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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8년 : 중소기업 사장이 쓰는 맨손 창업기

by 리치캣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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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8년 : 중소기업 사장이 쓰는 맨손 창업기


중소기업 사장이 쓰는 맨손 창업기




효율적인 사람 `쓰기` / 김재건



    산재보험 안들어 벌금.... 회사 작다. 사람없다 구실 안돼



남 출근할 때 출근하고, 퇴근할 때 퇴근하고, 놀 때 논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할 수 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영세한 기업에서
그렇게 한다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대기업에서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무엇을 장점으로 삼아 큰 기업과 경쟁하겠는가. 결국은 짧은
납기에도 밤을 새워서 일하고 만들어서 남보다 싼 가격에 납품하니까
우리 것을 사지 않겠는가.

노사 관계에 관한 한 나는 매우 낡은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소기업에서는 근로 조건이 어떻고, 노조가 어떻고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경영자가 종업원을 아끼고, 일을 시킨 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 일할 때 일하고, 남 놀때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나는 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외국보다 나은 설비도 없고, 경영의
노하우도 없는, 진짜 별 볼일 없는 소기업이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시쳇말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사람 쓰기, 이런 방법도 있다. 통상 남자 사원이 일하는 영업
등의 부서에 여사원을 쓰는 것이다. 보통 똑똑한 남자 사원은 영세한
기업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급료도 많이 주어야 한다. 여사원의 경우에는
똑똑하고 가능성 있는 경우라도 직장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비교적
구하기가 쉽다. 또한 여사원의 경우 부정한 거래에 말려들거나 그만두고
공장을 차려 경쟁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나는 지금도 종업원을 뽑기 위하여 면접을 하게 되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의 여건상 때로는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할 때도
있고, 밤을 새워야 할 때도 있다.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는가? 또한,
그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을 계산하여 수당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을 계산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만약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하여 자기 생활을 갖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싶다면 우리 회사는 적당하지 않다. 그런 회사로 가라.’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은 얼굴색이 당장 변하면서 잘못 왔구나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런 정도는 각오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물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을 뽑아서 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서울 출신들보다는 지방 출신이, 가정이 유복한
사람보다는 어렵게 자란 사람이 더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종업원 수가 20명을 넘어서 30명에 육박할 무렵, 우리는 추가로 인원을
구하기 위하여 일간 신문에 100만원짜리 광고를 냈다. 100만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광고 사이즈로 보면 작은 광고다. 나도 취직을 할 때
그랬지만 지원자들은 이 광고의 크기가 곧 회사의 능력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므로 우선 큰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낸다. 그러다가 안되면 점점
광고의 크기를 줄이게 되는데, 거꾸로 말하면 작은 광고로 좋은 사람을
뽑기는 어렵다는 말도 된다. 어쨌든 이 광고를 통하여 우리는 제대로 된
공개채용을 하게 되었고, 급료도 미리 정하여 놓았다가 적용하게
되었다.

 흔히 면접이라고 하면 회사를 들어올 사람이 긴장하여 면접을 받는
것을 상상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 회사가 별 볼일 없으면 거꾸로
면접을 당하게 되는 것이 요즘의 풍토다.또, 면접 때 회사에 대한
설명을 성의있게 하여 지원자로 하여금 구미가 당기도록 해야하므로
면접하는 사람이라고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언제
우리도 이력서를 잔뜩 쌓아놓고 사람을 고르게 될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종업원에게 있어서 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업무
영역의 문제일 것이다. 만약 우리 회사에서 수출입을 담당한다면
서류작성에서부터 은행거래 등을 모두 혼자서 해야 하고, 거기서 받은
돈을 어디 어디에 쓸 것인지도 관리해야 한다. 생산을 하는 사람도
원자재 수급에서부터 생산` - 검사` - 포장 등을 모두 할 줄 알아야
원활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도 대기업에서 일하던
사람이 있지만, 매우 한정된 업무만을 수행하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했다.
만약 능력있는 사람이 소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한다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더 큰 책임을 가지고 근무할 수가 있을 것이다. 나중에
독립해서 조그만 회사를 경영할 생각이라면, 작은 기업에 근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작은 회사는 생산, 판매, 경리 등의 업무가 담당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본인이 원한다면 전체적인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럭키 계열의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그 회사는 내가 입사할
당시 종업원이 겨우 7명밖에 없었고, 아직 한 푼도 매출을 올리지
못하던 초창기였다. 그래서, 사원들 모두가 회사의 모든 업무를 알아야
하고 여러 종류의 일을 할 줄 알아야만 했다. 나는 지금도 그 회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아주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내가 만약 처음부터
모든 시스템이 완비된 대기업에 근무했다면, 독립을 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종업원을 다루는 것은 어떤 다른 일, 이를 테면 자금을 얻거나 고객을
만나거나 기계 설치를 하거나 계약을 하는 일 등 그 무엇보다도 어렵고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종업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같은 생각을 갖도록 설득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이제는 포기한 상태다. 어차피 서로의 입장이 다르므로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상태라면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름대로 회사생활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젊은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것을 생각해본다. 우선 그 사람이 평생 우리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면,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여건이 변했다거나, 나이가 들어 효율이 떨어졌다는 등의 이유로
쫓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 직원이 독립하여 사장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회사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다.

 젊은 사람이 회사속에서 성장하려면 회사 자체가 성장해야 한다.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회사 자체를 성장시키지 않는다면 종업원에게 더
큰 책임을 맡을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벌금으로 알려준다?

노동부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직원들의 건강진단
때문이었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건강진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고 알았다 해도 그럴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노동부 담당자는 여러 번 공문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여하튼 건강진단을 하지 않았으므로 불려가 조사를 받고 벌금
50만원인가를 냈다. 50만원이면 당시 직원들의 건강진단을 세 번은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므로 벌금을 내긴 했지만 어딘가
찜찜했다. 불러다가 조사하는 노력으로 전화를 해서 알려주었다면 법도
어기지 않고 노동부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건강진단이라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건강을 체크하는 수준에 불과해
하나마나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직후처럼, 못 먹고 못 입을
때라면 회사가 돈을 내어 건강진단을 할 필요가 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직원들이 이미 의례화된 건강진단보다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고 있는 마당에, 시간과 인원과 돈을 들여 그런 공문을 주고받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또 우리같은 소규모 공장에서는 산재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산재보험도 들지 않고 회사를 운영해왔다. 처음에는 이런 규정이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자등록증을 내면
정부에서 당연히 회사설립을 알게 될 터인데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통보가 온다. 우리 회사는
산재보험 문제 역시 지나간 건에 대한 벌금을 내고나서 비로소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가 있었다.
이런 것들을 정부에서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회사가 작다느니 인원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할 것은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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