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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잡학다식

코스모스/ 칼 세이건

by 리치캣 201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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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때인가 읽었던 책인데...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코스모스/ 칼 세이건


이 책은 어쩌면 제 인생을 바꿔놓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인생 최고의 책 베스트 3안에 드는 책이죠.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제일 처음 봤던 때가 아마 중학생이나 고등 학생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어린 시절에 칼 세이건은, 그리고 그가 펼쳐놓은 우주는 제 사고에 깊이 아로새겨 졌습니다. 무던히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호기심도 의문도 많았던 그 시절에 이 책은 학교에서 답해주지 않는 것들에 대답을 해 주었죠.
그래서 아직도 ‘코스모스’를 읽다 보면 가슴이 벅차옴을 느낍니다. 무한이 펼쳐지는 우주에 현기증을 느끼기도 하고, 방 천정에 황도 12궁이나, 무슨무슨 별자리들을 그려 넣기도 하다가 호되게 혼이 났던 경험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금 몇 번이나 다시 읽지만 그 때마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우주를 보여줍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처음 접하게 되면 우선 그 두껍기에 위축이 됩니다. 가장 뒷면의 찾아보기까지 세어본다면 7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께죠.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얇은 책들에 비하면 확실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두꺼운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두께에 괜스레 겁을 먹지 마세요. 이 책은 일단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할 정도로 흡인력이 강한 책입니다. 더군다나 천문학, 혹은 과학이라는 것에 대한 지식이 완전히 전무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염두 해 두고 쓴 책이니 만큼, 글은 웬만한 SF소설보다도 쉽게 읽힙니다. 말 그대로 확실한 교양 과학 입문서죠. 그저 저자가 인도하는 대로, 손을 잡고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우주 여행을 한번하고 온 기분이 들겁니다. 혹은 어느 순간 보이저 2호와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교양 과학서 중 최고로 치는 이유는 칼 세이건의 천문학적 지식과 그 전달, 그리고 유려한 문장력에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의 철학 때문입니다. 그는 책에서 천문학을 다루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식’에 대한 열망과 인간애를 드러내기도 하죠. 책을 읽다 보면 불타 없어져버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너무 아쉬워 몸서리 치기도 하고, 비운의 여성 히파티아의 비극에 울컥하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1000년을 애석해 하기도 하며 케플러와 뉴턴을 떠올리게 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밤하늘을 다시 올려다 보게 만들어 줍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가 거기에 있습니다.

“밤하늘을 다시 올려다 보게 만들어 줍니다.”

‘상상을 초월한’ 이라고 쉽게 말을 하기는 하지만 그 ‘상상을 초월한’ 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잊어버리거나 혹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던 우리의 사고를 지구를 넘어 광대한, 말 그대로 무한히 광대한 우주로 이끌어 줍니다. 그럼으로써 다시 인간을, 바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죠.

그런데 의아한 것은 책을 읽는 와중에 어쩌면 저자의 어떤 아픔 비슷한 것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아픔은 무엇일까요? 어디서 온 아픔이고, 무엇을 위한 슬픔 일까요?
찬란하도록 벅차지만 또한 농밀하게 가라앉은 슬픔을 엿본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잔잔한 바다 위에 새겨진 물이랑 같았습니다.
물비늘을 가르며 상처처럼 새겨진 칼 세이건의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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