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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빅뱅'과 전통적 제조업의 대응
-이하 전경련-
'디지털 빅뱅'과 전통적 제조업의 대응
- 정필모 KBS 보도위원
디지털 기술이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제품의 혁신이 일어나고, 소비자의 선호가 바뀐다. 그렇게 변화된 소비자의 심리에 맞춰 또 다른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혁신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가히 ‘디지털 빅뱅’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제품과 소비자의 연결 고리,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는 무엇일까?
일찍이 시대를 앞선 통찰력으로 그것을 예견한 사람이 있다. 캐나다 출신의 영문학자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이다. 그는 1964년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Under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이라는 저서에서 감성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렇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제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감성을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맥루한의 말을 빌리자면, 원래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5감(感)을 모두 사용해 세상을 통감각적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문자의 발명과 인쇄술의 출현으로 인간의 인식에서 시각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커졌다. 그랬던 것이 TV를 비롯한 전자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통감각적 세계관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맥루한 설명이다. 인간의 원초적 감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구텐베르크 은하계는 선형화(linearization), 표준화(standardization), 획일화(uniformity)라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로부터 파생된 산업혁명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표준화된 규격과 디자인에 맞춰 획일화된 제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소비자들도 개성을 중시하기보다는 대중적 취향이나 유행에 따라 그렇게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반면에 디지털 은하계는 비선형화(non-linearization), 개별화(individualization), 감성 지향(sensitivity orientation), 상호작용(interaction), 개방성(openness)을 특징으로 한다. 오늘날 세계적인 IT기업들의 성공은 이런 특징을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가운데 애플(Apple)은 디지털 기술의 상호작용성과 감성 지향성을 십분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애플은 2007년 스마트폰인 아이폰(iPhone)을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아이폰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첨단 기능과 디자인으로 고객의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했다. 이른바 모바일 혁명의 시작이었다. 이에 비해 구글(Google)은 상호작용성에 개방성을 더해 고객을 끌어들였다. 폐쇄적인 아이폰의 운영체제(IOS)에 맞서 개방적인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로 디지털기업의 강자가 되었다. 디지털 은하계의 특징을 잘 활용한 또 하나의 사례는 아마존(Amazon)이다. 아마존은 비선형화되고 개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맞춰주는 전략을 썼다. 제품의 주문에서 배송, 반품까지 최대한 고객이 편리하도록 배려한 것이 아마존의 성공 요인이다.
디지털 은하계는 전통적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어놓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이미 빅 데이터(Big Data)와 알고리즘(Algorithm),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전통적 제조업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분야이다. 전기자동차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테슬라(Tesla)가 대표적 사례이다. 테슬라는 개방과 공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인자동차의 생태계, 즉 자동차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구글과 애플 역시 비슷한 목표를 갖고 무인자동차 개발과 생산에 뛰어들었다. 물론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도 여기에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기존의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미래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IT기업에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자동차산업에 앞서 이미 IT기업에 주도권을 내준 분야는 휴대전화 제조업계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했던 기업은 핀란드의 노키아(Nokia), 스웨덴의 에릭슨(Ericsson), 미국의 모토로라(Motorola)이다. 하지만 이들은 불과 10여 년도 안 되는 사이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들과 비교하면, 삼성과 엘지의 휴대전화 부문은 그런대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대부분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구글과 애플에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내준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 IT기업들의 부상이다. 특히 샤오미(Xiaomi), 화웨이(Huawei)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신제품들은 디지털 기술과 혁신적 디자인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물론 아직 기술의 섬세함이나 개방성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디자인에서는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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