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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경영학과 군사학

The Slow Pace of Fast Change

by 리치캣 2010.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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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기술적 우수성이나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제품이나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는 별반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왜 우수한 혁신 제품이나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은 당연하다. 본서는 바로 왜 우수한 혁신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하는가, 그리고 혁신의 시장 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략은 없는가 라는 매우 중요한, 그렇지만 충분한 연구가 부족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왜 혁신의 채택과 확산이 지체되는가?

혁신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확률이 20~30%에도 못 미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혁신의 시장 성과는 혁신의 우수성과는 별개이다. 혁신의 성과를 결정짓는 시장도입 및 확산의 속도와 정도는 혁신 그 자체의 우수성은 물론 혁신이 대체하고자 하는 기존 시장의 상태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 저자는 시장균형(equilibrium)의 개념을 이용하여 혁신의 도입이 실패하거나 지체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혁신 제품이나 기술이 대체하고자 하는 현재의 제품이나 기술은 다양한 공급자와 소비자, 기타 이해관계자에 의해 지지되고 유지된다. 이 상태는 비록 가장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상당 기간 동안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형성되어 온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이 상태가 바로 시장의 균형 상태이다. 이처럼 시장이 균형 상태에 있을 때에는 개별 기업은 혁신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선택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거나, 혹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균형 상태에서는 설령 개별 기업이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타 기업들에 의해 곧 기존 균형 상태로 환원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는 다수 참여자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서는 현재 균형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


특히, 시장 참여자간에 네트워크가 보다 탄탄하게 조직화되어 있을수록 시장균형이 유지되는 정도는 높아진다. 네트워크 구조의 시장에서 한 기업의 선택은 네트워크 상의 여러 관련 기업의 선택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 저자는 네트워크 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에 대하여 반론을 제시한다. 즉, 흔히 시장의 네트워크화에 따른 정보효율성의 증진으로 혁신이 보다 신속하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네트워크화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이 채택되고 확산되기 어렵고, 기존의 균형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네트워크 속성상 일단 균형 상태에 균열이 오면 쉽게 새로운 균형 상태로 이행할 수 있지만, 혁신 제품이 기존 시장에 균열을 가져오기 힘든 것 또한 시장의 네트워크적 속성 때문이다. 시장의 글로벌화, 가치사슬상 활동의 세분화 및 분업화 등으로 참여자의 수가 증가하는데 반해 이들간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부재한 경우에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지속된다.

 

 

어떻게 혁신의 채택과 확산을 촉진할 것인가?


● Endgame에서 전략수립을 시작하라

따라서, 혁신기업은 혁신 제품과 기술이 아무리 기존 제품이나 기술보다 우수할지라도 이들이 저절로 채택되고 확산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혁신의 시장 채택을 촉진할 수 있는 전략을 주도 면밀하게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혁신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현재의 시장상황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자신이 지향하는 미래 시장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현재시점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립할 때 의외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 즉, 자신이 도입하고자 하는 혁신 제품/기술이 널리 채택된 이후의 새로운 시장균형, 즉 endgame을 먼저 예측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현재시점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방식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혁신의 도입과 확산을 통해 도달하는 균형 상태인 endgame은 하나의 고정된 모습을 갖기 보다는 여러 형태로 추정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여러 대안적 endgame들 중 실현가능성 및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여 목표 endgame을 설정하여야 한다. 특히 endgame은 자사의 이해관계는 물론 공급자와 수요자, 기타 이해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구체적인 전략수립 및 실행에 앞서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할 필요가 있다. 이들 질문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만한 대답이 곤란할 경우 설령 초기에 혁신도입이 이루어지더라도 광범위한 확산에 실패하거나, 또는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형 상태를 창출하는데 실패하기 쉽다.

 

·현재 수요자와 공급자는 각각 어떠한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들이 혁신을 채택하고 변화를 추구할 충분한 동기와 능력이 있는가?
·혁신 채택, 즉 신균형 도달 경로상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 기업은 누구인가?
·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혁신 도입의 결과로 도달할 신균형이 오랜 기간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요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일단, endgame이 설정되면,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endgame을 향해 이동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전략수립의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자는 현재 균형상태의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endgame의 이해관계자들임에 유의해야 한다. 이때의 전략은 경쟁은 물론 협력가능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하며, 경쟁 및 협력구도의 촉진을 위해 필요에 따라서는 혁신 제품과 기술의 기능 내지 특성도 재검토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즉, endgame 달성을 위해 현재의 유력 경쟁기업을 협력기업으로 포섭하는 것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혁신 제품의 일부기능을 포기하거나, 혹은 포섭대상 기업으로 하여금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시장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Multiplier Mechanism을 개발하라


혁신 기술과 제품의 신속한 시장 도입과 확산을 통해 endgame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영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과제의 하나가 바로 소위 ‘multiplier mechanism’을 개발하는 것이다. 혁신이 네트워크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여 신속히 확산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critical mass를 확보해야 하는데, multiplier mechanism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multiplier mechanism은 대부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컨대, 허브(Hub), 전파(infecting), 보완(complementing), 그리고 조정(coordinated incentive) 메커니즘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경영자가 원한다고 해서 임의로 이러한 메커니즘을 선택하여 활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자사가 추구하는 혁신의 특성을 면밀하게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메커니즘 선택의 판단기준이 되는 혁신의 특성으로는 현 제품에 대한 상대적 우위 정도, 현 제품과의 호환성 정도, 혁신 제품의 개념적, 기능적 이해 가능성 등이 있다.


예컨대, 만약 혁신 제품이 기존 제품과 호환성이 높을 경우에는 기존 제품과 보완적 관계로 포지셔닝하여 기존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보완적 메커니즘은 기존 제품의 견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혁신 제품의 효용성을 쉽게 이해시킬 수 없을 때에는 초기 채택자(early adoptor)를 확보하여 이들로 하여금 혁신 제품을 널리 확산시키도록 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대안이 있다. 만약 혁신 제품이 이러한 속성을 모두 갖고 있지 못할 때에는 기존의 네트워크를 포기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Endgame에 도달하는 과정 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라

Endgame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불확실성이다. 그런데, 저자는 다수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데 전략적이지 못하며, 많은 경우 즉흥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사가 설정한 endgame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상황을 엄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전략적 접근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Endgame을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대안은 상황 특성 및 혁신 제품의 특성에 따라 과감한 투자전략, 유보전략, 그리고 보험구입 전략 등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저자는 혁신의 동기, 혁신결과의 전유 가능성, 기존 네트워크의 활용 용이성, 신호가치(signaling value), 혁신의 제한적 실험 가능성, 그리고 관련 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세 가지 전략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혁신의 기대효과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을 자사가 향유할 수 있으며, 특히 무엇보다도 자사의 투자행위가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경우에는 과감한 투자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추후에 결정하는 유보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두 대안의 중도적 대안으로서 보험구입 전략은 상황 판단이 불확실한 경우에 적합하다. 전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기 보다는 소규모의 투자를 실행에 옮기면서 상반되는 대안, 특히 경쟁사가 선택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안을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서는 혁신이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원인과 더불어 극복방안을 체계적인 이론적 접근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특히, 조직내부의 프로세스, 메커니즘 등에 집중된 기존 혁신 연구의 범위를 시장전략의 영역으로까지 확대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본서는 경영자들에게 혁신의 우수성을 맹신하거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혁신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현실적인 endgame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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