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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잡학다식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by 리치캣 201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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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최인철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2월 / 281쪽 / 9,800원

▣ 저자 최인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한 후에,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를 파헤치는 심리학과에 재입학하였다. 그 후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 대학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대학교 심리과학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최근에는 듀오 휴먼라이프연구소 연구책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좋은 강의는 성실하고 탄탄한 연구에서 출발한다는 평소 신념으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펴고 있는데, 그의 강의는 2005년 동아일보에 서울대학교 3대 명강의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역서로는 『생각의 지도』가 있다.

▣ Short Summary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는 심리’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고 있고, 또 소비와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가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지 알려주는 곳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인데, 이 책은 재테크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범하는 불합리한 착각들로 인해 소중한 돈과 에너지가 여기저기서 ‘새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이 책은 저자가 2004년 가을부터 2005년 봄까지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소개했던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조금은 딱딱할 수도 있는 경제 심리를 가능하면 쉬운 말로, 일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눈높이로 소개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눈앞에 보이는 재테크보다는, 우리 내면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경제활동을 지배하는 심리의 정체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차례

돈 버는 심리 1 강좌 : 돈에는 이름이 없다

돈에다 갖가지 이름 붙이길 좋아하는 심리

콩나물 값은 깎으면서 명품은 척척 산다

백화점 ‘사은품’에 절대 현금이 없는 까닭은?

우리는 매일 ‘심리적 가계부’를 쓴다

매번 빗나가도 로또를 또 사는 심리

바보들은 ‘1/n’을 자주 한다

바보들은 늘 최상의 시나리오로 계획을 짠다

물건을 살 이유와 사지 않을 이유의 심리적 차이

바보들은 스스로 ‘후불제 함정’에 빠진다

오른 세금에 흥분하면서, 돌려줘도 받을 줄 모른다

신용카드는 가장 위험한 형태의 돈

바보들은 마이너스 통장 쓰면서 적금 붓는다

결과를 알고 나서야 ‘내 그럴 줄 알았다’고 큰소리친다

돈 버는 심리 2 강좌 : 상인들의 판매 전략에 아직도 속고 있나?

다양성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종합선물 세트의 함정

명절 선물은 왜 고르기가 어려울까?

B형 남자는 없다

중간을 고르는 게 최선이라고 믿는 바보 심리

바보들은 맨 처음 접한 정보에 마음이 흔들린다

주식 액면 분할의 착시, 초기값의 중요성

“그냥 가만히 있을걸…” 현상 유지의 심리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 안 될 일을 포기하지 못한다

바보들은 오른 주식 빨리 팔고 내린 주식 붙잡는다

바보들은 ‘이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며 기분 낸다

같은 레스토랑을 두 번째 가면 실망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

주식시장의 스타에 대한 지나친 환상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묻는 이유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고 해서 더 흔한 것은 아니다

물건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곧잘 속는다

돈 버는 심리 3 강좌 : 행복해지고 싶다면 혼자 있지 마라

일단 결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심리는 뭘까?

장기투자가 어려운 심리적 이유가 있다

바보들은 주식을 ‘자주’ 사고 판다

부자들은 불행할 거라고 믿고 싶어 하는 심리

빌릴 때는 푼돈, 빌려줄 땐 큰돈이라 느낀다

자신이 거둔 수익률을 실제보다 부풀려 기억하는 이유

‘손해를 보고 판다’고 말하는 진짜 이유

일체형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은 보수적이다

잘 쓰지 않는 물건도 남 주려면 아까워지는 심리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가정 경제를 연 단위로 평가하라

범죄 예방 최상의 처방약은 결혼?

행복해지고 싶다면 외향적인 사람과 같이 다녀라

행복의 조건으로서의 돈, 상대적 수입이 좌우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행복해져라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최인철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2월 / 281쪽 / 9,800원

돈 버는 심리 1 강좌 : 돈에는 이름이 없다

돈에다 갖가지 이름 붙이길 좋아하는 심리

책 속에서 우연히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발견했을 때, 혹은 작년에 입었던 옷에서 10만 원 권 수표 한 장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돈은 쉽게 써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이런 돈에다 ‘공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 달 내내 일해서 번 돈은 눈물겨울 정도로 아껴 쓰는데, 그 이유는 그런 돈에는 ‘월급’, ‘애써서 번 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다. 공돈이든 월급이든 다 같은 돈인데, 사람들은 이처럼 돈에다 갖가지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의 노예가 되며, ‘공돈’이라는 이름을 붙인 돈은 다른 이름의 돈보다 쉽게 써버리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한편으론 공돈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산다면, 그게 무슨 사람 사는 재미냐고 불평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전적으로 동의한다. 만약 당신이 공돈이라는 돈을 팍팍 쓰고 나서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그러나 공돈으로 기분 내고 나서 조금이라도 아쉬워한 적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공돈으로 한턱 쏘고 싶을 때는, 그 공돈을 일단 은행에 저축한 후 2주일 뒤에 쏘도록 하라. 그러면 공돈이 2주간 은행에 들어가 있는 사이, 그 돈의 이름은 ‘공돈’에서 ‘예금 잔액’으로 바뀌고, 그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돈세탁이 이루어져서, 더 이상 ‘공돈’이라는 이름을 갖다댈 수 없을 것이다.

콩나물 값은 깎으면서 명품은 척척 산다?

아파트에 새로 이사를 하면서 집을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리모델링 비용이라는 것이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들게 마련으로, 처음부터 그 액수를 제시했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비용을 선뜻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리모델링 과정에서 도배업자는 “30만원만 더 보태면 처음 보신 것보다 훨씬 세련된 도배를 할 수 있는데….” 하면서 의뢰인의 눈치를 살피고, 이어 블라인드업자도 나서고, 화장실 세면도구업자도 그렇게 나서고, 거실조명업자도 그런 식으로 비용을 높인다. 아마 처음부터 200만 원짜리 벽지를 권한다면 보통의 경우 거부할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170만 원짜리로 결정했다가 30만원이 추가되더라도, 그 상대적 액수가 주는 ‘싼 맛’ 때문에 결국 업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총 공사비 액수와 비교한 상대적인 금액을 중시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추가 지출을 기꺼이 감수하여, 결국 리모델링이 끝난 뒤 받게 되는 청구서의 총 공사비는 처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가 되고 만다. 참고로 큰 규모의 지출이 이루어질 때 소소하게 추가되는 비용을 경시하게 되는 이런 심리가 아파트 리모델링과 같은 상황에 특히 잘 먹히는 이유는, 한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려는 심리에서 기인한다.

콩나물 살 때 아득바득 100원이라도 깎는 사람은 절약정신이 투철한 알뜰한 사람이고, 몇 십만 원짜리 옷을 살 때 100원 깎는 사람은 쩨쩨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경제 원리가 아닌 심리 원리에 얽매여 돈을 쓰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백화점 ‘사은품’에 절대 현금이 없는 까닭은?

돈에다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돈을 쓰는 방식이 달리진다는 것을 앞에서 언급했는데, 돈에 붙여진 이름 못지않게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느냐’도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적립식 포인트는 최근 들어 흔히 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돈인데, 자산을 계산할 때 그 ‘포인트’까지 포함시키는 사람은 드물다. 돈은 돈이되 돈 같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은 분명 현금과 같지만 적립식 포인트는 현금보다 쉽게 써버리게 된다.

아울러 백화점에서는 ‘사은품’으로 현금을 주지 않고, 상품권으로 준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현금처럼 쓸 수 있다고 생색낸다. 그렇다면 백화점은 왜 사은품으로 ‘현금’을 주지 않는 것일까? 이는 적립식 포인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현금으로 돌려주지 않고, 포인트를 주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돈은 돈이되 돈 같지 않은 돈, 쉽게 써버리기 딱 좋은 돈의 형태로 돌려주기 위해서다. 또 하나, 현금은 그 백화점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매장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고, 물론 저축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품권은 오직 정해진 백화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권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그 곳을 다시 찾아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백화점을 다시 찾으면, 거의 예외 없이 상품권 액수 이상의 지출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품권을 받는 행위는 현금을 돌려받는다기보다는,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미끼를 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백화점 상품권을 받기 위해 처음부터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일 ‘심리적 가계부’를 쓴다

어떤 돈을 목돈으로 한 번에 받느냐, 적은 돈으로 여러 번에 나눠 받느냐에 따라, 그 돈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크게 달라진다. 즉 돈의 액수가 큰 경우는 돈에다 특별한 이름을 붙여서 생활비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시키는 반면에, 큰돈을 여러 번 나눠서 받을 경우에는 매번 받는 돈을 소소한 돈으로 간주하여 생활비의 일부로 편입시켜 버린다. 그래서 결국 그런 돈은 쉽게 써버리게 된다. 이는 돈의 심리적 분리와 통합이 주는 효과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같은 돈이지만 하나는 소중하게, 또 다른 하나는 하찮게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책을 한 권 사가지고 오는 길에 책을 분실하면, 그 책을 다시 사는 것을 망설이게 되지만, 책을 사러 가는 길에 책값에 해당하는 돈을 잃어버리면, 책을 사는 일에 거부감을 갖지 않는 것도 같은 심리적인 이유에서다. 같은 돈이지만 지출되는 심리적 구좌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 모두가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심리적 가계부가 부리는 마술이라 할 수 있겠다.

매번 빗나가도 로또를 또 사는 심리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 ‘814만분의 1’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구매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814만분의 1이라는 값은 ‘0’에 가까운데, 사람들은 왜 이런 낮은 확률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일까? 이 또한 심리 현상에서 기인한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보충 설명하면, 사람들의 판단은 자주 ‘감정’에 의해 주도되는데, 그 중에서 특히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불치병 환자를 둔 가족들은, 치료 가능성이 0%에 가깝더라도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생 가능성을 0%에서 0.001%로 올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성을 0.001%에서 0.002%로 올리기 위해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즉 0%에서 조금 벗어난 확률은 아주 작은 수치이긴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적’ 또는 ‘희망’이라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불가능에 가까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로또를 사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같은 돈을 투자할 것이라면 현재 가장 우량한 주식을 사는 것이 유리한데도, 사람들은 생각처럼 우량주를 많이 사지 않는다. 값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확률을 지각하는 방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충 설명하면, 업종 대표주들은 다른 주식에 비해 장기간 보유하면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지만, 100%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불안해한다. 혹시라도 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대표 종목을 사는 걸 꺼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경마장에서도 발생한다. 경마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우승이 유력한 말에 돈을 선뜻 걸지 않는다. 물론 우승 가능성이 낮은 말에 배팅을 해야 배당금이 높기 때문에 큰 것을 노리는 심리도 작용하지만, 아무리 우승 가능성이 높더라도 100% 확실한 것이 아니므로, 거기서 오는 두려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0에 가깝지만 0이 아닌 확률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의 ‘희망’을 갖고, 100에 가깝지만 100이 아닌 확률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갖는다. 이것이 확률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다.

오른 세금에 흥분하면서, 돌려줘도 받을 줄 모른다

재산세가 추가로 더 오른다고 하면 그렇게 흥분을 하다가도, 돌려받으라고 하면 시큰둥해하는 심리,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흥분하다가도 너무 많이 냈으니 돌려받으라고 하면 귀찮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이런 심리가 나타나는 것은, 어떤 일을 ‘할 이유’, 즉 ‘선택할 이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 ‘하지 않을 이유’, 즉 ‘취소할 이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간의 차이 때문이다. 즉 세금을 낼 당시에는 불만스러웠지만, 어차피 낸 돈을, 그것도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되돌려 받아야 할 이유를 따져보니 이것저것 귀찮아지고, 그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 리도 없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또 물건을 살 때와 반환할 때의 심리가 다르듯, 오른 세금을 납부할 때와 이미 낸 세금을 환급 받을 때의 심리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회사, 증권사에서 잠자고 있는 휴면 계좌를 보라. 2004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국내 은행들이 휴면 계좌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4,852억원이라고 한다. 그 중 예금주가 찾아간 돈은 불과 308억원에 불과했으니,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4,544억원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증권사의 휴면 계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5년 6월말 현재 1,038억원의 예탁금이 휴면 계좌로 잠자고 있다고 한다. 자기 명의로 된 휴면 계좌가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는 가장 위험한 형태의 돈

돈에 붙은 이름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신용카드처럼 눈에 보이는 돈의 형태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도 한다. 사실 신용카드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을 뿐, 현금과 동일한 통화 수단이다. 지금 당장 지출되지 않고, 지출 시점이 일정 기간 늦춰진다는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신용카드도 엄연히 돈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현금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에게 한턱 낼 때 대부분 신용카드를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금으로 계산을 하게 되면 ‘크게’ 쏘지 못하고 ‘조금밖에’ 쏠 수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금이 지갑에서 빠져나갈 때는 그 순간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즉 실제로 돈이 없어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가슴으로 체감하게 된다. 하지만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것도 자산이 줄어들기는 매일반이지만, 카드로 계산하는 순간의 손실은, 아직까지는 ‘장부상의 손실’이기 때문에 현금처럼 손실을 크게 실감하지는 못한다. 같은 돈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상실감이 현금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카드로 계산을 하게 되면 지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카드의 결제 기간은 왜 한 달일까? 만일 신용카드 결제 기간이 일주일이라면, 사용하는 대금의 평균액수는 결제 기간이 한 달일 때보다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결제 기간이 하루라고 한다면 일주일 때보다 결제 대금이 더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신용카드의 결제 기간이 줄어들면 심리적으로 ‘현금’과 동일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용카드의 결제 기간을 한 달보다 더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쓰게 되지 않을까? 그러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결제 기간을 거의 무한대로 늘려 놓음으로써,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도액을 초과하는 시점까지 돈을 쓸 수 있는 ‘신용카드’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겠다.

옛말에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신용카드 역시 잘 쓰면 편리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패가망신하기 십상인 위험한 물건 중의 하나다. 이제부터라도 신용카드로 계산하기 전에는 반드시 ‘현금을 주고도 이 물건을 살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도록 하자.

돈 버는 심리 2 강좌 : 상인들의 판매 전략에 아직도 속고 있나?

다양성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종합선물 세트의 함정

과자 종합선물 세트, 여러 가지 음식을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 각종 회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모듬회, 디자인과 색상이 다른 속옷을 매일 갈아입을 수 있는 요일별 속옷 세트, 각종 과일이 담겨 있어 병문안 갈 때 가장 선호하는 과일 바구니…. 이것들은 참으로 매력적인 세트 메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과자 종합선물 세트를 몇 번 받아본 아이들은 어느 순간 선물세트가 가지고 있는 맹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는 빨리 없어져 버리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과자만 남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과자만 이 상지에 다 담아주지…’ 하면서 아쉬워한다. 요일별 속옷 세트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가 갖춰진 세트 물건은 구입할 때는 매력적이지만 실제 소비를 할 때는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여러 가지를 다 갖춰 모양새는 좋지만 생각만큼 실속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런 다양성을 선호한다. 이런 심리적 현상을 ‘다양화 편향(diversification bias)’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다양화 편향을 보이는 이유는 같은 물건을 계속해서 쓰게 되면 빨리 물려버릴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예측을 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시간 수축(time contraction)’이라는 심리 현상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흔히 연수받을 때, 일주일 치 점심 식사 메뉴를 미리 선택해 줄 것을 요청 받게 되면, 오늘 점심에 된장찌개를 먹고 내일 점심에도 된장찌개를 먹으면 당연히 지겨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내일 점심 메뉴로는 전혀 성격이 다른 스파게티를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 점심과 내일 점심 사이의 24시간은 머릿속에서 경험하는 24시간보다는 훨씬 길다 -그 24시간 동안에는 최소한 식사를 두 번이나 더 하게 되고, 간식도 먹고, 회의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온갖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긴 시간- 는 데 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예측할 때는 그 24시간이 수축 현상을 일으켜, 중간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일들은 싹 빠지고, 오직 오늘 점심과 내일 점심만이 부각되어, 그 결과 오늘 점심과 내일 점심이 마치 바로 연이어서 이루어지는 두 번의 식사인 것처럼 인식하고 마는 것이다.

흔히 2등 브랜드 제품들은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심리에 어필하는 광고 전략을 쓰는데, 1등 브랜드만을 사용하면 ‘지겹지 않은지’를 묻고 이번에는 한번쯤 바꿔보라고 유도한다. 즉 ‘늘’ 우리 제품만을 쓰라는 것이 아니고, ‘가끔은’ 자기 제품도 써달라는 식의 광고 전략이다. 반면에 1등 브랜드의 경우에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한 번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강도 높게 경고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다양성의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섞어 놓은 종합선물 세트보다 실제 만족도가 더 높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바보들은 맨 처음 접한 정보에 마음이 흔들린다

A : “나일강의 길이는 얼마쯤 될까? 2,000km보다 길까, 짧을까?”

B : “나일강의 길이는 얼마쯤 될까? 8,000km보다 길까, 짧을까?”

실제 나일강의 길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위의 2가지 질문 중에서 A질문을 받은 사람보다는 B질문을 받은 사람이 나일강의 길이가 더 길다고 답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A질문을 받은 사람은 “2,000km보다는 조금 길겠지. 한 4,000km쯤 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B질문을 받은 사람은 “8,000km는 너무 길고 6,000km쯤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에는 처음 접하는 정보를 기준으로 삼고, 그로부터 시작해서 적정한 값을 추산하는 이런 과정을 전문 용어로 ‘기점 설정과 조정(anchoring & adjustment)’이라고 한다. 이 원리 때문에 처음부터 큰 값을 접한 사람의 최종 판단치가 클 수밖에 없게 된다.

흔히 할인 마트에 가면 개인당 구입할 수 있는 물건 개수를 제한해 놓고 판매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배를 세일하면서 ‘1인당 10개 한정 판매’라는 안내판을 세워 놓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똑같은 배를 팔면서 ‘1인당 5개 한정 판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둘 중 어느 경우에 사람들이 배를 더 많이 살까?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개인이 살 수 있는 개수에 제한이 없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3가지 중 어느 경우에 사람들이 배를 가장 많이 사게 될까? 만일 사람들이 정말 그 배를 사고 싶다면 당연히 아무런 제약이 없는 조건에서 가장 많이 살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경우에 가장 적게 사고, ‘1인당 10개 한정 판매’ 조건에서 가장 많이 산다. 이유는 간단하다. ‘1인당 몇 개 한정 판매’라고 써 놓으면 그 ‘몇 개’가 초기값으로 작용하고, 그로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사야 할 적정 개수를 추론하기 때문이다.

즉 10개 한정 판매의 경우 ‘10개까지 살 수 있다고 10개를 다 채워서 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내가 아니지. 한 7개만 사자.’라고 생각하고, 5개 한정 판매의 경우 ‘5개까지 살 수 있다고 5개를 다 채워서 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내가 아니지. 한 4개만 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딴에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알뜰한 소비를 했다고 뿌듯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할인 마트 측에서 제시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초기값에 영향을 받아 속은 거나 다름없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바로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집값을 흥정할 때도 주인은 일단 값을 높게 부른다. 물론 집을 사려는 사람은 가능한 한 싼값을 부른다. 또 손해 배상액을 놓고 흥정하거나 재판이 벌어질 때도 피해자는 액수를 높게 부른다. 실제 연구에 의하면 초기 요구액이 클수록 최종 배상액이 크다고 한다. 결국 흥정과 협상은 서로에게 유리한 초기값을 누가 먼저 제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겠다.

주식 액면 분할의 착시, 초기값의 중요성

초기값에 큰 영향을 받는 현상은 주식시장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비싼 주식이 액면 분할되면 원래 가격을 초기값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가가 ‘싸다’고 느낀다. 그래서 액면 분할된 주식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떤 주식이 연중 최고치에서 멀어져 있으면 일단 ‘싸다’, ‘이제는 살 만하다’고 느끼고, 연중 최저치에 근접해 있으면 ‘반등’할 때라고 믿는다. 반대로 연중 최저치에서 멀어져 있고 최고치에 육박해 있으면 ‘비싸다’, ‘이젠 좀 쉬어가야 할 때’라고 판단하는데, 초기값으로 연중 최저치나 연중 최고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주식시장이 규칙성에 의해 움직일 때만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는데, 주가의 변동에는 그러한 규칙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참고로 매매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차트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현황을 보여주는 것일 뿐, 미래를 예측해주지는 않는다. 소위 ‘추세’니 ‘패턴’이니 하는 것들은 지나놓고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지, 특정 시점의 주가를 예측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중 최고치나 연중 최저치를 초기값으로 설정하고, 그것과 비교해서 현재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바보들은 오른 주식 빨리 팔고 내린 주식 붙잡는다

주식투자 행동에서도 거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는데 이를 ‘소인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한다. 원래 ‘predisposition toward get-evenitis’의 줄임말이다. 직역하자면 ‘본전을 찾고 싶어 하는 경향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주식시장에서 떨어지고 있는 주식을 쉽게 팔지 못하는 심리 -이득의 상황에서는 모험을 회피하고(risk-aversive), 손실의 상황에서는 모험을 감행하는(risk-taking) 패턴을 보이는 심리- 를 가리킨다.

인간의 이러한 심리 이론을 ‘떨어지고 있는 주식’에 적용해보면, 주식값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매도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장부상의 손실에 불과하다. 내 계좌에 ‘파란색’으로 손실이 표시되어 있을 뿐, 그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아직까지는 손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그 주식을 그대로 두면, 확률적이긴 하지만 손실이 줄어들 수도 있고,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주식을 팔게 되면 장부상의 손실에 불과하던 손실이 곧바로 ‘현실 속의 손실’로 기정사실화 된다.

요약하면 떨어진 주식을 매도하면 ‘확실하게 손실을 입는 것’이고, 팔지 않고 기다리면 손실이 줄어들 수도, 운이 좋으면 전혀 손실을 입지 않을 ‘희망’도 존재하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면 모험을 감행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마냥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수동적인 대처 방안으로 느껴지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대단한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확실한 손실에 대한 본능에 가까울 정도의 거부감, 그런 소인이 사람들로 하여금 손절매를 망설이게 하는 것이다.

한편 오른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의 심리 상태는, 주식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팔아서 이득을 실현하지 않는 한, 그것은 여전히 장부상의 이득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파는 순간에야 ‘확실한 이득’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른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을 때, 이득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득이 더 줄어들 수도 있으므로, 지금 당장 매도를 해서 확실하게 이득을 챙기고자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이런 이득의 상황에서는 모험을 감행하기보다는 확실한 이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모험을 버리고 보수적이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손실 상황일 때는 모험을 감행하고, 이득 상황일 때는 안전을 택하는 심리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오른 주식은 빨리 매도하게 만들고, 내린 주식은 계속 보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주식의 도사는 계룡산에서 수년간 도를 닦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심약한 투자자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인간의 이런 심리적 원리를 깨닫고 극복할 때 탄생한다고 할 수 있겠다.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고 해서 더 흔한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일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거나, 역으로 머릿속에서 쉽게 떠오르기 때문에 어떤 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고 한다.

A : "영어 단어 중 첫 번째 철자가 ‘r’로 시작하는 단어가 몇 개쯤 될까?"

B : "영어 단어 중 세 번째 철자가 ‘r’인 단어가 몇 개쯤 될까?"

위의 두 가지 질문이 따로따로 제시되었을 때, 어느 질문에 대한 답이 더 클까? 실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A의 질문에 대한 답을 더 크게 제시했다. 왜냐하면 머릿속에서 ‘r’로 시작하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고, 세 번째 철자가 ‘r’인 단어는 쉽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영어 단어에서 세 번째 철자가 ‘r’인 단어가 ‘r’로 시작하는 단어보다 더 많다. 따라서 쉽게 떠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더 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편 비행기 사고와 같은 경우는 실제 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번 사고가 나게 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사고의 참사가 머릿속에서 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살이나 자동차 사고는 비행기 사고보다 훨씬 많은 인명을 앗아가지만, 아주 특별한 개인의 자살이나 끔찍한 자동차 사고가 아닌 이상, 머릿속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확률적으로는 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중 하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자동차 등록대수와 엘리베이터 설치대수를 기준으로 사고 빈도 -자동차는 1,000대당 1대꼴로 사고가 발생하고, 엘리베이터는 100대당 2대꼴로 사고가 발생- 를 조사하면, 엘리베이터의 사고가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동차 사고의 빈도가 엘리베이터 사고 빈도보다 더 많다고 인식한다. 왜일까? 자동차 사고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건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곧잘 속는다

홈쇼핑 채널을 보고 있자면 몇 가지 재미있는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한정 세트 판매’라는 커다란 자막이 등장하거나, 쇼호스트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말을 긴박하게 반복한다. 긴박함, 화려함, 빠른 말투, 높은 톤,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된 홈쇼핑 광고를 5분 이상 보고 있노라면, 시청자들은 뭔가 ‘절박함’을 느끼게 되고,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은 강한 유혹을 받는다. 이런 기법들은 ‘희소성’이라는 심리적 원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홈쇼핑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들이다.

참고로 물건의 실제 가치와는 무관하게 어떤 물건이 희소해지면 귀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인데, 이는 ‘희귀한 것 = 귀중한 것’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나나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나나가 귀했던 시절, 바나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바나나가 넘쳐나는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바나나 맛이 그 사이에 변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때는 단지 바나나가 너무 귀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치과에 갈 때마다 불만스러운 일이 하나 있는데 예약시간 간격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진료시간에 맞춰 여유 있게 가도, 늘 이전 예약 손님의 진료가 끝나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이 얼마인지 간호사나 의사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예약시간 간격을 그렇게 짧게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더 많은 손님을 보려는 이유 때문일까? 흔히 연예인들의 경우 섭외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그날은 다른 스케줄이 있다며 가볍게 거절부터 한다고 한다. 특강 요청을 받은 강사도, 요청받은 그날은 좀 곤란하다며 다른 날이 가능한지 물어본다. 치과의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환자들에게 자신들이 받는 진료 서비스가 귀한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홈쇼핑의 희소성 전략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물건을 사는 목적이 수집 자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물건들은 ‘소유하는 것’ 자체가 구매의 목적이 아니라 기능이 가장 중요한 구매 조건이므로, 상대적으로 희소성의 원리가 중요하지 않다. 또한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은 경쟁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돈 버는 심리 3 강좌 : 행복해지고 싶다면 혼자 있지 마라

일단 결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심리는 뭘까?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행했던 한 연구 결과이다. 배팅을 하기 위해 창구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과 이미 배팅을 하고 창구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경마의 우승 확률을 물었다. 그 결과, 이미 배팅을 마친 사람들이 배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사람들보다 자기 말의 우승 확률을 더 높게 보고 있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팀의 해석에 따르면, 일단 배팅 결정을 내리고 돈을 지불하고 나면, 그 행위 자체가 자기 결정에 대한 확신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즉 ‘돈을 지불하였다’라는 사실 자체가 자기 확신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참고로 어떤 결정이든지 결정을 내리는 행위 자체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내가 선택한 대안보다 선택하지 않은 대안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비록 사소한 결정이라도 최종 결정 앞에서는 약해진다. 이런 잠재적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미 내린 선택을 번복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옷을 구입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후불제가 인기 있는 이유도 이런 심리와 관련이 깊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한번 결정을 내리고 나면 취소하거나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다른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자기 결정을 번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선택한 결정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는 심리적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기가 선택한 쪽의 장점과 선택하지 않은 쪽의 단점을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반면 선택한 쪽의 단점과 선택하지 않은 쪽의 장점은 애써 무시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는 대우자동차의 리콜 소식에 집중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한편, 어느 자동차나 리콜은 있게 마련이라며 현대자동차의 리콜 소식은 무시하곤 한다. 그리고 대우자동차를 선택한 소비자는 현대자동차가 신차를 출시해 반응이 좋다는 소식을 듣고도 관심이 없는 척하는 반면, 대우자동차가 GM의 기술력을 수입하고 있다는 소식에는 귀를 세운다. 이런 현상을 ‘인지 부조화’라고 한다.

두 가지 중에서, 최종 선택한 것은 선택하기 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혹시 잘못 선택했다고 후회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덜려는 것인데,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한 후에 생각만큼 잘 교환하지 않거나 환불하지 않는 이유도 일부 여기에 있다. 결국 인간은 ‘합리적 존재(rational being)’라기보다는 ‘합리화하는 존재(rationalizing being)’인 것이다.

빌릴 때는 푼돈, 빌려줄 땐 큰돈이라 느낀다

오래전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와 돈을 빌려간 채무자의 입장은 천양지차다. 채권자는 “그 당시 50만원이면 얼마나 큰 돈인데?”하면서 돈의 가치를 추켜세우고, 채무자는 “그 친구한테는 50만원쯤이야 푼돈이었어.”하면서 돈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이처럼 같은 돈을 가지고 채권자는 ‘큰돈’, 채무자는 ‘푼돈’이라는 동상이몽을 하게 된다.

빌린 돈의 가치보다 빌려준 돈의 가치를 더 높게 보는 것은, 기회비용에 대한 서로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인데,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내가 그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잘만 굴렸더라면, 지금쯤 아파트 전셋값은 만들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반면, 돈을 빌린 입장에서는 ‘어차피 그 사람에게는 있으나마나한 돈’ 또는 ‘나한테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어차피 그 돈으로 술이나 마셨을 것’이라고 치부하며 애써 돈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이래서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다.’는 속담이 나온 모양이다.

참고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동업은 절대 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는데, 주변에서 동업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업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오르면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갈등의 주 원인은 대부분 누구의 공이 더 큰지, 자신이 받아야 할 적정한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다툼 때문인데, 내 시간과 돈이 남의 것보다 귀하고 크게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동업을 시작할 때 계약서를 분명하게 작성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동업자의 공헌 정도를 수량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런 심리적 갈등이 더욱 심화된다.

마찬가지로 팀 과제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은 팀원도 자신의 공헌도는 높게 평가하는 법이다. “내가 비록 모임에 자주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끔 나와서 던졌던 통찰력 있는 제안들, 기억하잖아?”라고 말한다. 이처럼 내 것과 타인의 것에 대한 비대칭적인 생각이 생활 곳곳에서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금 더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나의 돈, 시간, 노력이 소중하다면, 상대방에게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가정 경제를 연 단위로 평가하라

돈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빠듯한 월급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정 경제를 ‘월’ 단위로 평가하는 데도 어느 정도 기인한다. 따라서 1년 동안의 ‘전체 수입’과 ‘전체 지출’이라는 커다란 범주로 가정 경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너스가 나오는 달, 남편의 부수입으로 수입이 평소보다 많은 달, 연말 성과급이 들어오는 달, 세금 환급을 받는 달 등을 염두에 두고, 1년을 하나의 회계 기간으로 따져보면, 그동안 주부들이 매달 경험했던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외향적인 사람과 같이 다녀라

사람의 성격 중에서 행복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외향성과 신경증 성향인데, 외향적인 사람은 내성적인 사람보다 행복감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보충 설명하면 행복은 어떤 가치나 목표에 ‘접근’하는 것이 핵심인데, 외향성은 바로 이런 접근성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간다. 따라서 만일 당신이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일단은 축복 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긍정적인 정서 때문이다. 외향성은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사교성이나 가까워지려는 친교의 욕구 등 몇 개의 하위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런 하위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아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긍정적인 정서이고, 긍정적인 정서가 행복에 유리한 이유는 그것이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정서는 마음의 폭과 생각의 넓이를 확장하고(broaden),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을 키워주는(building)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인의 긍정적인 정서를 새로운 형태의 ‘자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편 내성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외향성과 내향성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된 기질과도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성적인 사람이나 걱정이 많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것일까? 그런 운명 속에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쉽고도 현명한 방법은 외향적이고 행복한 사람들 옆에 붙어 다니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정서는 유전성이 강하지만, 긍정적인 정서는 환경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유쾌하고 쾌활한 사람들과 사귀면서 그들의 행복에 전염되도록 해보라. 그런 뒤에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배워보는 것이다. 반면에 외향적인 사람들은 주변의 내성적인 친구들을 어여삐 여길 필요가 있다. 그들을 자주 모임에 데려가고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켜 보라. 당신의 노력으로 그들의 인생도 확 바뀌게 될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행복해져라

많은 심리학 연구들을 보면, 돈과 행복의 조건 사이에는 양 방향 관계가 성립한다고 한다. 즉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행복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인간관계가 좋아야 행복하지만, 역으로 행복하면 인간관계가 좋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행복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행복하면 좋은 직장을 가질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즉, 행복에 필요한 전제 조건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 그런 조건들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복을 ‘복(福)’으로 생각해 수동적으로 바라보던 지금까지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행복하면 좋고, 형편이 안 돼서 불행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는 행복을 추구하는 열망을 꺾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이나 한국은 경제적으로 풍요한데도, 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보다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그 부분적인 답은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은 행복을 ‘성스러운 의무’로, 선택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야 하는 지상 과제라고 믿는 반면, 동양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경험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사람의 특징이라고 간주하고, 참다운 리더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걱정이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시킨다. 즉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서 고민하고 수심에 잠긴 모습이, 우리가 기대하는 리더의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비단 리더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바람직한 인간상도, 자기 삶에 만족해서 늘 즐거운 사람이라기보다, 자신의 단점을 돌아보고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행복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다. 행복에 이르는 조건들에 집착하기보다는, 행복이 가져다주는 결과물들을 기대하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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