역시 아주 신중하게 고려했다.

②두 번째의 불황 시나리오 depression scenario에서는 경제가 성장을 멈추고 침체기로 들어선다. 이는 1970년대의 심각한 경제문제가 지속됨으로써 초래될 결과였다. 빈곤이 점점 확산되면서 사회 전체적인 부는 줄어들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매우 낮거나 마이너스에 접어든다. 우리는 힘든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이 불황 시나리오를 고려했다.

③세 번째 시나리오는 사회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시작한다.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서구문화권에 변화의 물결이 몰려온다. 사람들은 더 단순하고 환경친화적인 삶을 선호하고 전인의학(holistic medicine : 인간의 영적 치유도 포함시키는 완전한 의학 치료)과 자연식품에 관심을 갖는다. 또한 물질적 소유보다 정서적 풍요에 더 큰 가치를 두고 범인류적 의식을 지니고자 노력한다. 특히 그 시기에 성인이 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 놓인 세대들이 이러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공식적 미래에서만큼 급격히 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 자체가 물질의 양보다는 삶의 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작성한 세 개의 시나리오 모두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은 명백했다. 그들은 주택을 구입하고 가정을 형성하는 연령대에 속해 있으며 대다수가 취미로 정원을 가꿀 가능성이 있었다. 첫 번째 공식적 미래 시나리오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정원이 있는 주택을 구입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는 대도시에서의 삶이 힘들어짐에 따라 사업체가 도심을 떠나고 두 번째 베이비붐 물결이 일어나며, 많은 이들이 교외나 도심 근처 또는 작은 마을 공동체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장소- 로 옮겨갈 것이라 추측했다. 또한 경제적 번영이 도시에만 국한된다고 해도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교외의 별장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 모든 요인을 따져볼 때 원예와 같은 취미활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불황 시나리오에서는 많은 이들이 원예를 신중하고 진지한 활동으로 여기게 되리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정원은 끔찍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에, 과연 사람들이 비싼 원예용품을 살 것인가? 우리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능이 좋지 않아 자주 사야만 하는 제품에 돈을 낭비할 여유가 이 시기의 사람들에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성능이 좋은 고급 드릴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품이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수입 원예용품 사업은 불황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 사회변화 시나리오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시기에는 즐거움을 줄 수 있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오락거리가 주목받을 것이다. 사색과 명상을 즐기는 세상에서 정원 가꾸기는 그야말로 중요한 활동이 될 수 있다. 정원에 있는 시간은 명상과 치유의 시간이며, 정원은 평온함과 함께 건강식품까지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농약의 피해를 염려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정원에서 직접 먹거리를 길러 식탁에 올릴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사업은 공식적 미래 시나리오에서 가장 성황을 이룰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다른 두 개의 시나리오에서도 웬만큼 수익성이 있거나, 적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시나리오와 현실의 비교

현실은 세 개의 시나리오가 혼합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1980년대는 공식적 미래에 가까웠다. 우리가 예상했던 풍요로운 생활방식은 1980년대 여피족(미국의 전후시대, 즉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초에 태어나 대도시 근교에 거주하는 부유한 젊은 엘리트층)의 생활과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레이건 시대에는 노숙자 문제와 환경오염, 환경파괴 그리고 사회문제가 만연했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구도 생겨났다. 세 개의 시나리오가 뒤섞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난 원인은 실질적으로 세 가지 미국의 모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스미스 앤 호큰은 경제위기 하의 미국에서는 그리 많은 수익을 올리지 못했지만(그러나 그러한 미국의 모습이 좀더 지배적이었다면 판매율은 증가했을 것이다) 나머지 두 가지 모습의 미국에서는 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미래를 향한 추적 - 정보사냥과 정보수집

시나리오가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상세하게 그려 봄으로써 진실truth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과 여러 면에서 닮아 쉽게 동조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끈다. 스토리 속에는 실제 세상에서 관찰한 것들이 녹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나리오 구축 과정에는 리서치, 즉 노련하게 정보를 얻고 수집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리서치란 좁은 의미로는 특정 시나리오에 필요한 사실fact을 수집하는 것이며, 넓은 의미로는 좀더 심오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단련하는 것이다.

목표 : 무엇을 찾을 것인가

시나리오를 만들려면 각각의 상황에 맞는 특정 리서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몇몇 주제는 시나리오를 짜는 과정에 반복적으로 부각되곤 한다.

과학과 기술 - 과학과 기술이라는 두 개의 원동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회를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래에 주목할 만한 사건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두 분야는 말 그대로 미래를 형성한다. 정권은 뒤바뀔 수 있지만 한번 세상에 발표된 과학적 혁신은 되돌릴 수 없다. 권력이나 법으로 그 영향력을 금지하거나 박해할 수도 없다. 따라서 물리학이나 생명공학, 컴퓨터과학, 환경생태학, 미생물학, 공학 및 그 외의 다른 과학 분야들은 모두 특수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식을 형성하는 사건Perception-Shaping Events - 인식을 형성하는 사건은 민감하면서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중의 믿음이 변화한다는 것은 금전이나 군사력보다도 역사의 방향을 더욱 신속하고 완벽하게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자.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인들은 세금을 너무 많이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후 199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거대한 재정적자 문제에 봉착했는데, 이 현상은 실제적 현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부과하지 않았다- 보다는 과도한 세금을 내고 있다는 대중 인식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특정 사건이 사람들의 인식 형성에 영향을 주리라는 사실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을까? 좀더 넓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첫 반응을 살펴보면 된다. 그 사건이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는가? 반응이 특히나 깊고 넓을 때 더욱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다. 즉, 신념 체계가 아주 깊은 곳까지 변화하는 것이다. 대중의 믿음이 창조론에서 진화론으로 변화해 가는 움직임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20세기 초, 교육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라면 누구나 그런 변화를 따라가고자 했을 것이다.

새로운 지식이 무르익는 주변부Fringe - 대중이나 조직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신념이나 지식에 대해 중앙을 중심으로 조직하고 보호한다. 그 바깥쪽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하는 사고와 발상이 자리 잡고 있다. 거기서 약간 중심부 쪽으로 치우친 곳이 바로 주변부다. 즉, 아직 정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으나, 중앙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지도 않은 것들이 주변부를 이룬다. 주변부의 새로운 학설이나 발상을 남들보다 좀더 빨리 접하면, 그 유용성을 앞서 깨닫고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에모리 로빈스 Amory Lovins는 경제가 확장된다고 해도 기술이 발전하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 산업 진영에서는 그를 극단주의자로 몰았다. 하지만 셸은 1973년부터 그의 학설에 관심을 보였고, 그가 자신의 이론을 좀더 진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에모리의 이론 덕분에 우리는 석유 수요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이며, 1982년 이후 경제가 회복된 후에도 수요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의 증가에 따른 결과였다. 사람들의 수입은 늘어났지만, 석유 소비에 드는 지출은 줄어들었다. 이 주변부 학설로 셸은 OPEC이 유가폭락에 직면하리라는 사실을 예측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전술 : 어디서 찾을 것인가

리서치 전술은 모두 개인적이며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25년 동안 갈고닦은 나의 전술은 다음과 같다.

뛰어난 인물들 - 사람들, 특히 독창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은 정보의 중요한 원천이다. 나는 일부 유명 인사들의 ‘공식적Offical’ 통찰력에 특히 감탄했고 그들의 '비공식적unoffical' 발상 역시 뛰어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1987년에 런던 증권거래소의 증권시장 예측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도중에 경영학과 미래학 분야의 권위자로 이름 높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전자 시스템과 전자 시장의 법규에 대해 논의했다. 드러커는 이에 대해서 ‘인간관계의 저변에 깔린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런던 증권거래소의 이사들과 나 역시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점이었다. 하지만 후에 나는 이것이 얼마나 뛰어난 통찰력에서 나온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거래 전용층과 복도에서 그리고 점심식사 때 이루어지는 대화가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로 대체될 경우, 혼란에 빠질 인간관계의 면면을 다시 설계하는 방법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의 정직성은 법규나 규칙이 아니라 거래 시장에서 형성된 인간관계 속에서 건진 지식으로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당시 나와 내 동료들은 컨설팅회사 GBN을 설립한 참이었고, 드러커의 조언은 우리가 이미 구축한 네트워크를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확실히 그러한 관계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성가신 규제 절차를 피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상 런던 금융계는 애초에 규제 축소를 위해 마련한 금융산업법에서 파생된 복잡한 법규와 규제들 때문에 쓸데없는 짐을 지고 신음하고 있었다.

충격의 원천 -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의 것들을 찾아 읽어라. 필요할 경우 좀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도 좋다. 유망 분야라고 생각되면 책갈피를 끼워 놓고 후에 다시 살펴보아라. 가끔씩 거기에 빠져들어라. 독서의 범위도 얼마든지 넓혀 갈 수 있다. 나는 시나리오 입안자로서 관심 분야를 다양한 학술 주제와 전문분야 그리고 사회문제로까지 점점 더 다양하게 넓히려고 노력했으며, 평소에 관심이 없는 부분도 살펴왔다. 모든 주변부를 일일이 찾아다닐 수는 없지만 그와 관련된 뉴스는 많이 접할 수 있다. 심지어 나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만한 책도 산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바로 (당장은 처음 접하는 새로운 개념이지만 나중에 완전히 내 것이 될) 놀라움surprises이다.

‘도전적인 환경’ 속으로 - 여행은 낯선 환경에 몸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록 순간적이기는 하나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그들의 인간관계, 목표, 가치관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낯선 곳에 갈 때마다 의도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세상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날 인도를 방문하는 이들은 그곳에 서로 다른 세 가지 문화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즉, 인도 사람들 중 3억 5천만 명은 석기시대에 살고 있고 2억 5천만 명은 19세기에 살고 있으며 1억 명은 핵발전소, 위성방송, 컴퓨터 시스템으로 둘러싸인 최첨단 현대사회에 살고 있다. 이 1억 명은 영국 인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이며, 이런 진보를 이루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20년이다. 시나리오 입안자의 눈에 이것은 인도의 미래가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다르리라는 의미로 비쳐진다. 인도는 다음 세대에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국가가 될 가능성도 안고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컴퓨터 소프트웨어 생산국이 된다는 것이다.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가 봄베이(1995년 뭄바이로 개칭)의 외곽지역에 연구소를 세운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미국 대학에는 인도 출신 수학자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벨 연구소가 지난 10년간 이룬 가장 뛰어난 업적은 인도 출신 수학자들이 이루어 낸 것이다.

조직적인 네트워크 - 거대한 다국적기업 로열더치셸의 시나리오 입안자들은 각기 시차가 다른 전 세계 120개 국가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 입안자들 사이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커뮤니티를 조직해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먼저 컴퓨터 회의 시스템을 마련해 약 50명의 시나리오 입안자들에게 관련 장비를 제공했고 시스템 사용법을 가르쳤다.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계획입안자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과학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네트워크에 접속한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를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증식하는 것이 바로 지식이다. 컴퓨터 화상회의는 그런 식으로 부를 증가시킬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이후에도 셸은 지속적으로 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미래를 움직이는 힘 - 무엇이 미래를 구성하는가

원동력 :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규명하기

모든 기업체는 핵심 요인에 의해 움직이고, 그 중 일부는 기업체 내부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목표와 노동력은 내부 요인이다. 그 외에 정부의 규제와 같은 요인들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 요인들은 대개 직감적으로 명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정부의 규제와 같은 외부 요인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지만 외부 요인 중에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이러한 근본적인 요인들을 밝혀내고 측정하는 것이 바로 시나리오 기법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한마디로 원동력은 시나리오의 플롯을 진행시키며 이야기의 결말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원동력을 규명하는 단계에서는 개인적으로 리서치를 모두 마친 후 함께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으로 이 단계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원동력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알아내기가 어려운 원동력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급히 그 요인을 배제하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는 출판업계와 거리가 멀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삼림의 감소는 곧 종이 가격의 상승을 부르게 마련이다. 지나친 산림 벌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 출판계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견지명이 있는 출판업자라면 종이의 효율적인 운용이 장기적으로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닫고 스스로 환경주의자임을 천명할지도 모른다. 개인은 물론 대기업조차도 원동력을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조금이나마 그 힘을 통제하려면 그것을 파악하고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해야 한다. 그렇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행동은 세상을 한 번 더 바꾸게 될 새로운 원동력을 낳게 될 것이다.

이미 결정된 것과 불확실한 것 구분하기

원동력을 규명하고 그것을 분석한 후 해야 할 일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와 ‘결정적인 불확실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 두 요소가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며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둘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겹친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 요소를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시나리오의 모든 구성요소들을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점점 더 다져 나가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상황의 패턴과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가 좀더 명확해졌다면, 이제 시나리오를 짤 준비가 된 것이다.

만일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 및 결정적인 불확실성과 원동력들을 구별해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당신 자신의 삶과 비즈니스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스토리를 생각하라. 먼저 그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이미지를 떠올려라. 훨씬 현실적이고 절실하게 다가올 것이다. 예를 들어 내게 있어 사업상 핵심 원동력은 최첨단 컴퓨터 기기의 확산이다. 나는 곧 전례 없는 기술력의 향상으로 더 작고 빠르며 저렴한 컴퓨터가 출시되는 새로운 시대가 오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기술 향상이라는 이미 결정된 요소와 우리가 함께 일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기업의 혁신 속도라는 결정적인 불확실성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내 전략은 달라질 것이다.

변화를 가져오리라 확신할 수 있는 요소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는 사건의 특정한 연결고리에 좌우되지 않는다. 만일 그것이 확실하다면 어떤 시나리오를 짜더라도 그것은 변치 않는다. 1982년, 셸에서 일하던 우리는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로 힘겨워할 것을 예측했다. 이는 당시의 정치 상황을 검토해 얻은 결론이었다. 정부 예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두 분야, 즉 국방비와 사회보장비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었고 미국 국민들 역시 이를 부추기고 있었다. 레이건은 대통령 당선 4개월 후 사회보장비에 포함되는 최저생계비의 증가를 막아 보려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상원에서 100대 0으로 기각되었다. 정부 예산 중 세 번째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적자 그 자체에 대한 이자지출이었는데, 이 역시 통제가 불가능했다. 다른 나라라면 세금을 인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금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만일 미국의 재정적자가 상태가 계속된다면 미국 정부는 해외차관을 들여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에 따라 달러의 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이는 다시 금리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채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일은 벌어졌다. 일본인들은 미국 국채를 사들였고, 이는 미국 국채의 가치를 떨어뜨렸으며, 그 후로도 재정적자는 계속되었다. 이후 우리는 1980년대의 모든 시나리오에 정부의 재정적자라는 요소를 포함시켰다. 이는 당시 다른 모든 경제학자의 의견과 상충되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는 1984년 이후까지 정부의 재정적자가 계속될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정책을 세우고 거기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들을 찾을 때 유용한 4가지 사항을 소개하겠다.

①천천히 변화하는 현상slow-changing phenomena : 여기에는 인구증가, 기반시설 건설, 자원개발 등이 포함된다.

②굳어진 상황constrained situation : 일례로 일본은 항상 무역 흑자를 유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의식주 및 난방, 운송에 사용할 자원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4개의 섬에 거주하는 1억 2천 명의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③현재진행in the pipeline :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앞으로 10년간 미국 내 10대 인구의 숫자가 어느 정도일지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들이 이미 태어나 있기 때문이다.

④필연적인 대립inevitable collisions : 앞서 이야기한 재정적자 문제에서 미국 정부가 적자를 피할 수 없었던 이유는 유권자들이 세금 인상을 거부했지만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번 이런 덫에 갇히면 빠져나갈 길이 없다.

미래의 논리 - 행동의 변화를 이끌 플롯 짜기

미래를 설명하기 위해 시나리오는 논리와 같은 종류의 도구를 이용한다. 이 도구는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원동력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설명해 준다. 물론 동일한 원동력들이라도 어떤 플롯을 전개시키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나리오란 고려할 가치가 가장 높은 플롯(또는 그러한 플롯들의 조합)을 바탕으로 두 세 개의 대안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플롯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 지금껏 내가 시나리오를 작성해 온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한 후 한자리에 모인다. 이때 팀원들은 모두 각자 리서치를 마친 상태여야 한다. 우리는 둘러앉아 하루 종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①어떤 게 원동력일까?

②어떤 게 불확실한 요소일까?

③어떤 게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일까?

④이 시나리오 또는 저 시나리오는 어떠한가?

플롯의 특징

이 장에서는 시나리오 입안에서 가장 얻을 게 많은 단계인 플롯 구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하나의 플롯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특정 시나리오에 대한 명백한 논리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첫인상은 잘못된 것이기 쉽다. 논리는 상황으로부터 도출해 내야 한다. 플롯 중에는 여러분이 선택한 요소에 적합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때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를 들여다보면서 “이러한 요소들은 ‘도전과 대응’이라는 플롯에는 대체로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럴듯한 플롯을 모으다 보면 상황에 맞는 대여섯 가지 정도의 플롯을 추려 낼 수 있을 것이며, 최종적으로 현실성 있는 플롯 두세 가지를 조합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왜 하필 두세 가지일까? 인간의 두뇌는 두세 가지 이상의 가능성을 처리할 수 없다. 하지만 두 개의 플롯만으로는 현실을 모두 포착해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세 가지 시나리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어쩌면 아주 드물게 네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수를 늘리면 혼란에 빠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오늘날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세 가지 주요 플롯이 있다.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는 항상 이 세 가지를 고려하기 바란다.

제로섬 게임 : ‘승자와 패자’ 플롯

플롯은 대부분 등장인물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기, 즉 특정인식에서 시작된다. ‘승자와 패자Winners and Losers' 플롯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자원은 희소성을 지니고 따라서 한쪽이 부유해지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우Lester Thurow 교수는 이를 가리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고 했다. 승자와 패자 플롯은 주로 정치권에서 나타난다.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따라서 그 외 다른 후보자들은 반드시 패하게 되어 있다. 승자와 패자 플롯에서 대립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양쪽은 힘의 균형을 깨뜨리려 한다.

만일 당신이 1980년대 미국에서 자동차 업계나 관련 사업에 종사했다면 승자와 패자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편이 유용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인구통계학적ㆍ경제적 이유로 성장이 멈추어 있었다. 경제 체제의 승자는 멋진 유럽 차를 샀고 점점 줄어드는 중산층은 더 이상 그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또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는 패자였다. GM의 시장 점유율은 50퍼센트에서 3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고 동시에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는 혼다가 되었다. 만일 당신이라면 승승장구하는 오하이오 메리스빌의 노동조합 없는 혼다 공장으로 일하러 가겠는가, 아니면 조합에 의해 보호받을 수는 있지만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GM 공장으로 가겠는가? 어느 쪽이 더 당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까?

위기는 또 다른 기회 : ‘도전과 대응’ 플롯

‘도전과 대응(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은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가 사용해 유명해진 말로, 영화 시나리오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용어다. 도전과 대응(응전)은 주인공이 생각지도 못했던 시련과 도전을 계속해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험 활극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런 경험을 거친 사람은 이전과 다른 인물로 거듭난다. 이 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자격을 얻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의 성격과 특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는 극복해야 하는 또 하나의 시험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경제성장과 환경문제는 승자와 패자의 제로섬 관계에 있다고 인식해 왔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깨끗한 환경을 원한다면 종이를 낭비하는 서류업무를 개선하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 컨버터를 개발하며, 수질오염의 주범인 세제 대신 잿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것은 환경보호에 반대하는 입장에 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논리에 의해 사람들은 양극단으로 분열되었다.

오늘날 ’지속 가능한 발전 sustainable development‘ 논리는 경제발전과 환경보존을 한꺼번에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람들이 두 척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도전을 받아들이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PG&E의 시나리오를 기획할 때 환경보호와 관련해 도전과 대응 플롯을 사용했다. 우리는 PG&E의 경영진들이 이제까지 정치적 상황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는 승자와 패자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았음을 지적했다. 그것은 그들이 발전소와 수송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이제 그들은 지역공동체나 시민들과 힘을 합치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만일 이런 인식이 없었더라면 그들은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점진적 변화 : ‘진화’ 플롯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즉, 세 번째 플롯인 진화 Evolution 플롯은 바로 기술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혁신은 생물학적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기존의 기술에서 싹이 튼 후 서서히 무르익어 가다가 갑자기 세상에 정체를 드러낸다. 1980년대 초반, 새로운 형태의 마이크로칩, 센서, 제어장치가 개발됨에 따라 로봇 생산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적이 있었다. 프로모터들은 몇 년 안에 20억 개의 로봇을 판매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로봇의 판매량은 2억 개에 그쳤고, 그들은 많은 돈을 날렸다. 새로운 기계가 실용화 되려면 먼저 학습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로봇의 사용법을 익혀야 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로봇이 기대했던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로봇 설계자들을 다시 실험실로 불러들였다. 언젠가 다시 로봇 시대가 돌아오면 사람들은 로봇의 가치를 깨닫고 난 후에 다시 사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기술과 관련해서 기업의 경영자들이 자주 실패를 하는 이유는 학습을 위한 시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술의 성장을 진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틈새시장의 개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술은 진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도구는 그 시대의 시스템에 적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 산업은 제트엔진 연구,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개발 그리고 항공 수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 등 수많은 작은 힘들을 통합시킨 후에야 부를 창출해 낼 수 있다.

2005년의 세계 - 세 가지 시나리오

향후 20년을 이끌 원동력은 무엇인가

정치적 동맹관계의 재편성 : 냉전이 종식되면서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렸다. 과거에 미국과 정치적 동맹관계에 있던 독일은 이제 동유럽과 소련의 손을 잡으려는 듯 보인다. 통일독일은 유럽에서 경제적ㆍ정치적으로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국가로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유럽 각국의 다양한 경제 체제는 정치적 논리를 초월해 하나로 통합될 것이며, 유럽대륙 내 균형을 이루기 위해 소련도 곧 그 움직임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놀라운 발전 : 수많은 문제점이 세계를 뒤덮는다 해도, 기술의 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번영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하다. 기술은 앞으로도 급속히 발달할 것이다.

에너지 문제 : 사람들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정치, 기술, 환경문제에 있어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1990년대에는 두 가지 요인에 힘입어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얻게 되는 비용감소 효과와 에너지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파괴에 대한 인식이 바로 그 두 가지 요인일 것이다.

환경문제 : 대기학자 및 생태환경학자들의 신빙성 있는 경고에 의거해 판단하자면, 기후 변화를 비롯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각종 환경적 위기들은 불행히도 이미 결정되어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현실은 여전히 수많은 불확실성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은 이미 근본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직 확실치 않다. 세계 곳곳의 환경주의자 및 기술자들이 보다 깨끗하고 능률적이며 더 부유한 세상을 이끌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반대로 너무 늦거나 효과가 없는 대책으로 인해 우리는 부와 맞바꾼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으로 심각하게 더렵혀진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글로벌 정보 경제The Global Information Economy : 정보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탄생시킬 것이다. 이런 흐름의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금융ㆍ엔터테인먼트ㆍ통신 산업으로 현재 이들의 영향은 모든 가정과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과 천연자원은 미래에도 여전히 중요할 것이나 -여기서 말하는 것은 ‘서비스’가 ‘상품’을 대체하는 이른바 후기산업 체제가 아니다- 핵심적인 경제적 관계는 바뀔 것이다. 각국의 경제가 ‘글로벌경제’라는 하나의 체제로 통합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특정 지역공동체에서 통용되는 화폐 -예를 들어 유럽의 통합화폐- 는 물론 월덱스WorldEx(World Exchange Unit)라는 국제단일화폐가 출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글로벌 경제가 등장할 시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예상해 본 시나리오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을 약 2005년쯤으로 보았다. 이제 2005년의 세계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 보자.

‘신생제국’ 시나리오

이 시나리오는 1990년대 중반,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문화적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그것의 보호와 자국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모인 각국이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변화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고립주의와 글로벌 경제 사이에서 야기된 긴장은 미국의 외교관이자 역사학자 조지 케난이 ‘숙명적 동맹’이라고 칭한 ‘다국적 연합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우리 시나리오 팀은 이를 ‘신생제국’이라고 하기로 했다. 이 새로운 세력권이 제국의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생제국 중 하나가 일본과 미국,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 대부분의 국가를 포함하는 태평양연합이다. 그 라이벌은 독일과 구소련까지 아우르는 유럽공동체다. 그 외에 중동, 북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도 소규모 공동체들이 결성된다. 가장 강력한 경제 블록인 태평양연합과 유럽공동체는 대부분의 천연자원과 산업을 관장하며, 거의 비슷한 경제력으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 이 시기는 전체적으로 번영의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절대 범세계적인 의미의 번영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는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아에 허덕인다. 각 제국 내에서는 자유로운 무역이 이루어지지만 제국과 제국 사이에는 실질 무역에서부터 금융, 심지어 정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교류에 있어 복잡한 규제들이 적용된다.

2000년대 초반에 이르면 유로뱅크Eurobank(유럽공동시장에서 거래하는 유럽의 국제은행)와 일본 재무성의 관료주의자들 사이에 자국 통화가치를 두고 매주 논쟁이 일어난다. 유럽의 공동 통화단위인 가칭 ‘엑쿠eckoo'와 아시아 태평양의 ’팩쿠paekoo'는 끊임없이 이 다툼을 벌일 것이다. 환경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심각성은 제국마다 다를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 차원의 환경문제도 존재한다. 각 제국은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 산성비, 삼림파괴, 유독성 폐기물, 해양오염 등과 관련된 행위에 대해 금지법안을 내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다른 제국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데서 피난처를 찾고자 한다. 과거에도 부와 인구증가, 신기술로 특정 지어지는 시대에 이와 비슷한 ‘제국’들이 경제적ㆍ군사적 패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조지 케난은 ‘숙명적 동맹’에 관해 썼던 자신의 저서에서, 더 이상 오갈 데 없이 극으로 치달았던 1912년의 경쟁 상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 후, 세계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전쟁(제1차 세계대전)의 하나로 기록될 상황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누구도 원치 않았으며 멈추는 방법 또한 알 수 없었던 전쟁이었다. 그 전쟁은 한 세대를 철저히 황폐화시켰고, 그것이 야기한 경제 불황은 반세기 가까이 계속되었으며, 이어서 또 다른 전쟁을 낳았다.

‘세계 시장’ 시나리오

이 시대를 지배하는 것은 경제문제이다. 사람들은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머릿속에는 연대책임의식이라는 것을 되새긴다. 장기적으로 이것은 유익한 현상이다. 우리는 희망과 냉혹함이 가득한 수많은 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대는 열린 시장의 논리, 즉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 하에 움직인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보다 세련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기구들은 국가간의 동맹관계가 아닌, 공동연합의 성격을 띤다. 그들은 체계적인 운영방식에 따라 국제적 규칙을 만들고, 기준을 제시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여러 그룹들이 모여 형성된 비공식 ‘국제공동체’다. 어느 사회도 정치적 자유와 국제적 협력관계를 이루지 않고서는 첨단기술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들은 또한 교육에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자국을 번영으로 이끌어 줄 제1의 수단으로 교육을 꼽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당시 ‘제3세계’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국가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로, 에너지 효율기술이 매년 놀라울 정도로 진보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리 하에 사업을 운영한다. 세계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환경정화가 진행 중이다. 또한 달러, 엔, ECU, 루블 그리고 디나르(이라크, 요르단, 튀니지, 유고슬라비아의 통화 단위)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운데 환차익을 노린 투기 매입이 지속된다. 소규모 지역 금융 시장들이 IFRC(International Financial Regulation Commission, 국제금융조정위원회)가 관리하는 ‘월덱스’라는 새로운 국제통화 시장에 합류한다. 1999년, 월덱스는 자체 화폐를 발행한다. 2005년에 이르면 간디gandhi라고 불리는 이 화폐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여타 모든 통화들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또한 IFRC가 국제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들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 이제 간디는 최초의 국제통화로 인정받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이란 시나리오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시나리오다. 이 안에서는 모든 일이 가능하며, 혁신과 변화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면서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이 세계 시장에는 수많은 낙오자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리우데나제이루의 고급 주택가 바로 옆에는 절망적인 빈민가가 늘어서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사회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에게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가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된다.

‘진보 없는 변화’ 시나리오

‘진보 없는 변화’는 ‘세계 시장’의 부정적인 면이 더욱 확연히 드러나는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경제는 무서운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무자비한 이기주의와 부패가 만연해 있다. 사회적 갈등, 성공한 자와 영원히 소외된 자 사이의 깊어 가는 골, 죽어가는 환경, 이 모든 것들이 산재해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의 흐름 속에서 정부와 조직체는 일반인들의 복지에 무관심해진다. 대규모 전쟁에 대한 위협은 없지만, 대신 세계적 폭력집단들 간의 전쟁이 지속적으로 세계를 위협한다. ‘내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인식이 국제 정치의 장을 지배한다. 공고한 동명관계 대신 편의에 따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긴장과 갈등으로 점철된 관계가 등장한다. 이제 이 세계를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들은 없다.

경제는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호황과 불황 사이를 빙빙 돈다. 높은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률, 과대평가된 통화가치, 높은 금리, 마이너스 금리가 판을 친다. 각국은 변덕스러운 경제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허둥댄다. 또한 EC(유럽공동체)는 결코 하나가 되지 못한다. 정말로 이탈리아인들이 스페인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유럽인들은 그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20년 전에 비해 부자들이 많아지긴 하지만 극빈층이 훨씬 더 늘어나 곳곳에 빈민가가 생겨난다. 결국 퇴폐주의와 그로부터 도피하려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한다.

근본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 사이의 갈등이 시대를 특징짓는 요소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진보 없는 변화’를 인식하게 되면서 사회 제도 및 기구에 대한 냉소주의와 미래에 대한 염세주의가 생겨난다. 각종 선동과 우상화가 도래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리고, 어느 국가도 대규모 전쟁을 감당해 낼 수 없기에 (중동 국가들이 간혹 무력행위를 자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핵무기들은 신중하고 은밀하게 숨겨진 채 잠자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전쟁은 세계 전역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굶주린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국가적 의도에서 비롯된 경우도 적지 않다. 1990년대가 시작될 무렵, 어떤 이들은 아직도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낙관주의가 지금의 쇠락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절, 저 앞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는 듯 보였고, 그랬기에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대신 그저 ‘소비’만을 해온 것이다.

리허설 - 미래에 대한 예행연습

존 가드너는 『소설작법』에서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성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고 또 이미 작성된 시나리오들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리허설로 시나리오에 대한 불신을 잠재워라

여러 개의 시나리오 중에는 유독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시나리오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믿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야.”라고 말하게 되는 시나리오 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무리 용의주도한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현실이 정확히 그 시나리오대로 펼쳐지는 경우는 없다. 시나리오 작성의 핵심은 가능성이 있는 모든 미래에 대한 불신을 없애도록 돕는 것이다. 즉,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가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서도 대비를 할 수 있다.

경고의 조짐을 한발 앞서 읽어 내라

경고의 조짐을 항상 한발 앞서 읽어 내도록 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미래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어떤 사업이든 구체적인 사건을 활용해 현실로 다가올 만한 하나의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신호를 감지해 낼 수 있다. 신호로서의 징후들을 간과하게 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당신의 몫이 된다. 보다 깊은 의미로, 신호로서의 징후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상당히 유용하다. 즉, 그러한 징후들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이끄는 시나리오

시나리오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했는가가 아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최대한 많이 고려한다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행동의 변화가 일어났는가’이다. 또한 그 변화의 방향이 올바른 것이었으며, 행동은 적절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올바른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20여 년간 시나리오 작업을 해온 나로서는 모든 올바른 결정들에는 하나의 공통된 요소가 있다고 확신한다. 하나의 공통된 요소는 좀 더 ‘큰 그림’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지구의 환경개선과 글로벌 경제의 성장, 교육의 질 향상에 책임이 있다. 우리 모두는 공동의 운명을 안고 있다. 인류는 이 운명의 고리를 깨닫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대부분의 인류문명화 과정에서 그 상호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해 왔기 때문이다. 어쩌다 전쟁과 같은 사건으로 그러한 인식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각 공동체를 지배하는 논리는 자주와 독립이었다. 오늘날 국제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는 경제 교류,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전 지구를 연결하는 각종 기술의 등장과 같은 것들은 그러한 태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넓은 의미로 생각하자면, 이제 인류가 무엇을 얼마나 성취할 수 있는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개인’이 그 잠재력을 얼마나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나리오는 우리로 하여금 이 상호관계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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