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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土日섹션weeklyBIZ] 07.04_ 애플·도요타·삼성전자가 고객… '세계 디자인의 심장' 아이디오(IDEO)를 가다

by 리치캣 201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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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土日섹션weeklyBIZ의 7월 3일자 기사입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02/2010070201809.html

 

이 회의실에서는 NO라는 말은 NO

아이디오 CEO 팀 브라운 인터뷰 "머리가 아닌 발과 눈, 손으로 혁신하라"


Weekly BIZ가 아이디오를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8년엔 이 회사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을 방문해 아이디오의 남다른 디자인 비결을 알아본 적이 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이유는 아이디오가 요즘 혁신적 디자인의 산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디자인 창조 방식을 기업의 경영에 접목하는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새롭게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Apple)이 내놓은 최초의 컴퓨터 마우스, PDA 열풍의 주역이 된 미국 팜(Palm)사의 '팜V', 폴라로이드의 즉석카메라….

기술 혁명을 이끈 이들 혁신 제품들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의 디자인 기업 아이디오(IDEO)가 낳은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아이디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고객 리스트를 보면 흡사 전 세계 우량 기업들을 그냥 열거해 놓은 것 같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코닥, 펩시콜라, JP모간, 노키아, 도요타까지…. 300여개의 기업이 망라돼 있다. 삼성전자LG전자, SK텔레콤, 현대카드도 들어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내려 차를 타고 40여분. 아이디오 본사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치 유치원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형형색색의 책상과 의자, 기하학적 사무실 배치에 도화지와 색연필이 곳곳에 넘쳐난다.

아이디오의 심장이라는 '프로젝트룸'에 들어섰다. 아이디오가 의뢰받은 수많은 디자인 프로젝트들이 돌아가는 곳이다. 어떤 방에선 신용카드의 미래에 몰두하고, 옆방에선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 장비를 고안하며, 다른 방에선 인도의 시골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연구한다. 대형 쇼핑 매장 크기의 공간에 많을 때는 100여개 프로젝트가 돌아간다. 각각의 프로젝트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사방이 모두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데이터와 사진, 그림, 시제품들로 가득하다.


 

판단은 미루고 동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라
세상을 바꾸는 '상상 놀이터'선 손으로 생각한다
겁없이 보스를 놀려줄 수 있어야 건강한 조직


아이디오의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천장엔 자전거가 줄줄이 걸려있다. 부둣가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낸 아이디어다. /아이디오 제공

입구에 낡은 폴크스바겐 미니밴이 한 대 서 있었다. 폴크스바겐을 좋아하는 프로젝트 부서장이 유럽으로 일주일간 출장을 떠나자 부원들이 이베이에서 400달러를 주고 차체만 있는 폴크스바겐 미니밴을 산 뒤, 부서장의 사무실을 그대로 옮겼다. 운전석을 들어내고 의자를 들여 놓은 뒤 전화·컴퓨터·스테레오까지 갖다 놓았다. 출장에서 돌아온 부서장은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겨 18개월간 업무를 보았다. 이 미니밴은 지금은 회의실로 이용된다.

기자를 안내한 톰 켈리(Kelley) 전 CEO는 "건강한 조직 문화는 유머가 있는 곳이고, 두려움 없이 보스를 어느 정도 놀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그가 CEO 시절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사무실 가구가 치워져 있고, 테니스 네트가 설치돼 있었다. 네트 한쪽엔 자신의 인형이, 건너편에는 존 맥켄로 선수의 인형이 서 있는데, 수천개의 볼이 맥켄로 선수 진영에 쌓여 있었다. "제가 친 볼을 맥켄로가 받아넘기지 못했다는 뜻이죠, 하하."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할 때 이용했거나 영감을 받은 물건, 부품들을 넣어두는 서랍장. 이 회사에선‘테크 박스’라 부른다. /아이디오 제공

프로젝트룸을 빠져나와 옆으로 돌면 '테크 박스'라고 불리는 서랍장이 있다. 7~8개의 긴 서랍이 달려 있다. '열전도 물질(thermal material)', '놀라운 재료(amazing material)', '전자 테크' 등의 이름표가 붙은 서랍에는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할 때 이용했거나 영감을 받은 물건, 부품들을 넣어둔다. 서랍장 위에는 인트라넷에 연결된 컴퓨터가 있어 해당 부품 이름을 자판으로 두드리면 대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작동하며,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왜 멋있는지(cool), 그리고 사내에 누가 전문가인지 정보가 뜬다. 아이디오에서는 '테크 박스'를 '지식 경영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추상적인 지식 경영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모습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디오의 브레인스토밍은 유명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이 벌어지는 회의실은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하다. 긴 화이트보드에 마커, 그리고 포스트잇이 있을 뿐이다. 화이트보드 상단엔 '판단을 미룰 것', '거친 아이디어를 장려할 것',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것' 등 7가지 원칙이 쓰여 있다. 마법은 여기에 있다. 이 구호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풋내기 신입사원은 등 뒤의 구호를 구원군 삼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맘껏 얘기하고, 베테랑 중역은 구호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참는다.

아이디오(IDEO)의 브레인스토밍 회의. 이 회의에선‘그러나’란 말을 써선 안 된다. ‘그리고’라고 말해야 한다. /아이디오 제공

이 회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프로토타입(prototype·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보는 것. 시제품보다 더 원초적이며 미완성 형태이다)들이다. 최초의 컴퓨터 마우스는 구슬처럼 생긴 방취제 뚜껑 부분을 버터가 담긴 플라스틱 접시 밑바닥에 붙인 프로토타입에서 탄생했다. 디자이너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떠올린 아이디어를 현장에 있는 물건들로 즉석에서 만들어 본 것이다.

아이디오의 CEO 팀 브라운(Tim Brown)은 이것을 "손으로 생각하기"라고 부른다. 혁신에 목이 마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갈망하는 경영자들에게 그가 던지는 조언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머리보다는 발과 눈, 그리고 손으로 혁신하라."

아이디오 직원들은 항상 머릿속 아이디어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시험용 모델(프로토타입)로 만들어 본다. /아이디오 제공

 

 

"블루오션 원하는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고 경영하라"

팀 브라운 사장은 팬시한 까만 안경에 턱수염을 기르고, 몸에 딱 달라붙는 니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지난 2000년 아이디오의 CEO가 된 그는 늘 노트를 옆에 끼고 다닌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의 노트를 열어보니 그의 메모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마인드 맵을 그리는 것처럼 개념어들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었다. 그의 메모 중엔 'CEO의 역할'에 관한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느 페이지엔 'CEO의 역할'이란 말이 가운데 둥근 원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비전과 가치를 제시할 것', '조직이 외부의 기대에 부응토록 할 것', '예측하기 힘든 것들을 이해할 것', '역량과 신뢰를 증대시킬 것'과 같은 구체적인 미션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다른 페이지에는 CEO의 역할에 '겸손'이라고 표시한 대목도 있었다.

아이디오 CEO 팀 브라운

그는 최근 〈디자인에 집중하라·Change by Design〉라는 책을 썼다. 공식이 없는 혁신의 세계, 디자이너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 주려고 시도한 책이다. 늘 밖으로 돌아다니고, 관찰을 하며, 프로토타입(시험용 모델)을 만들어 보는 디자이너의 작업이 어떻게 블루오션의 세계로 인도하는지, 그리고 그런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경영자의 일하는 방식에 활용할 수 있는지, 브라운 사장은 안내자 혹은 번역자처럼 다리를 놓으려고 애썼다.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고 경험하라

―책 〈디자인에 집중하라〉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한마디로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디자이너의 테크닉을 배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매우 창의적이고 효율적이다. 디자이너들은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어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과정을 풀어보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구체적인 제품을 만들 때 여러 방법들을 단계별로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도 그런 방법을 이용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흔히 '디자인' 하면 검은 터틀넥을 입고 디자이너 안경을 쓴 사람들이 하는 신비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신화를 깨려고 한다. CEO와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인사 담당자 등 어떤 일을 맡고 있든 관계없이 사람들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며,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실행하는 데 디자이너의 일하는 방식을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 회사의 수백명 디자이너들의 경험을 토대로 디자이너가 생각하고 일하는 방법을 묘사하려고 했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아이디오의 본사 로비.

―디자이너가 일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간단하다.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만 구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밖으로 나가 세상에서 구한다.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찰해야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세계를 관찰하고 경험해야 한다. 이것이 위대한 디자인의 출발점이다.

다음 단계는 이 관찰을 토대로 어떤 전략적인 기회가 있을 수 있는지 도출하는 것이다. 가능성을 비주얼화하는 능력이다. 아이디에이션(ideation) 단계로,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탐색한다. 이 단계에선 팀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팀원들이 한데 모여야 한다. 사회과학·디자인·경영·기술 등 서로 다른 분야가 섞여야 한다."

그는 디자이너 출신이라 톡톡 튈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매우 진지한 스타일이었고, 정확히 설명해 주려고 애를 썼다. 그는 영국인 특유의 또렷또렷한 악센트로 말을 이어갔다.

"중요한 것은 스피드이다. 그래서 프로토타입이 중요하다. 단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거나 스케치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게 결과적으로 훨씬 빠른 길이다. 아무리 조악한 것이라도 좋다. 프로토타입은 물리적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자 체험 등에 모두 적용된다. 프로토타입은 팀 내부에서 검토해 볼 수도 있고, 경영진과 함께해 볼 수도 있으며, 시장에 나가서 테스트해 볼 수도 있다. '손으로'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 디자인을 많이 다뤄보지 않은 회사의 경영진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최종 단계에서 프로토타입을 가져오길 원한다. 온갖 과정을 다 거쳐서 마지막으로 거의 완성된 제품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피드백을 줘도 고치기엔 너무 늦어 버리고 만다. 경영진은 초기 단계에 프로토타입을 봐야 한다. 경영진의 지혜와 지원이 초기 단계에 투입되어야 한다."

일본의 자전거 및 부품 회사 시마노가 아이디오에 의뢰해 만든 새로운 컨셉의 자전거. 페달을 뒤로 돌리면 브레이크가 작동돼 급정거가 쉬워졌고, 예전보다 핸들이 높아져 더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아이디오 제공

하지만 그는 이런 방식이 아시아 기업들의 경영 풍토에서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의 경영 풍토는 실수와 실패를 피하려고 하죠. 직원들은 초기 단계에서 경영진에게 보여주길 싫어합니다. 이런 풍토는 고쳐야 합니다. 그러나 몇 주 전에 우리를 찾은 한국 기업은 달랐습니다. 우리와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가 프로젝트팀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해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브라운 사장은 디자이너들이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라고 이름 붙였다. 단순히 제품을 보다 매력적이고, 사용하기 쉬우며, 팔리기 쉽게 만드는 협의의 디자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접근 방식으로서 광의의 디자인을 말한다. 디자인적 사고는 기업 경영은 물론 지구 온난화나 교육, 헬스케어, 보안 등 모든 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지난 40~50년간 디자인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지엽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컨슈머리즘(소비 지상주의)의 도구로 단순히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데 이용됐죠. 사람들은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면 자동적으로 어떤 물건을 떠올립니다. 그 뒤에 있는 방법론과 접근 방식을 보지 못하죠. 그러나 디자인은 디자인적 사고가 없이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제 의도는 사람들의 관심을 아름다운 제품으로부터 근본적인 접근 방법으로 돌리려는 것입니다."

■시제품을 만들어 보라. 조악하더라도.

―디자인적 사고가 왜 필요한가?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풀어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 결정을 내릴 때 통상적인 방법은 기존에 있는 옵션 가운데 최선을 선택하는 식이다. 기존 옵션들을 분석해서 '이것이 최선이야, 이것이 우리가 실행해야 하는 것이야' 하는 식으로 고른다. 이 방법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해결책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영리한 회사는 다른 회사가 가져보지 못한 새로운 해결책을 창조한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확산(divergent)되는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는 확산을 통해 혁신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경쟁자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을 갖게 한다."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기업을 꼽는다면? 그리고 그들 기업의 공통점은?

"나이키, 애플, 삼성 같은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는 소비자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알고, 그들과 가까우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현장에 나가서 질문을 던지는 게 문화의 일부가 되어 있다. 또한 이런 기업은 문제를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여러 분야에서 팀원을 모아서 효과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게 문화가 되어 있다."

―아이디오가 맥킨지나 BCG 같은 경영 컨설팅 회사와 다른 점은?

"다른 접근을 한다. 경영 컨설팅 회사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석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문제를 세분화하고, 이미 있는 솔루션 가운데 해당 기업에 효과적인 것을 제시한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디자인적 사고를 한다. 디자인적 사고는 확장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는 소비자들의 필요를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낸다.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방법이다. 강한 기업은 두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 분석적 방법과 디자인적 사고를 동시에 쓴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고 한다."

―당신이 리더십에 대해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우리가 지금 나누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실 내가 처음으로 CEO가 됐을 때 매우 불안하게 생각했던 것들이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스프레드시트나 회계 같은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경영도 디자인을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즈니스 문제를 디자인 문제처럼 다루자 매우 편안해졌다. 디자이너로서 발전시켰던 기술을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내게 매우 중요한 교훈이었다."

■패션회사처럼 일하라. 프로젝트 방식으로.

그는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이 늘 프로젝트 기반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이 갖는 공통적인 착각 중 하나는 마치 기계처럼 이 물건이 들어오고 저 물건이 나가고, 이것을 구매하고 저것을 판매하는 과정(프로세스)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혁신은 이런 식으로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혁신은 시작과 끝이 있는 단속적인 개념이다.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돼 그 목적이 완수되면 끝을 맺는 프로젝트와 같다. 그는 "프로세스는 연속적이지만, 프로젝트는 단속적이며, 프로세스는 효율적이어야 하지만, 프로젝트는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브라운 사장은 "프로세스와 프로젝트는 멘털리티(mentality)가 완전히 다르고, 관리도 달라야 하며, 예산도 다르게 짜야 한다"고 했다.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아야 하는 패션회사 같은 기업은 프로젝트 방식으로 일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금융회사나 R&D에 별 관심이 없는 제조업체는 프로세스 중심이다.

―일상적인 프로세스와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 사이에 적절한 균형 비율이 있는가.

"업종에 따라 다르다. R&D 기업이라면 90%를 프로젝트에 쓰고 10%를 일상적인 프로세스에 배정하지만, 일반 제조업체라면 60~70%를 프로세스에 쓸 것이고, 회계 파트라면 10% 정도만 프로젝트에 배정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최소한 10%는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에 써야 한다.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를 위한 이노베이션적 프로젝트는 필요하다."

―디자인적 사고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 자동차 '빅3'가 실패한 원인은?

"그들은 디자인을 시야에서 놓쳐버렸다. 디자인을 그저 시장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소비자들에게 차를 좀 더 팔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소비자들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했다. 경제성과 높은 품질 등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할 만큼 충분히 가깝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아이디오는

"세계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기업" "이노베이션 대학" …


아이디오는 약관 스물일곱살의 청년이 1978년 창업했다. 카네기멜런대학에서 전자공학 학사를 따고 보잉사에서 근무하던 데이비드 켈리(Kelley)가 주인공이다. 그는 "개인의 창의성을 무시한 채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조직에서 평생 일할 수 없다"면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스탠포드 대학의 디자인 과정을 이수한 뒤 그는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팔로알토의 의류 상가 2층에 두 칸짜리 사무실을 얻어 창업했다. 뒤에 세계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를 디자인한 아이디 투(ID Two)를 비롯해 세 개의 디자인 회사와 합병하면서 지금의 아이디오가 됐다. 아이디오란 이름은 'ideology'의 앞 글자(ideo)에서 따왔다.

창립 이후 총 350개의 디자인 상을 수상했고, 1000개 이상의 특허를 갖고 있다. 2008년 3월 미국 경영 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이 회사를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GE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innovative) 기업' 랭킹 5위로 꼽았다.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는 현재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아이디오의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현 CEO인 팀 브라운은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아이디오의 샌프란시스코 지사와 유럽 지사에서 일했다. 전 CEO인 톰 켈리는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의 동생이며, 현재 아이디오 이사로 있다. 톰 켈리는 〈유쾌한 이노베이션〉, 〈이노베이터의 10가지 얼굴〉 등 디자인 혁신에 대한 여러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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